2013. 6. 28. 23:43ㆍSports BB/야구라
KIA 타이거즈 팬들로서는 불금을 즐기려다 속이 뒤집혀져 분노와 허탈감으로 타오를만한 하루가 될 듯 싶다. 6월 28일 금요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 경기에서 타이거즈는 9회초까지 5-3으로 앞서면서 주말 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듯 했으나 믿었던 마무리 앤서니가 시즌 4번째 블론 세이브를 결정적인 순간에 범하고 동시에 2루심 이기중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곁들여지면서 5-6 역전패라는 망연자실한 결과를 받아들고 말았다.
양팀 선발 양현종(타이거즈)과 배영수(라이온즈)의 맞대결로 펼쳐진 이 날 경기에서 두 투수는 나란히 6.2이닝 3실점을 기록하면서 승패를 가리지 못하였다. 7회말 김상수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한 타이거즈는 선발투수 양현종이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불상사까지 겹치면서 경기 흐름을 내주는 듯 했으나 곧바로 이어진 8회초 공격에서 나지완이 라이온즈 구원투수 차우찬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터뜨리면서 승기를 잡게 된다.
타이거즈는 라이온즈전 4연패에서 탈출하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바뀐 투수 신용운을 상대로 1사 만루의 절호의 찬스를 잡게 된다. 타이거즈가 쐐기점을 뽑을 듯한 분위기였으나 후속 타자들이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면서 더 이상 점수를 뽑지 못하고 물러난 점이 찜찜한 여운을 남기게 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컨디션이 되살아난 박지훈이 중간 계투로 등판하여 제 몫을 확실히 해주면서 9회말 앤서니에게 안전하게 바통을 넘길 때만 하더라도 경기는 그대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앤서니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다.
결국 1사 3루에서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면서 한 점차로 쫓기게 된다. 이후 1사 1루의 위기에서 앤서니는 대타 진갑용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 싶었다. 2사 1루의 상황. 아웃카운트 하나면 경기가 끝나게 될 상황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은 대주자 정형식에게 도루 작전을 지시한다. 마치 WBC에 참가해서 일본의 야마모토 감독이 대만전에서 9회 2사 1루에서 써먹었던 작전을 벤치마킹이라도 한듯이 말이다.
타이거즈 포수 김상훈의 송구는 2루에 정확하게 배달되었고 명백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2루심 이기중 심판은 떳떳하게(?) 세이프를 선언한다. 경기를 끝내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야 했던 타이거즈 선수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중계방송에 잡힌 느린 화면으로 봐도 명백한 아웃이었다. 이기중 심판의 오심은 꺼져가던 앤서니의 불씨에 화끈하게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앤서니는 김상수에게 사구, 배영섭에게 우전안타를 내주면서 결국 시즌 4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한다. 그리고 올 시즌 라이온즈 유니폼을 새로 입은 대수비 요원 정병곤에게 마저 평정심을 잃은 채 높은 직구를 던지다가 끝내기 안타마저 허용한다. 벼랑 끝에서 되살아난 라이온즈 선수들은 환호성에 그라운드로 뛰쳐 나왔고, 반면에 타이거즈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망연자실함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교차시키면서 좀처럼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였다.
앤서니의 부진한 투구가 일차적인 문제였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심판의 오심은 또 다시 경기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최근 들어 심판의 오심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모두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경기의 일부가 아닌 경기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오심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공공의 적'이다.
올 시즌 타이거즈는 라이온즈만 만나면 유독 경기 운이 안풀리고 지독하게 꼬이고 있다. 발단은 5월 12일 포항에서 펼쳐진 경기였다. 연패를 끊기 위해 선동열 감독은 호투하던 선발 서재응을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통해 내리고 윤석민을 올리고 경기 종반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송은범을 마운드에 올려 확실하게 경기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하지만 송은범의 믿기지 않는 부진에 타이거즈는 허망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는데, 6월 28일 경기도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말았다.
믿었던 송은범의 부진은 현재 선동열 감독의 계투진 구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은범이 1이닝도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면서 시즌 초반 앤서니는 9회부터가 아닌 8회부터 종종 호출되곤 했는데,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체력적인 문제점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나마 박지훈이 되살아나는 시점에서 앤서니와 송은범의 컨디션 난조는 가뜩이나 어려운 타이거즈 계투진에 지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타이거즈로서는 선두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5게임으로 좁힐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얼마나 빠른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가가 이번 주말 시리즈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자칫하면 타이거즈는 어렵사리 살려놓은 팀 분위기를 이번 주말 시리즈에서 망쳐버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이번 주말 시리즈가 타이거즈 올 시즌 정규리그 행보에 터닝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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