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찾아온 흥행몰이에 찬물을 끼얹은 썰렁한 목동구장

2013. 4. 22. 00:01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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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같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자꾸 움츠러들게 되고 지난 해부터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이어지면서 몸 속의 생체리듬이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였다. 프로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즌이 개막했지만 일교차가 유독 심하고,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내려가면서 담요와 방한 점퍼를 챙겨야만 야구를 온전하게 볼 수 있는 마치 포스트시즌의 야구장 같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기나긴 4월의 동면을 깨고 4월 20일 전국의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하였다. 아마도 4월 들어 처음으로 봄날씨 같다는 느낌을 얻은 하루였다. 모처럼 날씨가 풀리자 19일 우천으로 인해 하루를 쉬었던 전국 야구장들도 모처럼 관중들로 들어찼다. 특히 전국구 인기구단 KIA 타이거즈가 원정팀으로 나선 문학구장은 개막전 이후 두 번째 매진을 기록했고, 꼴찌에서 허덕이는 한화 이글스가 원정으로 방문한 잠실구장도 충성도 높은 한화팬들이 외면하지 않은 덕분에 22,051명의 관중이 운집하였다. 전통의 영남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대구구장도 개막전 이후 가장 많은 9,720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주었다.

 

 

 

그런데 다른 구장과 달리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은 목동구장엔 고작 2,359명의 관중만이 입장하였다. 목동에만 우박과 서리가 내린 것도 아닌데 평일 관중만도 못한 관중수를 기록하였을까? 더군다나 홈팀 넥센 히어로즈는 5연승의 상승세를 구가하던 중이었다.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고, 성적도 하위권에서 맴돌기 때문에 관중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싶다. 돌직구를 던지자면 목동구장이 주제 넘게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기업의 지원에 의지하는 다른 구단들과는 달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입장 수익에서 도출해야 하는 넥센 히어로즈 구단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장료를 올려도 너~무 올려 받는다.

 

지난 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좌석 배치도부터 살펴본다.

가장 많은 팬들이 일반적으로 찾게 되는 일반석은 위 배치도를 보면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주황색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입장료도 평일 10,0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그런데 관중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금,토,일 주말에는 일반석이 무려 17,000원으로 껑충 오른다. 빠듯한 살림살이를 할 수 밖에 없는 히어로즈 구단의 신세를 이해해주는 아량을 베풀 수 밖에 없는 가격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좌석 배치도를 살펴본다.

 

 

 

지난 시즌보다 좌석 분류 등급이 3개가 늘어났다. 그리고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시즌 일반석과 동급이라 할 수 있는 내야석(주황색 부분)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주황색 좌석의 비중이 약 70% 가량이었다면 올 시즌에는 주황색 좌석의 비중이 40%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대신에 지난 시즌 주황색 내야석(일반석)이 차지하던 부분은 지정석C(1,3루)라는 새로운 등급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올 시즌 입장료를 살펴보면 기가 막히게 된다.

 

내야석 요금은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대신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으며,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지정석C는 평일 13,000원, 주말 20,000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3,000원이 올랐다. 1년 사이에 의자에 금이라도 박아놓은 것일까. 그렇다고 의자가 멀티플렉스 영화관 의자처럼 편리한 것도 아니다. 2008년 리그에 진입한 이후 주력 선수들을 내다 팔아서 구단 살림비를 장만한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시즌부터 이택근, 김병현을 영입하고 올 시즌 연봉협상에도 전에 없던 파격적인 후한 인심을 베풀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후한 인심을 베푼 돈을 팬들의 주머니에서 빼가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보는데 주말이라도 10,000원에서 13,000원 가량 든다. 3D 영화를 보게 될 경우 17,000원 정도 소요된다. 목동 야구장에서 3D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아하는 선수들이 경기 모습을 특별한 장치를 통해 관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론은 목동 야구장이 다른 구장 대비 차별화된 요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야구장으로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콘텐츠가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물론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시즌 박병호, 서건창, 강정호, 브랜든 나이트, 벤 헤켄 등이 각각 공,수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구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MVP와 신인왕을 배출하는 영광을 안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넥센 히어로즈 팬들의 저변이나 충성도는 기존 구단에 비해 상당히 미약하다. 심지어 개막 13연패 수렁에 빠졌었던 한화 이글스는 연패를 당하고 있을 당시에도 홈구장인 대전구장에 6,000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들만큼 팬들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

 

그리고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고 전신 현대 시절 포함 히어로즈 역사의 산 증인이고 선수들 및 팬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았던 김시진 감독을 시즌 도중에 해임하는 악수(惡手)를 두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는데, 단지 한 시즌 선수단에 투자를 했다고 호성적을 기대했던 구단 수뇌부의 터무니없는 욕심이 팬들에게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그리고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역대 프로야구 감독 사상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감독 중의 한 명이다. 물론 감독의 능력까지 거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팬들 사이에서 그다지 명망이 높지 않은 염경엽 감독이 김시진 감독 후임으로 부임한 것은 팬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리그에 처음 뛰어들었을 당시 팬들에게 밀착한 마케팅으로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이전의 겸손한 마케팅이나 노력이 눈에 뜨이지 않는 모습이다. 성적만 좋으면 야구장에 관중이 몰려들 것이라는 거만함이 팽배한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전신 현대 시절에도 성적은 좋았으나 외적인 요인(연고지 이전을 위한 임시 연고지로 수원을 선택)에 의해 팬들에게 외면을 받았던 히어로즈이다.

 

이제 어느 정도 정착되는가 보다 하고 안심하다간 또 다시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비싼 입장료 정책을 굳이 고수해야만 하는지 히어로즈 구단에 묻고 싶어진다. 오히려 히어로즈 구단은 팬들을 어떻게 해서든 야구장에 불러 모으기 위해 더 겸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할 시기이다. 패키지 할인, 먹거리 제공 등의 다양한 마케팅 옵션을 검토해야만 한다. 그리고 목동구장의 비싼 입장료에 걸맞은 만족감과 다른 구장에서 체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단지 구단 성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니 이젠 야구장에 돈 좀 더내고 와주십쇼 하는 식의 몰염치한 서비스 정책은 지금 당장이라도 폐기해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 흥행에 걱정이 되는 요인은 NC, 한화의 부진 만큼이나 히어로즈 구단의 몰염치한 입장료 인상 정책이 아닐까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산업이지만 국내 최대 클래식 음악 회원제 커뮤니티인 '클럽 발코니'의 정재옥 대표가 '클럽 발코니'를 설립한 배경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도서 '무대의 탄생' 중에서)

 

"94년에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엣 강의 카네기 홀 데뷔공연에 갔는데 낭떠러지 같은 3층 발코니석에도 관객이 꽉 차 있더군요.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주머니 얇은 학생이나 공연장을 자주 찾는 진짜 애호가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3층에서 본다'고 했어요. 1층 로열석의 관객은 수익에 도움이 되지만 진정한 마니아는 3층에 다 있다고요. 그 발코니석 관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클럽 발코니'를 만들었죠. 이들이 훗날 성공해서 로열석 관객이 되면 다시 발코니석 관객을 후원해주길 바라면서요."

 

야구는 너무도 보고 싶지만 차마 테이블 지정석 표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반석에서라도 목청놓고 응원하고 싶은 야구팬들이 앉을 자리를 점점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야구를 사랑하는 매니아로 알려져 있다. 한 번쯤은 야구팬의 입장에서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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