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런닝맨',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퀵 서비스 버젼

2013. 4. 8. 00:00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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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란 제목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87년 아놀드 슈왈츠네거 주연의 SF 스릴러 영화였고, 최근에는 가장 잘 나가는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제목이다.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런닝맨'은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과 제목이 겹쳐서 자칫하면 영화의 인지도가 더 묻혀버릴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왜 제목을 '런닝맨'으로 정할 수 밖에 없었는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만큼 제목에 충실했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20세기 폭스가 처음으로 국내 영화 제작, 배급을 맡아서 더욱 화제가 된 영화 '런닝맨'을 살짝 들여다 본다.

 

 

 

차로 가득한 시내 도심 한 복판을 신나게 누비는 차 한대가 보인다. 낮에는 자동차 수리공으로 밤에는 대리 운전으로 밥벌이를 하는 차종우(신하균)는 어느 날 백지수표 한 장을 제시하면서 자신을 공항으로 태워줄 것을 부탁하는 대박손님을 만나게 되면서 쾌재를 부르지만 자신이 잠시 볼일을 보러 다녀온 사이에 대박손님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졸지에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게 된 종우는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그리고 단순한 살인 사건 뒤에 엄청난 배후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주특기인 도망 본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시종 일관 신하균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아크로바틱 런닝 액션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숨가쁘게 도망가는 신하균의 동선이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구르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뛰어 내리고 구르고 까지면서도 주인공 차종우는 거침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의 액션 동선 만큼이나 영화는 주연배우 신하균을 비롯해 김상호, 조은지, 정석용 등 개성있는 조연들의 코믹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긴장감을 식혀 주는데 모처럼 시원한 액션과 코믹이 곁들여진 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성룡의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아크로바틱 런닝 액션과 코믹이 조화를 잘 이룬 이 영화는 올해 들어 관객의 감정을 무겁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 기복있는 웃픈 영화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서 모처럼 접할 수 있는 액션 코믹 활극이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자칫하면 복잡한 스릴러로 흐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연출을 맡은 조동오 감독은 복잡 다단한 스토리 대신 영화의 기본 컨셉에 충실하기를 선택한다. 스토리는 최대한 단순하게 가져가는 대신 영화 제목의 사전적 의미에 최대한 충실을 기하면서 영화의 박진감과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다만 영화 주인공의 액션 한판 승부를 위해 배려하기로 작정한 듯 공권력인 경찰과 국정원 조직이 다소 허술하게 나오는데 특히 시종 일관 검은 양복만 입고 나오는 국정원 요원들은 어리숙한 무대포의 결정체이다. 하지만 영화 흐름 속에서 그런 설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잘 짜여진 동선에서 주인공이 열심히 달리고 구르면 되는 것이었다. 우연히 국가 기밀에 관련된 사건에 연루된 주인공이 산전수전 다 겪는 설정은 1998년에 개봉한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토니 스코트 감독, 윌 스미스, 진 해크먼 주연)를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보다 훨씬 경쾌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스릴러적인 요소보다는 코믹 액션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둔 모습이다. 마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퀵 서비스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 속에서 부자지간의 애틋함을 나타내기 위해 영화가 중간에 다소 딴길로 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경쾌한 락음악을 듣는 느낌을 전달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원한 활극액션에 빠져보고 싶다면 아낌없이 추천하고 싶은 영화 '런닝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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