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 02:18ㆍEntertainment BB/movie talk
6세 유아의 지능을 가진 아빠가 우연히 유아 살인사건에 휘말려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다. 그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똑똑하고 예쁜 딸이 있다. 교도소 같은 방에서 한솥 밥을 먹게 된 동료들은 조폭, 사기, 간통, 절도 등 다양한 전과경력을 보유하여 그 누구보다도 삭막할 것 같지만 모두들 가슴 속에 따뜻한 정을 품고 있고, '딸바보' 아빠의 순수함과 똘똘하고 예쁜 딸의 모습에 서서히 감화받게 된다.
교도소를 소재로 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바보 같지만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마음을 지닌 '딸바보' 아빠 용구(류승룡)를 중심으로 조폭, 사기, 간통, 공갈 등의 다양한 전과를 지니고 있는 죄수들(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똘똘한 딸 예승(갈소원)이가 교도소 방에서 같이 생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등을 다루면서 영화 초반 많은 웃음코드를 제공하면서 영화 속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한다.
그들이 생활하는 수감방 공간은 마치 파스텔톤의 하숙방 같은 느낌을 선사하게 설정되어 있어 판타지적 요소를 풍기기도 한다. 가장 악역을 행사할 것 같은 교도소 과장(정진영)도 용구의 순수함에 점점 이끌리면서 그의 억울한 누명을 벗도록 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를 쓰게 된다.
6살 짜리 지능을 가진, 하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의 딸에 대한 무한애정을 보여주는 헌신적인 아빠 용구는 교도소 안에서 일종의 구원자 역할을 한다. 그의 순수함과 딸에 대한 헌신적인 열정은 함께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들 뿐만 아니라 교도소의 모든 식구들을 감화시키고, 심지어는 무뚝뚝하고 정이 없어 보이던 교도소 과장의 마음마저 녹아내리게 한다.
영화의 결말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영화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결말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지만, 감동의 물결도 점점 강하게 밀려 들어오고 목이 메일 정도로 아련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감동이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은 역시 주연을 맡은 류승룡의 애절한 바보연기 덕분이다. 자칫하면 감정 과잉에 빠져들어 거부감을 선사할 우려가 있는데 류승룡은 역시 자신의 배역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훤히 꿰뚫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춘, 박신혜, 아역배우 갈소원)의 뛰어난 연기력도 영화의 웃음과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일등공신이다. 또한 냉정해 보이지만 항상 마음 속의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교도소 과장 장민환 역을 연기한 정진영의 진중함도 판타지적 요소가 상당 부분 깃들여 있는 영화에 현실성을 더해준다.
영화 속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요인은 지난 해 연말부터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레미제라블'에 깔려 있는 코드와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힘을 앞세운 권력 앞에 저항할 수 없는 연약한 개인의 존재가 관객들에게 애절하게 느껴지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나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아빠 용구가 공판선고를 받는 법정에 있었던 예승의 심정을 성인이 된 예승(박신혜)의 입을 빌려 전달하는 장면이다. 권력의 힘 앞에 자신이 해야할 본분을 망각한 주체들에게 일갈을 날리는 예승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욱 진하게 남긴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아빠 용구와 어린 예승(갈소원)이 이별하는 장면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절제된 여운을 남기는 장면을 기대했지만 다소 감정과잉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보내기 싫어하는 딸과 아빠의 애절함이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를 배급한 NEW 영화사는 지난 해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이어 올해 초부터 '7번방의 선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제작하는 영화들마다 이전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함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했던 NEW영화사의 라인업이 올해에도 변함없는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유머와 가슴이 저려오는 애잔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뻔한 듯한 소재를 활용하는 듯 하면서도 힐링이라는 요즘 시대의 코드를 적절히 끄집어낸 수작이라 평가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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