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약속' + 2001년 '친구' + '달마야 놀자' + '조폭 마누라' = 영화 '박수건달'

2013. 3. 2. 02:14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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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은 한국영화 역사상 조폭을 소재로 한 이른바 조폭영화의 전성시대였다. 사상 최초로 전국 800만 관객을 돌파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필두로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전부 흥행에 성공하면서 극장가 스크린은 온통 검은 양복의 일명 깍두기들로 가득 채워졌다.

 

최근 개봉한 '박수건달'이란 영화는 모처럼 선을 보이는 조폭 코미디물이다. 조직의 넘버2 보스가 우연히 운명선이 바뀌게 되면서 신내림을 받는다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박수건달'은 감독과 주연배우 그리고 영화 속의 배경과 설정들을 보면, 소재만 제외하곤 그 동안 우리가 봐왔던 영화들의 설정들을 차용한 듯 싶다.

 

 

우선 배경이 부산이다. 2001년 영화 '친구'의 주무대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그리고 영화 속의 주인공 광호(박신양)는 자신의 보스 전담의사인 미숙(정혜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설정은 1998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약속'에서 주인공인 조폭 공상두(박신양)가 의사 채희주(전도연)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을 연상하게 한다.

 

박신양은 1998년 '약속', 2001년 '달마야 놀자' 등에서 조폭 연기를 선보이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조폭들이 절에 들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의 '달마야 놀자'에서는 코믹스런 조폭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했는데, '박수건달'에서 보여준 박신양의 캐릭터는 마치 '달마야 놀자'에서의 조폭 캐릭터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조진규 감독은 2001년 '조폭 마누라'를 히트 시킨 이후 2004년 '어깨동무', 2006년 '조폭마누라3' 등을 연출하면서 주로 조폭 영화에 일가견을 보인다.

 

6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도 결국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다만 건달이 신내림을 받았다는 소재가 독특한 차별화 포인트이다. 하지만 영화는 소재만 차별화 되었을 뿐 표현법은 기존의 조폭영화 공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박신양은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에 지극한 현실성을 부여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신내림을 받은 조폭의 소재를 과연 얼마나 재미있게 표현할 것인가였다. 그저 아무생각 없이 신나게 웃고 즐기기를 기대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유머코드는 파괴력이 덜하였다. 꼬마귀신을 등장시켜 감동을 이끌어내려 하지만 감동코드도 억지스런 느낌이 들뿐 쉽게 끌어당기지를 못하였다.

 

또한 조연을 맡은 김정태는 이제 캐릭터의 변화를 모색할 때가 온듯한 느낌이다. 너무 판에 박은 듯한 연기가 유머도 감흥도 주지 못한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야 할 것 같다.

 

웃음과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래도 얻은 수확은 박신양은 역시 연기를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배급을 쇼박스가 맡아서 기대를 걸었었다. 지난 해 '범죄와의 전쟁', '도둑들' 등 참신함과 오락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흔치 않은 영화들을 배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수건달'은 쇼박스표 영화라기 보다는 CJ나 롯데가 흥행만을 노리고 노골적으로 찍어낸 기획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각하게 볼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 편하게 스트레스 풀어줄 영화도 아닌 영화 '박수건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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