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 1996 유니콘스 김재박 감독의 재탄생?

2013. 6. 11. 00:00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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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 신임감독으로 염경엽 감독을 선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보다는 우려와 의문의 시선이 더 강하였다. 현역시절 주전보다는 주로 백업요원으로 활약했고, 은퇴 이후 현역 코치보다는 스카우트, 운영팀 등 프런트 경력이 더 많았었기에 과연 경험이 부족한 초보감독 염경엽 감독이 히어로즈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51경기를 치른 6월 9일 현재 히어로즈는 32승 1무 18패, 승률 0.640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1위에 올라있다. 3위 LG 트윈스와는 5.5게임차로 꽤 앞서나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리그에서 라이온즈와 더불어 유이하게 6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히어로즈가 시즌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선두권에 머물러 있을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시즌이 시작되기 전 히어로즈는 전문가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올 시즌 4강 진출이 유력하다는 기대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갈 정도로 히어로즈가 강한 전력을 선보일 거라는 예상은 드물었다.

 

현재 히어로즈 상승세의 원동력은 역시 팀 홈런 1위팀 답게 박병호, 강정호, 이성열 등 강한 중심타선의 파괴력이다. 지난 시즌 MVP 박병호는 올 시즌에도 12홈런으로 홈런 3위에 올라 건재를 과시하고 있으며, 강정호도 홈런 10개로 지난 시즌에 이어 무서운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성열은 2010시즌 24홈런을 기록한 이후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데 13홈런으로 홈런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6번 타순에 나서는 이성열은 올 시즌 클린업 트리오 못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면서 올 시즌 프로야구에 '강한 6번 타자론'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강한 중심타선 외에도 서건창, 장기영의 테이블 세터진이 리그에서 가장 활발한 공격력과 기동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하위 타선에선 올 시즌 타격에 새롭게 눈을 뜬 김민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염경엽 감독은 박동원이라는 새로운 포수자원을 발굴하여 기존의 허도환과 더불어 배터리진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메모를 꼼꼼하게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꼼꼼한 성격만큼이나 올 시즌을 장기적 안목에서 꼼꼼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시즌 초반 상위권을 유지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급격히 무너졌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백업요원으로 나설 선수들에게도 사전에 명확한 역할 부여를 통해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언제든지 메울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있다.

 

투수진은 나이트와 벤 헤켄 기존의 원투펀치 외에 지난 시즌 국내 무대에 컴백했으나 자신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김병현을 세밀한 관리를 통해 기량 회복에 매진하도록 돕고 있다. 김병현은 올 시즌 이미 지난 시즌 자신이 기록한 승수(3승)를 넘어선 4승을 기록하면서 히어로즈 3선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김영민, 강윤구 등 장래성이 기대되는 영건 투수들에 대해서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배합한 관리로 더 빠른 성장을 유도하는 중이다.

 

손승락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중간계투진은 한현희를 필승조로 육성하고, 이정훈, 이보근, 박성훈 등을 상황에 맞게 기용하는 운용으로 약점을 커버하려 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의 돌풍은 1996시즌 현대 유니콘스 초대 감독으로 리그에 접어든 김재박 감독을 연상시킨다. 두 감독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두 감독 모두 현역시절 유격수 포지션이었고, 전임 감독(정동진, 김시진)이 모두 대구상고(현 상원고)출신이었다는 점도 우연의 일치로 통한다. 다만 선수시절의 인지도는 김재박 감독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으로 임명될 당시 김재박 감독도 코치 경험이 3년 밖에 없었던 초보 사령탑이었다. 또한 스타 출신 감독은 실패한다는 징크스와 더불어 경험이 일천한 김재박 감독이 리그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유니콘스는 1996시즌 시작과 더불어 괴물 신인 박재홍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고, 1996년 6월 10일 당시 30승 2무 17패, 승률 0.633로 당시 2위였던 한화 이글스를 5게임차로 멀찍이 따돌리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괴물신인 박재홍을 위시하여 김경기, 이숭용, 권준헌, 김인호, 박진만 등이 이끄는 타선은 짜임새와 장타력이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고, 투수진에서는 1992년 입단 당시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으로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거쳤던 정민태가 마침내 부활에 성공하여 위재영과 함께 막강 원투펀치를 형성하였다.

 

김재박 감독은 당시 신인급 선수들이었던 이숭용, 권준헌, 박진만, 김인호 등을 중용하여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성공하고 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7월 들어 12연승을 달리면서 1위 탈환에 성공한 '무림고수' 해태 타이거즈의 벽에 막히는 바람에 페넌트레이스 순위가 4위로 내려갔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한화 이글스, 쌍방울 레이더스를 연달아 격파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킨다.

 

염경엽 감독은 6월 9일 경기를 앞두고 팀내 백업요원으로 제 몫을 다해주던 김민우가 무면허 음주운전 사건에 연루되는 돌발상황을 맞으면서 첫 위기를 맞게 되었다. 과연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과연 1996시즌 김재박 감독에 버금가는 돌풍을 일으킬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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