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참패 홍명보호, 동기부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2014. 2. 2. 11:58Sports BB/축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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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이번 미국 전지훈련 결과를 두고 '참패'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이 어불성설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명백한 '참패'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전지훈련의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조직력 강화나 새로운 신예 선수 발굴을 통한 전력의 depth를 견고히 하게 되었다는 등 뭐하나 제대로 일궈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월드컵 개막 5개월여를 앞두고 히딩크 감독에게 '오대영'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홍명보 감독에게 성급한 비난은 금물이라고 두둔하기도 한다. 절대 틀린 주장은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돌을 던진다 한들 아무런 이득도 건질 수 없으며, 마땅한 대안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002년 히딩크호와 2014년 홍명보호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해외파의 비중이다. 2002년 당시만 해도 전력의 무게중심은 국내 K리그 소속 선수 및 J리그에 진출해 있는 선수들에게 확연히 실려 있었다.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등 국가 대표 전력의 핵심 선수들은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오랜 기간 K리그에서 잔뼈가 굵어 있었기 때문에 조직력을 다지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또한 당시 해외파 선수들은 벨기에에 진출해있던 설기현과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동하던 안정환 정도였다. 설기현과 안정환도 당시에는 주전자리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만큼 K리그 선수들도 월드컵 승선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12년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2002 월드컵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현상에 기인할 수 있다. 이청용, 박주영, 지동원,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 박주호, 윤석영 등 국가대표 전력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력의 무게중심이 확연히 해외파에 몰려 있다. 당연히 K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만 하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인식이 심어졌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을 앞두고 엔트리의 80%는 확정되었고, 나머지 20%를 위한 옥석을 가릴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과연 그 80%의 실체 및 80%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의중이 어떤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과연 20%의 자리를 위한 동기부여가 얼마나 간절하게 와닿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이번 전지훈련 기간동안 아이러니하게도 초점은 전지훈련에 참가한 국내파 선수들에게 쏠린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그리고 이미 국가대표 은퇴를 3년 전에 선언한 박지성에게 몰려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사전에 박지성 기용 여부에 대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지금 이 시점에서 박지성 국가대표 복귀의사를 타진했다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예 처음부터 국가대표 엔트리에 박지성이 포함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었어야 했다. 그것도 올해 첫 전지훈련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전지훈련에서 어떻게 해서든 20%의 가능성이라도 잡아보려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커녕 국가대표 자리에 미련이 없는 (그리고 이미 박지성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할만큼 다했다.) 박지성에게 모든 관심의 초점이 몰리도록 자초한 홍명보 감독은 이미 전지훈련 초기 부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스스로 거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전지훈련 말미에는 유럽에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던 박주영의 이적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라운드보다 벤치에서 사색할 시간이 많아지던 박주영이 월드컵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 더 큰 이슈가 되었다.

 

정말 나쁘게 말하자면 미국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 중에 일부는 아무리 고생해봤자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될거라는 체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프로로서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이다. 하지만 이미 모든 틀이 정해진 듯한 분위기를 은연 중에 풍기면서 구성원들에게 열심히 뛰어보라고 독려하는 것은 '동기부여'가 아니라 '사기죄'가 될 수 있다.

 

이번 전지훈련 기간동안 치러진 세 경기를 보면서 오히려 국내파 선수들에 대해 실력 그 이상의 편견이 팽배해지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게 되었다. 한때 SNS 파문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던 기성용의 SNS에 남긴 글처럼 모든 상황이 해외파가 없으면 대한민국 축구는 전혀 돌아갈 수 없게 흘러가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상식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 멕시코나 미국도 우리처럼 국내파 위주로 팀을 구성했는데 왜 대한민국과 확연한 경기력 및 수준을 드러내는 것일까.

 

물론 비시즌 기간이라는 경기 외적이 여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고,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대부분의 선수들의 경험부족도 단시간에 극복할 수 없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멘탈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치른 전지훈련이라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라도 우선 확실히해서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우선 순위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전지훈련 기간동안 초점은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쏠려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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