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흥행 적신호에 대한 쓴소리 - WBC와 추위에 무대응,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구단들

2013. 4. 20. 02:09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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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구장이 썰렁하다. 3월 30일 개막한 2013 프로야구는 68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관중이 10,0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4월 19일 현재 9,659명).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을 돌파한 지난 시즌 평균 관중 수는 13,45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시즌 관중이 얼마나 급감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중 급감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지난 해 같은 68경기를 치렀던 시점의 주중 경기 관중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2013시즌 68경기를 치르는 동안 주중인 화,수,목에 펼쳐진 경기는 총 36경기이다. 지난 시즌 68경기를 치렀을 당시에는 화,수,목에 펼쳐진 경기가 총 31경기였는데, 그 중에서 4월 11일은 총선이 치러져서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서 사실상 주말이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7경기가 주중 경기로 펼쳐졌다. 혹자들은 일정상 관중 감소 현상이 더 두드러져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실상을 파보면 올 시즌 야구장이 얼마나 썰렁해졌는지 아래의 표를 보면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 68경기가 치러진 시점에서의 주중경기 관중 비교 (2012 시즌 vs 2013 시즌)

 

 구분

주중경기 수

 주중경기 총관중

1만명 이상 입장 경기수 

좌석점유율 

 2013 시즌

36

248,697

 3

 39.6%

 2012 시즌 1)

31

388,936

 18

 68.9%

 2012 시즌 2)

27

335,457 

 16

 66.4%

* 2012시즌 2) : 4월 11일 (임시 공유일) 제외했을 경우

 

이제 야구장이 얼마나 썰렁해졌는지 피부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올 시즌 화,수,목에 펼쳐진 주중 경기에서 1만명 이상 입장한 경기가 고작 3경기에 불과하다. 반면에 지난 시즌 같은 기간에는 18경기에 1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몰려 왔다. 올 시즌 주중경기 좌석점유율은 39.6%로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4월 11일을 제외했을 때의 좌석 점유율 66.4%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 정도면 심각한 위기감을 느낄만도 한데 아직까지 각 구단들은 별다른 대책도 내놓지 않는 모습이다. 외적인 요인으로 원인을 돌리자면 4월임에도 불구하고 심한 일교차로 인해 아침, 저녁으로는 전혀 봄 날씨 같지 않게 느껴지는 괴이한 날씨가 가장 큰 변명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들어 북핵 관련 뉴스가 불거져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경직된 분위기가 만연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 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제 불황이 팬들로 하여금 쉽사리 주머니를 열지 않게 하고, 야구장에 갈만한 여유를 제공하지도 않는다고 원인을 진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외적요인들로 인해 관중이 급감했다고 단정 짓는다면, 그것은 영화 '실미도'의 주인공 설경구의 대사처럼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컨텐츠의 부재이다.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걸핏하면 실책과 볼넷이 속출하고 경기 시간이 보통 3시간을 훌쩍 넘어간다. 한동안 지속되던 경기 시간 단축 캠페인도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실천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확실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을 대신해 자리한 '좋은게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물러터진 일부 지도자들의 안일한 지도 방식은 선수들의 정신적 해이와 집중력 부족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선수들과 일선 지도자들의 안이한 대처는 결국 지난 시즌 700만 관중 돌파의 감흥을 만끽하자마자 펼쳐진 2012 아시아 시리즈와 2013 WBC의 참패를 불러왔다. 2008시즌 부터 5시즌 동안 고착화된 순위구조는 서서히 팬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현재 리그에는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나 1990년대 중반의 LG 트윈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 처럼 넘어서야 할 극강팀들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마치 '도토리 키재기'처럼 하향 평준화된 팀들끼리 점점 수준 떨어지는 경기내용으로 팬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올해 초 WBC부터 올 시즌 개막 직전까지 과연 각 구단들이 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충심을 다했는지 묻고 싶어진다. 대표팀 차출과정에서 무려 7차례나 엔트리가 교체되는 홍역을 겪고, 정작 실전에 돌입해서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무능력함으로 인해 WBC 1라운드조차 통과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왔지만, 이젠 야구팬들의 관전문화가 성숙해져서 관중 동원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근거없는 낙관론만 득실거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개막 이전의 낙관론들은 개막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위기론으로 급변하였다.

 

WBC참패로 인해 상처받은 야구팬들의 마음을 추스릴만한 컨텐츠와 마케팅의 부재가 현재 위기 상황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다. 2006 도하 아시안 게임 참패로 많은 야구팬들은 극심한 '멘붕'을 경험해야만 했다. 하지만 2007시즌을 앞두고 야구팬들을 설레이게 할 만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몰볼'과 '데이터 야구'의 대명사 김성근 감독과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사상 최초로 코치로 활약한 프로야구 1세대 스타 이만수 수석코치를 영입한 SK 와이번스는 당시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스포테인먼트' (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주창하면서 야구장을 일종의 놀이 공간으로 조성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관심을 끌어모은다.

 

또한 김선우, 서재응, 최희섭, 봉중근 등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들이 특별지명으로 국내 무대에 복귀하게 되면서 팬들은 새로운 스타 등장에 대한 설레임으로 들뜨게 된다. 도하 아시안 게임 참패의 충격에 빠져 있던 팬들은 새로운 컨텐츠와 마케팅에 열광하면서 다시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중반 극심한 불황을 겪던 프로야구는 1996시즌 이후 무려 11년 만에 400만 관중시대에 다시 돌입하는 성과를 얻게 된다. 이후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에서의 대표팀의 선전은 관중 동원의 큰 기폭제가 되었고, 결국 2012시즌을 앞두고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핵 잠수함' 김병현이 국내 무대에 전격 복귀하면서 700만 관중을 모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야구팬들의 마음에 생채기와 아쉬움만 안겨다주는 소식들이 속출하였다. 국내 최고 투수로 군림하던 '괴물'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게 되었고, 2013 WBC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패를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각 구단 별로 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기발한 마케팅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다 관중동원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목표 관중수를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20만명 가까이 줄여서 잡는 기이한(?) 계획을 내세우기도 하였다. 올 시즌 사직구장은 매진은 커녕 10,000명을 거뜬히 채우던 평일에도 고작 6,000명~7,000여 명 정도의 관중을 동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9구단 NC의 참여를 그토록 간절하게(?) 반대하던 롯데 구단은 NC가 참여하면 오히려 경기력 수준 저하로 관중 동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신들의 논리를 몸소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무계획에 가까운 마케팅과 질 떨어지는 경기력으로 스스로 관중들을 쫓아내고 있다.

 

경기 불황, 사회적 불안, 그리고 예상치 못한 추위들을 변명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차라리 한 발 앞선 선제적 마케팅을 팬들에게 실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팬들이 야구장에 오는 것조차 힘겨워 한다는 것을 이미 예상했다면 올 시즌을 앞두고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입장료를 인상했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묻고 싶어진다. 구단은 팬이 없으면 존립조차 할 수 없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팬심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커녕 어떻게 해서든 입장수익을 벌어 보려는 욕심만 내세우니 자연히 팬들은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야구장보다 훨씬 안락한 관람환경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주말에 입장료를 아무리 비싸야 10,000원 밖에 받지를 않는다. (일반 상영관 기준)

 

딱딱한 의자에서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야구장 시설들이 안락한 것도 아닌데 무슨 배짱으로 입장료를 인상한 것일까. 그리고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위해 목 놓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구단에서는 어떤 배려를 취했는지 궁금하다. 가령 선착순 5,000명에게 담요나 핫팩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펼쳤다면 팬들은 야구장에서 따뜻한 배려와 추억을 안게 되지 않았을까.

 

WBC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진정으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각 구단들이 합심하여 야구팬들에게 오히려 입장권 할인혜택을 제공이라도 했어야 옳다. 그리고 평균 3만원을 상회하는 테이블 지정석 정도는 의자를 쿠션이 달린 것으로 배치하여 팬들이 정말 지정석에 앉아서 더 큰 혜택을 누리도록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구단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속된 말로 '배째라'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요즘 저녁 날씨는 봄이라고 도저히 부를 수 없을 만큼 쌀쌀하다. 필자도 시즌 초반 야구장을 찾았다가 온 몸을 겨울 옷으로 중무장하고 앉아 있어도 3시간 가까이 앉아 있기가 힘겨울 정도였다. 아무리 야구를 좋아해도 추운 날씨 속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컨텐츠가 남발되는 야구장에 과연 팬들이 loyalty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구단들은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절실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2007시즌 SK 수석코치로 부임한 이만수 감독은 당시 썰렁하기 그지 없던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오면 팬티 바람으로 야구장을 뛰어 다니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세워서 이슈 몰이에 성공했고, SK의 스포테인먼트를 몸소 실천하는 쇼맨십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모두가 좋아하던 이만수 코치가 정작 감독이 되어서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와 언행 등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 일종의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한다.)

 

팬들의 마음은 갈대이다. 인프라도 컨텐츠도 마케팅도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이 당연히 찾아와 줄것이라 믿는다면 그런 실무자는 구단 프런트로 일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KBO는 최근 홈페이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야구장 관람소감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KBO의 대처는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것이다. 대신 팬들의 쓰디쓴 의견을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WBC 참패와 추위라는 외적 요인에 대해 과연 구단들이 어떤 타개책을 들고 나올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방치하다 다시 2000년대 초반의 암흑기로 돌입할 채비를 마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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