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팀별 전반기 결산(3) - '오매불망' SK 와이번스

2013. 7. 22. 06:47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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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순위 중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숫자를 받아들인 팀을 꼽는다면 SK 와이번스일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리그를 호령하던 위용은 온데간데 없이 전반기를 끝에서 세 번째인 7위로 마감했는데, 이런 성적표는 와이번스 팬들 뿐만 아니라 선수단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2007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의 와이번스는 시즌 개막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승수를 넉넉히 쌓는 패턴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 시즌 와이번스는 치고 올라갈 상황에서도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였다. 팀 타선의 응집력, 짜임새 있는 수비, 상대방을 질식하게 만드는 집요한 주루 플레이 등이 와이번스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신기루처럼 증발하고 말았다.

 

 

 

 

승률 인플레가 유난히도 심한 이번 시즌에서 와이번스는 승차 마진이 -5이다. 한마디로 와이번스 답지 못한 성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와이번스는 나름대로 착실하게 전력을 다지고 시즌을 준비했다. 특히 두 명의 좌완용병 조조 레이예스와 크리스 세든은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가 될 조짐을 보였다. 특히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 레이예스는 자신의 투구패턴을 간파하지 못한 LG 트윈스 타자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충분히 완투할 수 있던 상황에서 이만수 감독은 승리를 굳히기 위해 투수 교체를 단행했지만 이후 구원등판한 이재영이 트윈스 정성훈에게 뼈아픈 역전 만루홈런을 허용하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개막전 경기부터 와이번스는 꼬이기 시작했고, 전반기 내내 엇박자 투수교체가 늘 거슬리고 승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김성근 감독 시절 치밀하게 계산된 타이밍에 의해 벌떼불펜이 가동되어 승리를 따내는 모습에 익숙해진 와이번스 팬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패배들이 반복된 것이다.

 

팀내 투수진이 이전에 비해 몰라보게 허약해진 상황에서 와이번스는 5월 6일 팀내 주축 투수였던 송은범을 KIA 타이거즈에 내주고 중심타선 강화 명목으로 김상현을 받는다. 그러나 김상현은 좀처럼 자신의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4번타자 최정의 뒤를 전혀 받쳐주지 못한다. 송은범 또한 타이거즈에서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현과 함께 와이번스로 이적한 진해수도 6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무려 7점대에 다다르고 있다. 당초 win-win이 될 것이라 여겨졌던 양팀의 트레이드는 역사상 최악의 먹튀 트레이드로 기록될 기로에 놓여 있다.

 

우선 타선부터 복기해보면 최정이 없는 와이번스 타선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최정은 홈런 18개, 타점 54개를 기록 팀내 공격을 주도하였다. 전반기 중반 이후 컨디션을 되찾기 시작한 박정권이 홈런 9개, 타점 38개로 최정을 지원사격하였다. 올 시즌 와이번스 공격진의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는 좌타거포 한동민이 홈런 7개, 타점 32개로 중심타선에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만수 감독 부임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와이번스는 눈에 띄는 별다른 신진 선수들을 내놓지 못하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한동민과 이명기라는 훌륭한 기량을 지닌 신진급 선수들이 등장하여 노쇠화 되어가는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수비 도중 부상을 입는 바람에 자신의 기량을 피우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와이번스 야수진의 세대교체를 주도할 중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투수진에서는 두 명의 용병투수 세든과 레이예스가 합작 14승을 거두면서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특히 세든은 정교한 제구력의 피칭으로 평균자책점도 2.76을 기록,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오히려 시즌 초반 투수진을 이끌 것으로 여겨지던 레이예스가 기복 있는 피칭으로 불안감을 전하는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국내파 선발투수들은 전반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지난 시즌 1선발 역할을 했던 윤희상은 3승에 그쳤으며, 반드시 부활해야 할 에이스 김광현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성기 시절의 압도적인 투구내용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계투진은 올 시즌부터 마무리로 활동하는 박희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박희수는 마무리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8회부터 등판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그 부담으로 인해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그나마 전반기 중반 이후 팀에 가세한 박정배의 분전이 박희수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박정배는 15.1이닝을 투구하면서 평균자책점 1.76, 5홀드를 기록하면서 필승 계투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유난히도 4강 다툼이 치열한 올 시즌 와이번스는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 넥센 히어로즈와의 2연전을 모두 따내면서 후반기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와이번스는 특유의 '가을 DNA'를 보유하고 있어 반등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와이번스는 4강을 염두에 두는 팀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1위 자리를 지키는가에 집중하는 팀이었다. 물론 매년 1위를 차지할 수는 없다. 더욱 뼈아픈 것은 상대방을 숨막히게 하는 와이번스 만의 세밀한 플레이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팀홈런은 63개로 리그 2위지만, 팀득점은 323점으로 8위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치밀한 전략에 의한 득점보다는 홈런 한 방으로 점수를 따내는 패턴으로 와이번스의 플레이가 변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점수를 내야할 상황에서 타자들의 컴팩트한 스윙이 사라지면서 상대 투수들로 하여금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국내 리그의 수준을 진화시킨 와이번스 야구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던 와이번스 팬들은 마음 속에 누군가를 항상 그리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반기 와이번스의 성적보다도 더 아쉬운 것은 경기내용이 아닐까 싶다. '오매불망' (자나깨나 누군가를 잊지 못하고 몹시 그리워함)이라는 사자성어가 맴돌게 하는 와이번스의 2013시즌 전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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