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행복을 주는 영화 '파파로티'

2013. 3. 17. 22:06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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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어두운 조폭 생활을 하지만 자신의 성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고교생 장호(이제훈), 촉망받던 성악가였지만 불가항력적인 사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고 세상 모든 것을 늘 시니컬하게 대하는 까칠한 음악선생(상진). 이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뻔하지 않다. 가슴 한 구석에 닫혀 있는 마음에 진동을 일으키고 그 진동의 파장은 꽤나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전달한다.

 

 

 

 

 


<무대인사에 나온 윤종찬 감독 및 한석규, 오달수, 강소라 등의 주연배우들 - 메가박스 센트럴>

 

영화 '파파로티'는 음악을 매개체로 서서히 자신의 꿈에 다가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때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선생 상진(한석규)과 자신의 꿈을 어떻게 실현시켜야 할지 모른 채 방황하는 제자 장호(이제훈)는 음악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마음을 열어간다. 상진과 장호의 주변인물들은 전형적인 캐릭터를 드러낸다. 상진의 대학 후배이지만 상진이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으로 나오는 덕생(오달수)은 까칠한 상진과는 대조적인 물렁물렁한 캐릭터로 영화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장호와 같은 수업을 듣는 여고생 숙희(강소라)는 활기차고 장호에 대한 애정을 서슴없이 드러내며 영화 속에 나름 러브라인을 형성하려 노력한다. 장호가 속해있는 조직의 무시무시한 두목(이재용) 밑에 넘버 2로 있으면서 장호에 대해 부모님 이상의 애정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창수(조진웅) 캐릭터는 역시 조폭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의리파이다.

 

전형적인 주변인물 캐릭터와 다소 뻔해 보이는 듯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파파로티'는 보는 내내 웃음을 던져주고 웃음을 던지는 동안 차곡차곡 감동을 적립해나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진한 감동을 전달한다. 특히 장호(이제훈)를 향해 상진(한석규)이 처음 장호의 노래를 듣던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호 만큼이나 보는 내 자신도 눈물이 글썽거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장면에서 필자가 어릴 적 동생에게 따뜻한 위로나 격려의 말을 던져주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 마음이 더욱 저려왔다. 극 중 장호의 대사처럼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자라온 장호는 언제나 외로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호가 우여곡절 끝에 콩쿠르 대회에서 파바로티의 '네순 도르마'를 혼을 다해 열창하고 상진도 제자의 노래를 빛내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해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장면은 짜릿한 전율을 안겨준다.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만큼이나 더욱 인상 깊었던 노래는 남성듀엣 해바라기가 불렀던 국내가요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인데, 극 중에서 상진과 장호가 연습실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이 노래를 부를 때와 장호가 영화 마지막에 이 노래를 부를 때 클래식 성악곡을 능가하는 전율을 안겨주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든다. 또한 이 노래를 한석규가 '8월의 크리스마스'이후 15년만에 OST에 직접 참여하여 감미롭게 부르는데 더욱 뇌리 속을 맴돌게 한다.

 

자칫 신파로 흘러나갈 뻔할 때마다 주연을 맡은 한석규와 이제훈의 절제된 연기력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고 감동의 깊이를 진하게 전해준다. 그리고 감동적인 장면이 흐르는 순간에도 영화는 일관되게 초반부터 유지해온 유머코드를 놓치지 않는 깔끔한 연출로 흐뭇함을 전달한다.

 

한석규는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데 마치 우리 생활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까칠한 선생 역할을 완벽히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입대한 이제훈은 현존하는 신세대 배우들 중 가장 뛰어난 연기력을 소유한 배우임을 확실히 입증하였다. 선해 보이는 외모가 건달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제훈은 헤어 스타일과 표정 연기만으로 건달을 더욱 건달스럽게 표현하였다.

 

근래 본 영화들 중 억지로 짜내는 감동보다는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감동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노래들에 힘입어 돋보이는 영화 '파파로티'는 이 노래의 주제곡 '그댄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처럼 행복을 안겨다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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