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짜릿함의 농도를 더해가는 LG 트윈스 야구

2013. 6. 8. 13:47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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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의 정점에 올라와 있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가 잠실 구장에서 주말 시리즈를 펼치게 되었다. 최근 리그에서 가장 불붙은 양팀의 대결을 보기 위해 6월 7일 금요일 잠실구장은 25,162명의 대관중이 운집하였다. 자이언츠 원투펀치 셰인 유먼과 최근 트윈스 투수진에 합류한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불러 오는 류제국의 맞대결로 펼쳐진 양팀의 주말 시리즈 1차전은 경기 초반 트윈스가 맹공을 퍼부으며 경기 흐름을 주도하였다.

 

유먼의 구위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트윈스 타자들이 유먼의 체인지업을 집요하게 맞히는 스윙으로 일관하면서 행운의 안타, 일명 바가지성 안타가 속출하였다. 또한 자이언츠 내야 수비진의 난조가 겹치면서 트윈스는 초반 6-0의 리드를 잡는다. 반면에 자이언츠는 안타성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고 또한 주자들의 성급한 주루플레이가 겹치면서 좀처럼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

 

 

 

트윈스 선발투수 류제국은 비록 5회초 전준우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타자들의 구석을 찌르는 143km대의 직구와 날선 커브로 자이언츠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한다. 7이닝까지 자이언츠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은 류제국은 8회가 시작될 때부터는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류제국의 선발 투수로서의 자생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8회에도 류제국을 마운드에 올린다. 5점차의 여유있는 리드를 쥐고 있었기에 충분히 내릴만한 결정이었다. 국내 데뷔 이후 처음으로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제국은 선두타자 박종윤, 후속타자 전준우에게 연달아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정훈에게도 안타를 내주면서 순식간에 무사 만루가 되고, 홈런 한 방이면 한 점차로 좁혀지는 박빙의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번 주 화요일 베어스와의 주중 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도 김기태 감독은 3회 2사 이후에 연속안타를 허용한 주키치를 끝까지 교체하지 않는 뚝심을 보였는데, 선발투수로 하여금 이닝을 책임지게 하려는 의도는 엿보였으나, 결국 3회 주키치가 내준 연속 득점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6월 7일 경기에서도 6월 4일 화요일 경기와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류제국은 결국 무사 만루에서 신본기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오게 된다. 이후 바뀐 투수 류택현을 상대로 자이언츠는 대타 김상호가 희생 플라이를 뽑아내면서 단숨에 3점차로 추격한다.

 

트윈스는 필승조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리나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자이언츠는 황재균의 적시타로 2점차까지 따라 붙고 이어 손아섭의 볼넷으로 다시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어낸다. 타석에는 4번타자 강민호. 트윈스는 또 다른 필승조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린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 지난 시즌 6월 22일 금요일 경기의 악몽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려던 순간이었다. 당시 5-3. 2점차로 뒤지고 있던 자이언츠는 9회초 2사 1루에서 강민호가 트윈스 필승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홈런을 터뜨렸고, 결국 자이언츠는 연장 승부 끝에 트윈스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다. 그 경기 이후 분을 못 이긴 봉중근이 소화전 벽을 치다가 손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고, 트윈스는 급격한 하락세를 겪으면서 또 다시 가을잔치 무대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강민호가 정현욱의 공을 통타하는 순간 지난 해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싶었다. 이번에는 정통으로 맞은 타구가 아닌 빗맞은 타구로 거의 동점이 되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타구를 향해 전력질주한 트윈스 좌익수 박용택은 슬라이딩 캐치로 타구를 극적으로 걷어냈고, 그 순간 트윈스와 자이언츠 벤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 노심초사하면 경기를 지켜보던 트윈스 선발투수 류제국도 박용택이 극적으로 타구를 걷어내는 순간 비로소 안도의 한숨과 환호성을 내지르게 된다.

 

박용택의 다이빙 캐치는 최근 트윈스 야구가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근성야구를 몸소 실천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윈스 벤치는 마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처럼 동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돌아오는 수비수들을 환대해 주었다.

 

하지만 한 번의 공격기회가 더 남은 자이언츠는 9회초 마지막 추격전을 펼치기 위해 선발투수 유먼에 이어 구원 등판하여 호투하던 허준혁을 내리고 필승조 김사율을 올린다. 김사율은 아웃카운트 2개를 무난하게 잡으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듯 보였다. 만약 삼자범퇴로 이닝이 종료되면 자이언스의 9회초 공격에서 다시 한 번 파란이 일어날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트윈스에 새로운 럭키가이로 급부상중인 문선재가 김사율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당겨 전광판 밑으로 넘어가는 홈런을 터뜨린다. 문선재의 홈런은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카운터펀치였다.

 

정현욱은 9회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팀의 승리를 마무리 짓는다. 류제국의 호투로 태평스럽게 마감될 것 같았던 경기는 8회초 급반전을 거듭하며 요동치지만 트윈스는 근성의 수비와 집중력 있는 타격으로 다시 한 번 짜릿한 승리를 거머쥔다. 6월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3위로 뛰어 오른 트윈스의 상승세는 일회성에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90년대 초,중반 전성기 시절 가장 짜릿하고 재미 넘치는 야구를 선보였던 그 때의 모습과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LG 트윈스 야구, 점점 짜릿해지고 있다. 물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집중한다면 올 시즌은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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