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키스 굿나잇' 레니 할린 감독과 아내 지나 데이비스를 수렁으로 내몬 영화

2013. 3. 2. 02:16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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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산악 액션 스릴러 '클리프 행어'는 영화 첫 장면부터 팽팽한 긴박감을 안겨주며(그 유명한 외줄에서의 조난 장면) 시작하더니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만점의 구성으로 그 해 여름 국내 극장가를 석권한다. 실베스터 스탤론 개인으로서는 1980년대 '록키', '람보' 시리즈의 영광을 재현할 정도로 명예회복에 성공하게 되었으며, 영화를 연출한 레니 할린 감독은 1990년 '다이하드2'에 이어 본격적인 헐리우드의 흥행 청부사로 인정받게 된다.

 

'클리프 행어'는 그 해 여름 동시에 개봉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지의 영상충격을 안겨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스릴러 '쥬라기 공원'과 맞붙어서 전혀 밀리지 않는 흥행세를 보였다. 물론 미국에서의 흥행과 국내에서의 흥행 온도차이는 다소 많은 편이었다. 유독 액션 스릴러와 실베스터 스탤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국내 영화팬들의 입맛에 '클리프 행어'는 그야말로 '산해진미' 였던 셈이다.

 

그래서 영화를 연출한 레니 할린 감독의 인지도도 오히려 미국보다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1992년 가을에 개봉한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국내 영화팬들에게 인지도를 단번에 높인 여배우가 있었다. 워낙 큰 키(183cm)여서 뿐만 아니라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국내 영화팬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배우에 그녀의 이름을 확신하게 각인시킨 것이었다. 바로 지나 데이비스였다. 그녀는 이후 마돈나, 톰 행크스와 함께 출연한 '그들만의 리그', 더스틴 호프만과 함께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히어로' 등을 통해 섹시함과 지적인 매력을 동시에 발산하는 연기자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한창 주가가 절정에 오르던 레니 할린 감독과 지나 데이비스는 1993년 눈이 맞게 되면서 서로 같이 하던 배우자들을 차 버린채 열애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그들이 차버린 로라 던과 제프 골드브럼은 공교롭게도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함께 공연하면서 눈이 맞게 된다.

 

최고의 흥행감독과 주가가 급상승 중인 여배우가 결합했으니 당연히 두 사람이 무엇인가 작품을 함께 한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합은 개인적인 affair에서 마무리 지었어야만 했다. 일로 함께 대박을 노린 두 사람이 선택한 첫 작품은 해적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어드벤쳐 '컷스로트 아일랜드'였다.

 

MGM에서 의욕적으로 무려 9,800만불(국내 돈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해적 블록버스터 어드벤쳐는 1995년 12월 22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개봉하면서 요란하게 출발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고작 1,000만불을 겨우 넘어서는 수치였다.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참담한 실패는 레니 할린 감독과 지나 데이비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겼다.

 

절치부심한 레니 할린 감독은 1년 후에 또 다시 아내 지나 데이비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스릴러 '롱키스 굿나잇'을 내놓는다. 지나 데이비스는 8년전 작전 수행도중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비밀요원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필자는 군대에서 한창 이등병으로 고생할 당시여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휴가 나왔을 때 비디오로 빌려 본 기억이 있다. 어느 덧 이 영화가 개봉한지도 15년이 더 넘은지라 영화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즈음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시기는 1996년.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1996년도 아닌 마치 1980년대 중,후반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내용도 참신하지 않고 액션 장면도 전혀 새롭거나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1996년에 개봉했던 주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지금도 액션영화의 교과서로 남아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더 록',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첨단 무기 액션이 돋보이는 '이레이져' 등이 액션 스릴러였는데, 이런 영화들에 비하면 '롱키스 굿나잇'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전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여자 전사를 캐릭터로 내세운 대표적인 영화들로는 프랑스 영화 '니키타', 시고니 위버의 '에일리언' 시리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롱키스 굿나잇'의 지나 데이비스가 보여준 여전사 이미지는 그다지 매력적이거나 독특함이 느껴지지 못했다. 그리고 하얀 얼굴에 금발 머리 그리고 의도적으로 눈썹 주변을 진하게 화장을 했는지는 몰라도 의도적으로 짓는 지나 데이비스의 표독스런 표정은 마치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벰파이어 같은 오싹함(?)만 안겨주었다. 아마도 남편 레니 할린 감독에게만 지나 데이비스는 매력적인 섹시 여전사로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냉동창고에 자신의 딸과 함께 갇힌 사만다(지나 데이비스)가 기지를 발휘해서 탈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미리 창고에 폭탄장치들을 세팅해놓은 사만다는 냉동창고에서 불꽃을 일으키기 위해 갈고리로 땅바닥을 힘껏 내리치며 불꽃을 일으키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백전노장 여전사라 할지라도 손끝이 저려오는 냉동창고에서 불꽃을 일으키기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 도저히 불꽃을 일으키지 못할 것 같아 절망하는 엄마 사만다에게 딸은 갑자기 자신의 깁스한 팔에 놓여져 있는 성냥을 선물한다. 왜 사만다의 딸은 엄마가 갈고리로 삽질(?)을 거듭하는 순간에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자신의 엄마가 진짜 여전사의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뭏든 딸의 성냥선물 덕분에 사만다 일행은 냉동창고에서 탈출하여 결국 악당들과 사투 끝에 도시를 테러의 위기에서 구해낸다.

 

내용의 개연성이나 액션의 화려함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못한 '롱키스 굿나잇'은 지나 데이비스의 여전사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거부감만 안겨주었다. 시종 일관 험상궃은 지나 데이비스의 표정이 불편하기 그지 없었던 영화 '롱키스 굿나잇'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3,300여만불을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이 영화의 흥행실패로 인해 결국 레니 할린 감독과 지나 데이비스는 헐리우드 주류에서 확실히 밀려나게 되고, 더 이상 메이저급 블록버스터 영화 연출이나 주연 자리를 꿰차지 못하게 된다. '컷스로트 아일랜드'와 '롱키스 굿나잇'의 연속 실패 이후 두 사람은 결국 98년 갈라서게 된다.

 

이후 지나 데이비스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인지 양궁에 몰입하면서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출전하는 등 영화보다 양궁에 더욱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레니 할린 감독은 1999년 해양 스릴러 영화 '딥 블루 씨'로 명예 회복을 노리지만 기대 이하의 흥행성적을 거두게 된다.

 

1990년대 초반 흥행 메이커로 각광을 받은 레니 할린 감독과 한창 상승세를 구가하던 지나 데이비스의 명성에 기대어 제작된 '컷스로트 아일랜드'와 '롱키스 굿나잇'은 당시 영화 산업에 한창 투자를 진행하던 국내 대기업들도 이 영화들을 통해 대박을 노렸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삼성 영상사업단은 '컷스로트 아일랜드'에 제작비를 지원하면서 의욕적으로 참여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롱키스 굿나잇'은 대우시네마가 수입하여 자신들이 임대 운영하던 서울 시내 대형상영관인 대한극장에서 개봉했지만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잠이 오지 않는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롱키스 굿나잇'을 보다 보니 당시에 봤을 때보다도 영화가 더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어 본의 아니게 장문의 리뷰를 남기게 되었다. 당시 전성기를 한창 구가할 수 있었던 레니 할린 감독과 지나 데이비스의 결합은 서로의 명성에 급추락을 안겨주는 결과만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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