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헤인즈"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서울 SK

2013. 4. 7. 22:18Sports BB/배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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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대접전이었다. 6강 플레이오프 부터 사실상 방전이 된 상태에서 4강 플레이오프를 맞은 안양 KGC는 홈코트를 찾아온 팬들을 절대 실망시킬 수 없다고 작정한 듯 경기 휘슬이 울리자마자 몸을 사리지 않는 혼신의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반면 정규시즌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서울 SK는 경기 내내 KGC의 투혼에 끌려 다니면서 정규시즌에 보여준 파워풀 넘치고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정규시즌 1위의 저력이 아닌 에런 헤인즈라는 출중한 용병의 힘을 빌어서였다.

 

 

1쿼터부터 안양 KGC는 여우 같은 포인트 가드 김태술을 중심으로 이정현, 최현민, 양희종, 키브웨 등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용 면에서 서울 SK를 압도하였다. 1쿼터 초반 이정현의 3점슛이 꽂히면서 KGC는 한 때 7점차 리드를 잡으면서 이변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에 서울 SK는 공격 패턴이 유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꾸 중간에 이물질이 끼어서 덜커덩 거리는 톱니바퀴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용병 파틸로가 출전하지 못하는 공백을 노리기 위해 투입된 용병 심스와 포인트 가드 김선형과의 2대2 플레이 시도는 계속해서 턴오버로 바뀌면서 공격의 흐름을 좀처럼 주도하지 못하였다.

 

매끄럽지 못한 공격패턴을 선보인채 KGC에 끌려 다니던 SK는 심스를 헤인즈로 교체하면서 그나마 공격에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 패턴이 유기적인 약속된 플레이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헤인즈의 독보적인 개인기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KGC는 경기 내용에서 SK를 압도했지만 결정적인 고비에서 슛이 불발되거나 턴오버가 나오면서 좀처럼 경기 스코어를 뒤집지는 못하였다. 반면에 SK는 헤인즈의 압도적인 개인기, 김선형의 빠른 돌파, 그리고 김민수의 알토란 같은 3점슛 등으로 승부가 뒤집혀질 고비를 간신히 넘어섰다.

 

4쿼터 초반 SK는 8점차 리드를 유지하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기 내내 매끄럽지 못한 공격패턴을 보이던 SK는 점수차를 더 벌려나갈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KGC 노장 김성철에게 3점슛과 미들슛을 연달아 허용하면서 2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하게 된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고비에서 KGC는 2% 부족하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김선형에게 가로채기를 허용 후 김민수의 속공으로 이어진 득점은 이 날 경기의 사실상 쐐기점이었다.

 

하지만 KGC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비록 승부에서 패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승리한 한판이었다. 반면에 서울 SK는 정규시즌 내내 KGC만 만나면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날 경기에서도 경기내내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KGC가 용병 키브웨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국내 선수로만 라인업을 구축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였다. 원인은 높이의 우세를 더해줘야 할 포워드 박상오가 공,수에서 전혀 제몫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상오가 3번과 4번 자리를 오가면서 자신의 득점력을 살렸다면 SK는 훨씬 다양한 공격옵션으로 KGC 수비진을 지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상오는 이 날 경기에서 전혀 자신의 존재감을 살리지 못하였다.

 

만약에 헤인즈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플레이오프 4차전은 헤인즈의 독무대였다. 팀이 올린 65점 중 무려 27점을 책임진 헤인즈는 SK의 11년만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견인한 일등공신이었다. 포인트 가드 김선형 또한 고비 때마다 특유의 과감한 돌파와 허슬플레이로 변비에 걸릴 뻔한 팀의 공격력에 활력소를 제공하였다. 김민수 역시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3점슛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으로 팀 승리에 큰 공헌을 하였다.

 

KGC 이상범 감독은 승부가 기울어진 것을 직감하고 마지막 순간에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은희석과 김성철을 함께 코트에 서게 하면서 노장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보여주었다. 사실 KGC의 올 시즌은 험난하였다. 팀의 간판 센터 오세근이 부상으로 재활을 하는 동안 성적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코트에 그를 서게 할수도 있었지만 이상범 감독은 기다림을 선택하였다. 오세근의 빈자리는 최현민과 정휘량 등의 신진급 선수들을 투입했는데, 최현민과 정휘량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이상범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선수들을 다독거리면서 팀 창단 처음으로 2년 연속 정규시즌 30승 이상을 거두는 성과를 거두었고, 정규시즌 압도적 1위 SK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확실히 지켰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명장 이상범의 재발견과 코트의 여우 김태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던 포스트 시즌이었다.

 

서울 SK는 팀 연고지를 서울로 옮긴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다. 문경은 감독은 정식감독 부임 첫 해에 팀을 챔피언 결정전에 올려 놓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자신의 연세대 선배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KGC를 치열한 접전 끝에 넘어선 문경은 감독은 이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또 다른 연세대 선배 '만수' 유재학 감독과 시즌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되었다. 과연 문경은 감독은 부임 첫 해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반복될 경우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다만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이 이번 플레이오프 접전을 거치면서 한결 큰 무대 분위기에 적응되었을 가능성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정규시즌 때의 역동적인 플레이가 부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올 시즌 정규시즌 1,2위 팀간의 진검승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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