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와 백인천의 경계에 서 있는 김응용 감독

2013. 4. 9. 07:12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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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부터 2003년 8월까지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었던 백인천 감독은 지금도 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 2000년대 초반 자이언츠의 암흑기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회자된다. 그가 재임한 기간 동안 163경기를 치른 롯데 자이언츠는 41승 119패 3무의 처참한 성적을 거둔다. 그 기간 동안 자이언츠는 2003시즌 개막 직후 12연패에 빠지면서 역대 개막 최다연패의 기록을 수립하였다. 성적이 처참했던 것도 모자라 자이언츠는 투, 타의 핵심 기둥을 모두 잃을 뻔 하였다. 기동력의 구단을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미래의 롯데의 4번타자 재목이었던 이대호를 트레이드하려 했고, 간판 투수 손민한은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역시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히려 하였다. 만약 당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면 자이언츠의 암흑기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이언츠 감독으로 재임하는 기간동안 백인천 감독은 모든 선수들의 타격폼에 무리한 메스를 가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타격폼 수정에 실패한 또 다른 대형타자 조경환을 트레이드 시켰고, 향후 SK 와이번스에서 듬직한 스윙맨으로 활약하게 되는 고효준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출되었다.

 

1990년 LG 트윈스 창단 감독으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재임한 동안 이승엽, 최익성, 김한수, 정경배, 신동주 등의 타격 잠재력을 이끌어낸 장본인 백인천 감독의 명성은 2003년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서 물러나는 순간 커다란 흠집이 새겨지게 된다.

 

2008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었던 국내 최초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는 모든 훈련을 선수들의 자율에 맡겼다. 대신에 패배의식에 젖어들어 있던 선수들의 의식을 개조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로이스터는 'No Fear'를 외쳤다. 로이스터 감독은 프로선수들의 기량은 어느 정도 선에서 비슷하다고 여기고, 결국 마인드의 힘의 차이에서 전력 차이가 비롯된다고 판단했고, 그 전략은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 2008시즌 개막전부터 자이언츠 선수들은 언제 꼴찌팀의 선수였냐는 듯 몰라보게 달라진 집중력과 힘을 선보이면서 당시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한화 이글스를 대파하였다. 마인드가 달라지 롯데 자이언츠는 이대호, 가르시아, 홍성흔(2009시즌 부터 합류), 강민호, 조성환 등의 무서운 공격력을 앞세운 화끈한 팀 컬러로 돌풍을 주도하였다.

 

로이스터 감독 재임기간 동안 자이언츠는 팀 창단 최초로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로이스터 감독이 다져놓은 팀 체질은 이후 양승호 감독이 부임하면서 스몰볼이 가미되지만 자신감 습득이라는 소중한 재산이 더해지게 되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통산 10회, 통산 1476승이라는 화려한 위업을 지니고 있는 김응용 감독은 2004시즌 이후 9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였다. 온갖 평지풍파를 다 겪은 노장 감독에게 올 시즌은 더할 나위 없이 혹독하기만 하다.

 

 

 

2008년 시즌부터 줄곧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 체질 개선을 위해 베테랑 김응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응용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김성한, 김종모, 이종범, 이대진 등 과거 타이거즈 전성기의 영광을 함께 했던 역전의 용사들을 한데 모았다. 타이거즈 정신을 이식하기 위해서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개막 이후 7연패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김응용 감독이 2003시즌 롯데 백인천 감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보다는 여전히 롯데의 체질을 바꾼 로이스터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04시즌 당시 삼성 라이온즈는 전반기 초반 10연패를 당하고도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바 있다. 물론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 지금의 한화 이글스의 전력은 많은 차이가 나지만 김응용 감독은 독단보다는 코치들과 선수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또한 동계훈련 기간 내내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훈련을 실시한 만큼 시즌이 거듭될 수록 훈련의 효과는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올 시즌 개막전 9회말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화 이글스는 달라진 응집력을 선보이면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던져주었다. 다만 연패가 지속되면서 선수들이 연패를 끊기 위한 강박관념에 시달린 나머지 경직된 플레이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이번 주부터 새로 개막전에 돌입하는 기분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1476승의 명장 김응용 감독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감독은 아니라고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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