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제라블' 용서를 통한 구원과 승리

2013. 3. 2. 02:09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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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이자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로 꼽히는 '레미제라블'. 필자의 기억에는 '레미제라블'이란 제목보다는 '장발장'이라는 제목이 더 친숙하다. 주로 유치원과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 어김없이 등장하는 외국 동화 중의 한 편이 '장발장'이었기 때문이다. 빵을 훔친 죄로 오랜 감옥살이를 하다가 나와서 우연히 만난 신부님의 배려로 성당에서 잠시 얹혀 지내고, 성당에서 은수저를 훔치다가 발각되지만 신부님의 배려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까지만 들어왔다. 아마도 그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이 받아 들이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들이라 주입되지 않은 듯 싶다.

 

 

호주 출신 배우들 중 멜 깁슨, 니콜 키드만과 더불어 헐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인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가 각각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역으로 출연하고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가 한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고, 이 두 배우가 나오는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게 된 것은 휴 잭맨의 경우 2004년의 '반헬싱', 러셀 크로우의 경우 2000년의 '글라디에이터' 이후 처음이다.) 이 외에 '판틴'역할의 앤 헤서웨이, '펜틴'의 딸 '코제트' 역할로 아만다 사이프리드, 약방의 감초같은 조연으로 헬레나 본햄 카터 (늘 나오는 작품들마다 사기꾼 또는 괴팍한 악역 역할만 맡는 듯 보인다.)까지 초호화 캐스팅이 일단 눈길을 사로잡고, 이 호화 출연진들을 거느리고 연출을 맡은 작품은 '킹스 스피치'를 연출한 톰 후버 감독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 신뢰도가 상당히 높게 다가왔다.

 

영화는 초반 오프닝 장면부터 뮤지컬 무대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뮤지컬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거대한 스케일을 화면에 펼쳐 놓는다. 노역을 하는 죄수들이 함께 집단 군무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촬영이 동시 녹음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인데, 노래랑 거리가 멀어 보이는 러셀 크로우나 휴 잭맨 같은 배우들이 능수 능란하게 노래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괜히 헐리우드의 탑 클래스 배우가 된 것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얻게 된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시종 일관 노래를 통해 극이 전개된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배우들을 클로즈업 시킨 채 롱테이크로 배우들의 노래를 통해 감정을 묘사하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 초반 판틴(앤 헤서웨이)이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앤 헤서웨이의 풍부한 성량과 감정표현이 한데 어우러져 강한 몰입을 유도한다. 쉽지 않은 시도였을텐데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면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가장 큰 메시지는 '용서를 통한 구원과 승리'라 할 수 있다. 가석방된 이후 평생 죄수로 낙인찍혀 살아갈 뻔 했던 장발장은 신부의 구원 덕택에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되고, 자신을 평생 쫓던 숙적 자베르 경감에게 마저 자신의 손으로 처단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베르에게 관용을 베푼다.

 

자베르 경감은 죄인은 평생 죄인일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이 장발장으로 인해 흔들리게 된다. 신념과 정체성에 혼돈을 겪은 자베르는 결국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고수한 채 스스로 세상과 이별하게 된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며 키운 판틴의 딸 코제트를 위해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를 구출해낸 장발장은 자신의 삶의 소임이 다했음을 알게 되고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보는 가운데서 생을 마감한다. 2시간 38분의 짧지 않은 런닝타임이지만 영화 중간중간 스토리에 개연성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원작소설의 내용을 모르고 볼 경우 다소 내용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와 웅장한 스케일은 연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고결함을 선사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대선 패배로 상처받았을 이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을거라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보는 사람들마다 관점에서 다르겠지만, 필자가 받은 큰 교훈은 용서를 통한 구원과 승리라는 메시지이다. 하지만 각박한 삶 속에서 신부님이나 장발장과 같은 숭고한 용서를 베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실천하다 보면 용서를 통한 구원과 승리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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