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WBC] 새로운 굴욕을 일궈내고 대회를 마감한 대한민국 대표팀

2013. 3. 6. 09:02Sports BB/야구라

728x90
반응형

사실상 완패였다. 7회말까지 대만 투수진에 무득점으로 꽁꽁 묶인 대한민국 대표팀은 8회말이 되서야 이대호의 적시타, 강정호의 투런홈런 등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던 대만은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경기 내내 보여준 집요함 대신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빨리 끝내려는 흔적이 역력하였다. 3월 5일 WBC 1라운드 대만과의 마지막 경기 최종 스코어는 7회말 2-0으로 마감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대만은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체면(?) 세워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준 듯 싶다. 물론 응원석의 일부 대만 관중들은 국제 스포츠연맹에 제소해서 영원히 경기장에 출입 못하게 해도 무방할 정도였지만...

 

 

 

2013 WBC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설마했던 결과를 일구어내고 대회를 조기 마감하였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서 이번 대표팀 참패의 원인 등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승 1패를 하고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것을 두고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다니 그런 위안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본도 쿠바도 똑같은 룰을 적용받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쿠바는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 그것이 이번 대회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야구팬으로서 생각하고 싶지도 보고싶지도 않은 결과를 보았지만 어차피 모든 대회를 다 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상실한 오만과 코칭스태프의 무능함은 결코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실패요인을 간략하게 집어보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1. 실종된 집중력

 

모든 문제는 집중력 실종에서 비롯되었다. 공 하나하나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야구의 특성을 완전히 망각한 플레이들이 속출하였다. 수비만큼은 세계 정상급이라 자부했으나 3번의 경기에서 무려 5개의 실책이 속출했다. 특히 운명이 걸린 대만과의 최종전에서는 실책으로 결정적인 선취점을 헌납했다.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는 선발투수 윤석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실책이 1회부터 2개나 속출하였다. 고스란히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수비 뿐만 아니라 주루 플레이에서도 대한민국은 이전에 보여준 강력한 기동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횡사로 경기를 그르쳤다. 대만과의 최종전에서 정근우는 대만 수비진의 정교한 플레이에 두 번이나 횡사하였다. 이전에 SK 와이번스 소속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승부의 흐름을 돌려 놓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와이번스 소속의 정근우와 최정은 집중력이 실종된 플레이로 실책과 주루 실수를 연발하였다. 감독이 바뀐 이후 플레이가 눈에 띄게 헐거워진 와이번스의 현주소를 보는 듯 싶었다. 연봉 15억 타자 김태균은 대만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2사 만루 찬스에서 볼카운트 수세에 몰리다가 높은 볼에 방망이를 갖다대고 찬스를 그르쳤다. 2009 WBC에서 보여준 호쾌한 방망이는 사라지고 똑딱이 배트만 남은 모습이다.

 

2. 포수

 

왜 굳이 강민호를 주전 포수로 써야만 했을까. 포스트시즌에서도 결정적인 멘붕성 실책으로 팀 패배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던 강민호는 투수 리드에서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도 불필요한 송구로 추가실점을 자초하였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공격에서도 강민호의 존재감은 미미하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보다 더 퇴보한 모습이었다. 현재 리그에는 박경완, 진갑용, 조인성 등의 대를 이를 포수감이 보이지 않는다. 각 팀마다 독하게 포수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각 팀의 성적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야구 경쟁력이 걸린 과제이다.

 

3. 인프라

 

지난 대회 준우승팀으로서 우승팀 일본과 더불어 톱 시드를 배정 받았지만 정작 1라운드는 홈 그라운드가 아닌 대만에서 원정부담을 안고 임해야만 했다. 이유는? 입이 닳도록 손가락이 닳도록 하는 얘기지만 인프라의 부재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기후 특성상 3월에 야외에서 야구를 치를 형편이 안된다. 하지만 일본은 매년 예선 라운드를 주최한다. 돔구장이 있기 때문이다. 700만 시대를 맞이한 국내 리그의 인프라는 알다시피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광주와 대구에 야구장이 신축되지만 전반적인 인프라의 수준이나 지자체의 인식 수준은 낙제점에 가깝다. 한국의 기후는 점점 사계절이 아닌 여름과 겨울의 비중이 두드러진 형태로 변하고 있다. 10월만 되어도 야외에서 야구를 하거나 관전하기에 부담스러운 날씨로 변한다.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경기를 많이 유치해야 한다. 돔구장은 야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유치할 수 있는 멀티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 이상 인프라로 인해 원정의 설움을 맛본다는 뉴스는 안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WBC는 잊지 못할 새로운 굴욕을 일궈내고 야구팬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안겨준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700만 시대의 달콤한 맛에 취해 기본적인 플레이마저 망각하며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인 후유증은 리그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의 700만 시대의 원동력은 WBC,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선전에서 비롯되었음을 벌써 잊은 듯한 모습이다. 수준 떨어지는 플레이가 지속된다면 국내 리그의 흥행은 다시 200만 관중을 겨우 넘어서던 암흑기로 돌입할 수 있음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