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집중력으로 기적을 일으킨 LG 트윈스

2013. 6. 3. 00:33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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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주말 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6월 2일 광주구장. 4일간 휴식 후 불의의 2연패를 당하면서 선수단 전원이 삭발로 심기일전을 다짐한 타이거즈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선발투수 양현종은 고비 때마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강속구를 앞세워 트윈스 타선을 잠재웠다.

 

2-0으로 뒤지던 7회초 트윈스는 선두 타자 이병규, 후속 타자 문선재가 연속 안타를 터뜨리면서 무사 1,2루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김기태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용의를 대타로 내세우며 승부수를 던졌다. 트윈스 최태원 주루코치의 손짓이 바빠지면서 과연 어떤 작전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었다. 김용의의 선택은 버스터(번트 동작을 취하다 강공으로 전환하는 것)였다. 하지만 방망이에 깎여 맞은 타구는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가 되었고, 누상의 주자들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였다.

 

 

 

무사 1,2루에서 아웃 카운트만 까먹은 트윈스는 범타로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경기 흐름을 타이거즈로 내주고 만다. 곧바로 이어진 7회말 타이거즈 공격에서 트윈스 2루수 손주인은 무사 1루에서 얕은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병살로 처리하기 위해 숏바운드를 만들어내려다가 타구를 그만 뒤로 흘리고 만다. 결국 트윈스는 타이거즈에게 2점을 추가로 허용하면서 경기는 4-0으로 더 벌어지고 만다. 이쯤되면 상황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서 경기 후반부에 믿기지 않는 뒷심을 발휘한 트윈스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8회부터 등판한 타이거즈 마무리 앤서니를 공략하면서 1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고 이진영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첫 득점을 올린다. 이후 오지환의 1루수 땅볼로 1점을 더 추가한 트윈스. 하지만 아웃카운트 한 개만 더 잡으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기에 별 다른 이변이 없으면 경기가 그대로 끝날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2사 2,3루에서 손주인의 다소 빚맞은 타구가 좌중간에 떨어지는 얕은 안타가 되었고, 2루에 대주자로 나갔던 투수 임정우가 간발의 차이로 홈을 먼저 밟으면서 트윈스는 극적인 동점을 이루게 된다. 믿었던 마무리 앤서니가 무너지면서 타이거즈 덕아웃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돌변한다.

 

경기는 결국 연장전으로 돌입하였고 투수를 대주자로 내보내는 등 가용자원을 소진한 트윈스는 궁여지책으로 1루수 문선재를 포수로 기용하는 궁여지책을 쓰게 된다. 운동선수 답지않게 샌님같은 인상의 문선재는 처음 맡은 포수 포지션을 침착하게 소화해내면서 투수 봉중근의 호투를 측면 지원한다.

 

그리고 연장 10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문선재는 타이거즈 구원투수 박경태의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걷어내면서 극적인 결승 3루타를 만들어낸다. 홈으로 들어오던 이병규는 아웃 타이밍에 걸려 들었으나 타이거즈 포수 차일목이 낮게 포구된 공을 간신히 걷어내면서 중심을 잃은 틈을 타서 교묘하게 홈베이스를 터치하면서 결승 득점을 올리고 환호한다.

 

문선재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봉중근의 호투를 지원하고 공격에서도 결승타를 뽑아내는 만점 활약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다. 태어나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쁨(?)도 누린 문선재는 야구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5연승에 공헌한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기적을 일구어낸 LG 트윈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몇 시즌 동안 5월까지는 잘하다가도 6월 부터 힘을 잃으면서 여름에 속절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올 시즌에는 5월 하순, 6월을 거치면서 팀의 끈적함이 더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올 시즌 여름의 고비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광주구장 주말 3연전에서 보여준 만큼만 해준다면 DTD 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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