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엘롯기, 상위권 판도에 큰 태풍을 예고하다.

2013. 6. 19. 23:26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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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동맹, 2000년대 초반부터 야구팬들 사이에 유행하던 단어였다.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게 깃든 단어였다. 리그에서 가장 큰 관중 동원능력을 보유한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세 팀을 한데 묶어서 엘롯기 동맹이라 칭하였는데, 2000년대 초반 매력적인 흥행카드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하위권에서 허우적대다 보니 생겨난 별칭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엘롯기 동맹은 무서운 진격을 거듭하면서 상위권 판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나란히 3,4,5위에 올라 있는 LG, KIA, 롯데는 1위 삼성에 3게임~3.5게임 승차로 따라 붙으면서 상위권 순위 판도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부침을 거듭하던 이 세 팀의 경기력은 리그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팀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엘롯기 동맹 중에서 LG 트윈스의 돌풍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한 이후 8연속 위닝 시리즈를 거두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천적 넥센 히어로즈를 홈에서 맞이하여 3연승 스윕을 거두면서 현재의 돌풍이 결코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LG 트윈스 돌풍의 진원지는 이전에 비해 몰라보게 끈끈해진 결속력과 집중력이다. 그리고 팀 전력의 80% 가까이 베테랑 선수들에 집중되었던 근래의 모습들과는 달리 트윈스 타선과 투수진은 신구의 조화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90년대 전성기 당시 깐깐했던 이미지를 되살리고 있다.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 오지환, 윤요섭 등 젊은 타자들이 올 시즌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팀 타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적생 현재윤과 손주인은 팀 센터라인(포수, 2루수)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이병규(9번), 박용택, 정성훈 등 베테랑 타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몫을 해주면서 팀 전체의 사기를 높여주고 있다. 6월 19일에 펼쳐진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첫 경기에서도 트윈스는 8회까지 1-0으로 끌려다니다가 이병규, 정성훈 두 베테랑 타자의 랑데뷰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하였다.

 

트윈스 투수진은 FA를 통해 정현욱을 영입하면서 뒷문을 견고하게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마무리 봉중근은 평균자책점 0점대의 경이적인 방어능력을 선보이면서 '야생마' 이상훈 이후 가장 믿음직한 마무리로 자리하고 있다. 이동현은 2002년 준우승 당시 보여줬던 언히터블 모드를 선보이고 있다. 영건 임정우가 롱맨으로 자신의 입지를 차근차근 넓히는 중이다. 류택현, 이상열 베테랑 좌완 원 포인트 투수들도 꾸준히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선발진도 리즈를 필두로 우규민, 신정락 등 국내파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다. 특히 5월 중순에 합류한 메이저리거 출신의 류제국은 아직 구위는 100% 상태는 아니지만 특유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트윈스 선발진 안정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시즌 2승을 거두었는데 그가 등판한 5경기에서 팀은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러키보이'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주키치만 제 컨디션을 찾아준다면 트윈스 선발진의 높이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타이거즈는 시즌 개막 한 달 동안 무서운 공격력을 선보이면서 1위를 질주하였다. 하지만 5월 6일 SK와의 트레이드(김상현,진해수 - 송은범, 신승현)이후 전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타이거즈는 기대했던 송은범이 난조를 보이고 타선도 덩달아 침묵에 빠져들면서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였다. 한때 6위까지 쳐졌던 타이거즈는 6월에 접어들면서 선동열 감독 부임이후 최다인 8연승을 기록하면서 선두권 경쟁에 다시 합류하였다.

 

김주찬과 신종길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팀 타선이 다시 견고해진 것이 반등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만년 기대주 김주형이 장타 본능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하위 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부진에 빠졌던 최희섭과 이범호가 부활하기 시작하면서 타선의폭발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계투진은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은범도 여전히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팀 합류 이후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신승현도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마무리 앤서니도 등판해서 좀처럼 안정감있게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어렵게 꾸역꾸역 위기를 틀어막고 있다. 타이거즈의 중간 계투진은 휴화산처럼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선발투수진도 양현종과 김진우가 제 몫을 해주고 있는 반면 윤석민, 소사, 서재응 등이 아직 제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 4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두었던 모드로 복귀한다면 타이거즈는 선두로 치고 올라갈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시즌 초반 투,타에 걸쳐 총체적인 난조를 보였던 자이언츠는 5월 중순 이후 팀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바뀐 팀 컬러에 90% 이상 적응하는 모습이다. 팀의 주포인 강민호가 현재까지 홈런 1개 밖에 쳐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장타력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이언츠 타선은 기동력과 집중력으로 장타력 부재를 커버하고 있다. 6월 19일 베어스와의 잠실 경기에서도 자이언츠는 6회초 홈런 한 방 없이 똑딱이 타선의 집중력으로 6점을 뽑아내는 매운 힘을 보여주었다.

 

손아섭과 전준우가 팀 타선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으며 박종윤, 박준서, 이승화 등이 하위 타선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집중력을 선보이고 있다. 투수진도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원투펀치로 각광받고 있는 유먼과 옥스프링이 합작 13승을 거두면서 투수진을 이끌고 있으며 송승준도 이닝이터로서 꾸준히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성배가 마무리 자리에 안착하면서 뒷문이 안정을 되찾은 것이 자이언츠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성적은 상승세로 반등했지만 자이언츠의 홈구장 사직구장은 올 시즌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흥행의 메카로 불리던 사직구장은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만원관중을 기록하지 못하였다. 성적이 오르고 있는 현재도 사직구장의 흥행 파워는 이전에 비해 상당히 부실해졌다. 자이언츠 구단은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관중들을 끌어 모으려 절치부심 중인데 아무래도 이전의 화끈했던 팀 컬러가 투수와 수비 중심으로 변모한 것도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프로야구 역사상 엘롯기 동맹 세 팀이 한꺼번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행보를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엘롯기 동맹의 동반진격이 가장 힘이 넘쳐 보인다. 과연 7,8월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리그에 새로운 역사가 창조될지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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