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통산 100승 달성하던 날, 이글스는 또 다시 울었다.

2013. 4. 15. 00:24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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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일요일 아침에 전국에 생중계된 LA 다저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세 번째 선발등판 경기는 일요일 오전의 여유와 맞물려 모처럼 야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 주었다. HD 고화질로 보여지는 애리조나의 체이스 필드 구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안구 정화되는 쾌적함을 안겨 주었는데 저런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관중들이나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여건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 모두가 부러웠다.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 때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던 류현진은 당시 중계 방송 화면을 보면 평소의 그 답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하지만 세 번째 선발등판 무대에 오른 류현진의 모습은 국내에서 활약하던 당시의 태평하고 천진난만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에 어느 정도 연착륙하고 있다는 모습을 방증하는 듯 싶었다.

 

 

 

 

전날 경기에서 믿었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패전투수가 되면서 3연전 운용 계획에 비상이 걸린 다저스로서는 자칫하면 3연전을 스윕당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칠 상대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투수가 1선발인 이안 케네디였기 때문이다. 이안 케네디는 2011시즌에 21승을 거두는 등 특급 투수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중이었다. 과연 류현진이 상대 1선발에 맞서 어느 정도의 피칭을 보여줄 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 정확한 제구력과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을 앞세워 상대 에이스 이안 케네디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하지만 3회초 본인의 타석에서 류현진을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첫 타석에서 케네디의 직구를 통타하여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작렬한 것이다. 투수 타석에서 쉽게 승부를 가져가려 했던 케네디에게 류현진의 2루타는 충격파가 꽤 큰 것이었다. 다저스는 1,3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지만 4회초 4번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기선을 제압하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리드를 잡기 시작한다.

 

류현진은 5회초 공격에서도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터뜨리면서 출루한다. 비록 후속타자 칼 크로포드 타석 때 2루에서 포스아웃이 되었지만, 다저스 타선은 2번 타자 슈마허의 2루타와 5번 안드레 이디어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한다. 또한 6회초 공격에서도 류현진은 2사 후 우전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는데 이후 칼 크로포드의 2루타, 슈마허의 볼넷으로 만들어낸 2사 만루 찬스에서 그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맷 켐프가 천금같은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다저스는 귀중한 추가점을 뽑아낸다.

 

류현진은 투구에서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3안타를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는데, 그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맷 켐프와 안드레 이디어도 중요한 득점 상황에서 적시타를 터뜨림으로써 류현진의 타선에서의 활약은 팀 타선에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류현진의 일격에 극심한 멘붕을 겪은 이안 케네디는 결국 5실점을 하면서 마운드에서 물러나게 된다. 다저스는 계투진의 난조로 역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9회초 라몬 에르난데즈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으면서 승리의 발판을 다지게 된다.

 

류현진은 시즌 2승째를 거두면서 한미 통산 100승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그 동안 국내리그에서 보여준 승수 쌓기 행보를 볼 때 류현진의 통산 100승은 진작에 달성되었어야 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국내에 있을 당시 소속팀 한화 이글스의 극도로 불안한 전력이 류현진으로 하여금 순탄한 승수 쌓기에 큰 장애물 역할을 하였다. 한편으로 류현진은 최악의 여건에서 내성을 키우는 능력을 자연스레 쌓을 수 있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특유의 적응력을 발휘하는 발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통산 100승을 달성하던 날, 그의 고향팀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개막 이후 12경기 동안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으며, 어떻게 해서든 LG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이틀 전 선발투수로 등판했다가 조기 강판한 김혁민을 또 다시 선발 투수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둔다. 하지만 이글스는 트윈스에 1회초 수비부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더니 결국 선취점을 내주게 된다.

 

상대 선발투수 우규민에게 시종 일관 무기력하게 끌려 다닌 이글스는 결국 우규민에게 시즌 첫 완봉승을 선사하면서 개막연패로서는 사상 최다인 13연패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모든 투수들을 총동원해도 2군에 머물러 있던 선수들을 콜업하면서 기회를 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개인 통산 1476승에 빛나고 한국시리즈 통산 10회 우승의 위업을 쌓은 명감독 김응용 감독의 명성에 계속해서 생채기가 그어지고 있다.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이글스는 투,타에서 총체적 난국을 보이고 있다.

 

김응용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전구장 펜스를 뒤로 넓히도록 요청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대전구장 외야는 잠실구장 만큼 넓은 외야로 탈바꿈하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펜스를 넓힌 것에 대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올 시즌 김응용 감독이 기대를 걸었던 김태균-최진행-김태완 클린업 트리오는 현재까지 단 한개의 홈런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은 거포 본능을 상실한 채 똑딱이 타자로 전락했으며 최진행과 김태완은 찬스에서 헛방망이질을 반복 생산하고 있다.

 

현재 팀 홈런이 김경언이 기록한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이글스 타선은 극심한 장타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에 외야 수비진은 넓어진 외야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실책들을 연발하고 있다. 기동력이 뛰어난 강동우와 고동진의 공백이 현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투수진에서는 선발진에서 류현진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김혁민과 류창식이 전혀 자신의 몫을 해내지 못하고 잇다. 중간계투진은 필승조와 패전처리조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나오는 투수들마다 통타당하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 바티스타와 이브랜드는 아직까지 류현진 만큼의 완결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글스는 확실하게 연패의 흐름을 끊어줘야 할 에이스의 부재를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아침에 류현진의 경기를 보면서 모처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실 올해 3월에 펼쳐졌던 WBC에서 얻을거라 기대되었던 그런 종류의 짜릿함이었다. 하지만 WBC 대표팀은 아무런 짜릿함도 안겨주지 못하고 극도의 실망감과 허탈함만 안겨 주었다. 과연 류중일 감독이 이전 WBC 대회를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 만큼의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대한 절실함과 사명감을 갖고 임했는지 되묻고 싶어지는 바이다. 김인식 감독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2009 WBC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국내 프로야구 흥행 몰이에 큰 몫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소속팀 한화 이글스는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세대교체 실패 등이 겹치면서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비록 성적은 부진했지만 한화 이글스를 3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고 WBC를 통해 국민감독의 명성을 얻은 김인식 감독을 이글스 구단은 매정하게 외면하였다. 아마도 이글스는 그 대가를 지금 혹독하게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식에 어긋나는 막대한 연봉을 특정 선수에게 몰아주고 대신에 기존 선수들의 연봉 인상폭을 제한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의 싹을 꺾어버린 이글스 프런트의 무능함도 현재의 처참한 상황에 기여했을 것이다. 지금 김인식 감독의 명성을 능가하는 또 다른 명장 김응용 감독은 이글스에서 크나큰 시련을 겪고 있다. 아무도 김응용 감독에게 돌을 던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연패에서 탈출하여 정상적인 페이스로 시즌에 임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7연패에서 탈출한 NC 다이노스는 SK 와이번스와의 주말 홈경기 시리즈에서 팀 창단 처음으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면서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이글스도 충분히 그럴 잠재력을 지닌 팀이다. 아무도 이글스의 부진이 장기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4월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꺼운 외투룰 입어야 하는 차가운 날씨가 좀처럼 멈추지를 못하고 있는데 이글스의 연패 탈출과 더불어 제발 그라운드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군다나 정치, 사회적으로도 뒤숭숭한 소식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가뜩이나 우울한 분위기가 더욱 지속되는데 제발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통해서라도 그 우울한 기분을 떨쳐낼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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