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구단 바통을 터치한 타이거즈와 자이언츠. 그 이유는?

2013. 5. 5. 01:58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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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화요일부터 5월 2일 목요일까지 잠실야구장은 3일 연속 매진사례를 기록하였다. 주중에 10,000명 이상 관중이 들어차는 것조차 버거운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27,000석을 수용하는 잠실 야구장이 무려 3일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잠실 야구장 평일 3연전이 매진 사례를 기록한 것은 1995년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치러진 LG 트윈스와 OB 베어스의 3연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었다. 물론 5월 1일 근로자의 날 특수로 인해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는 점도 작용했지만 홈팀 두산 베어스의 맞상대가 당시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KIA 타이거즈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는 잠실 야구장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LG 대 해태, OB 대 해태의 경기는 늘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던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올 시즌들어 최희섭, 나지완, 김상현, 이범호 등의 화끈한 방망이를 앞세워 집중력 넘치는 공격야구를 선보이고 있는 KIA 타이거즈는 리그에서 가장 흥미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관중 몰이에 나서고 있다. 잠실 구장 평일 3연전 매진에 이어 KIA 타이거즈는 넥센 히어로즈와 펼치고 있는 목동구장 주말 시리즈에서도 구름 관중을 몰고 오면서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매진을 기록하지 못하던 목동구장에 2연속 매진 사례라는 선물(?)을 안겨다 주었다.

 

 

 

만원 관중 앞에서 타이거즈는 5월 3일 경기에서 비록 패했지만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무려 탈삼진 10개를 빼앗는 명품 투구를 선보였고, 5월 4일 경기에선 주포 최희섭이 결정적인 순간 2개의 홈런포를 작렬하면서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또한 에이스 윤석민이 복귀하여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를 선보이면서 타이거즈 팬들에게 화끈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올 시즌 타이거즈의 화끈한 경기력은 지난 시즌 대비 관중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에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해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진 공격의 집중력이 타이거즈의 상승세를 견인함과 동시에 흥행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홈 구장인 광주 무등경기장도 올 시즌 5차례나 만원사례를 기록하면서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관중 증가를 기록하는 중이다.

 

반면 2008시즌 부터 지난 시즌까지 5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과 동시에 최다 관중 동원 구단으로 자리를 굳혔던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다 잃어버린 모습이다. 2011시즌 직후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공격력 약화가 우려되었지만 지난 시즌에는 집중력과 작전야구를 통해 이대호의 공백을 간신히 메웠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리드오프 김주찬과 4번타자 홍성흔을 FA로 다른 구단에 모두 내주고 말았다. 대신 보상 선수로 김승회와 홍성민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지키는 야구'를 표방하였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의 패턴은 '지키는 야구'가 아닌 '버리는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결정적인 찬스 때마다 허무한 타격으로 득점 기회를 날려 버리고, 실점을 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공을 뒤로 흘려버림과 동시에 상대에게 점수를 헌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에 투박했지만 화끈한 공격력으로 약점을 커버했던 야구나 양승호 감독 시절 화끈함을 다소 포기하는 대신에 세밀함을 추가하여 상대방을 괴롭혔던 야구가 모두 실종되었다.

 

김시진 감독은 투수력을 앞세운 팀 컬러로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 최고의 장점이었던 '양떼불펜'은 불안하기 그지 없다. 마무리로 기대를 모은 정대현은 프로 입단 후 최악의 컨디션을 보이다가 결국 2군으로 내려갔으며, 지난 시즌까지 철벽 마무리로 믿음을 주던 김사율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대현과 김사율의 부진은 불펜의 약화를 초래했으며, 선발진도 원투펀치 유먼과 송승준의 안정감이 지난 해보다 더 약화된 모습이다. 고원준은 여전히 제 구위를 못찾고 있으며 5선발로 기대를 모은 김승회는 시즌 초반 무리한 연투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화끈한 공격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올 시즌 자이언츠의 야구는 답답함의 결정판이다. 이대호, 홍성흔이 빠진 자리를 메워주어야 할 강민호, 전준우 등은 기량이 점점 퇴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4번 타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대우도 아직은 좀 더 보완해야 할 구석이 많다. 팀 홈런은 고작 5개에 불과하다. 홈런 공동 5위 양의지(두산)와 오지환(LG)이 기록한 숫자와 같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뭐하나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없다. 타이거즈와 자이언츠는 코칭 스태프 구성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다. 선동열 감독과 김시진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로 명성을 떨쳤으며, 지도자로서도 능력을 검증받은 지도자들이다. 선동열 감독은 타이거즈 감독으로 부임해서 지난 시즌 박지훈을 발굴했으며, 올 시즌에는 부진을 거듭하던 양현종을 확실한 에이스로 부활시켰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은 아직까지 눈에 뜨일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투수진은 지난 시즌보다 퇴보한 모습이고, 마운드에서 새롭게 눈에 뜨일 만한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즌 극심한 공격력 부진에 시달리던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 이론과 지도력에서 검증 받은 김용달 코치를 영입하였다. 김용달 코치는 선수들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지도방식으로 최희섭의 부활을 이끌어내고 기존 김상현, 나지완, 이범호 등의 공격력도 업그레이드 시키는 등 '용달매직'을 확실하게 선보이고 있다. 반면에 올 시즌 자이언츠 타격코치로 새로 부임한 박흥식 코치도 김용달 코치 못지 않은 명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이언츠 타선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물론 김시진 감독 체제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는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플레이는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집중력이 결여된 듯한 모습이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No Fear' 정신으로 그라운드에서 박력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던 모습은 희미한 옛 추억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현재 자이언츠 코칭 스태프 사이에서 기존 롯데 출신 코치들과 올 시즌을 앞두고 김시진 감독과 함께 들어온 코치들 사이에 갈등과 알력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석연치 않게 해임된 양승호 감독이 시즌 도중 구단 고위층과 특정 선수 기용을 두고 험악한 갈등을 연출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구단 프런트와 코칭 스태프 사이의 업무 역할 교통정리와 화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팀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김주찬 영입을 통해 외야진의 선수층을 두텁게 함과 동시에 치열한 주전경쟁을 촉발시키면서 팀 전체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반면에 자이언츠는 기존에 보유하던 알짜배기 선수들을 모조리 놓치면서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 올 시즌 관중동원 목표도 지난 시즌보다 낮춰잡은 기이한 행보를 보인 자이언츠는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 만큼이나 마케팅, 프런트의 지원 등도 무기력해 보인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야구 흥행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자이언츠는 올 시즌 흥행 부진의 주범으로 전락하였다.

 

결국 경기장에 찾아오게 되는 이유는 컨텐츠의 밀도이다. 타이거즈와 자이언츠의 상반된 행보가 과연 올 시즌이 종료되는 순간까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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