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시대에 적합한 '관계'와 '성공'의 방식을 제시하다. 도서 '낯선사람 효과'

2013. 3. 2. 13:59Book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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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맥이라 하면 가족, 학연, 지연 등을 꼽게 된다. 특히나 국내 뉴스의 정치면 기사들을 보면 특정 지방을 일컫는 PK(부산, 경남), TK(대구, 경북) 등의 영어 약자와 특정 정치인의 이니셜을 딴 '아무개' 계파 등의 용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인맥의 좋고 나쁨의 기준은 어느 동네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고등학교가 얼마나 명문 고등학교인가, 그리고 대학교가 어느 정도 수준의 학교인가, 그리고 일하는 직장의 어느 정도 수준의 직장인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흔히들 인식한다. 

 

그래서 서로 비슷한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끌어 주고 당겨주고 함으로 성공의 길이 보장된다는 속설이 늘 인식되어 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약한 연결 관계가 때로는 우리가 의도하지 못했던 더 큰 성공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다룬 책이 나와서 흥미를 끌었다. 바로 '80/20의 법칙'이란 책을 저술했던 리처드 코치가 펴낸 '낯선사람 효과'라는 책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중대한 일들이 일어나는 순간 과연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저자는 산업사회 이전부터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사상적 변화를 통해 겪게 된 인간 본성의 변화를 언급한다. 그리고 '슈퍼커넥터'와 '허브'라는 개념의 용어들을 많이 다루는데, '슈퍼커넥터'는 말 그대로 다양한 직업, 유형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개인을 뜻하고, '허브'는 한 개인이 속해 있는 조직이나 집단을 일컫는다.

 

여러가지 약한 연결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겪은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아무리 한 개인의 의도가 올바른 것이라 하더라도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 올바르지 못하게 돌아간다면 개인은 결국 매몰되고, 그 개인이 추구하던 좋은 이상마저 매장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발견하게 하기도 한다. 바로 1700년대 프랑스에서 시도된 백과사전 프로젝트와 2001년 탄생한 위키피디아를 비교하는 사례인데, 1713년 드니 디드로라는 청년이 실용적인 지식을 포괄하는 백과사전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새로운 백과사전 1편이 마침내 1750년에 출시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흥행에도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디드로의 백과사전이 일반적인 인물에 지나치게 집중하며, 전통 및 왕권, 상류사회와 교회에 충분한 경의를 표하지 않아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그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과 협력자들을 탄압하면서 디드로는 홀로 고독한 투쟁을 시작한다.

 

혼자서 수백편이 넘는 글을 쓰고, 정보를 수집하고 인쇄작업 까지 감독하는 강행군 속에서 디드로는 시력에 문제가 발생하기까지 한다. 결국 공권력의 탄압과 고독을 이겨내고 1772년 마침내 백과사전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지만, 출판이 다 되고 나서야 디드로는 출판사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모조리 삭제해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당시 시스템의 부재와 디드로의 성과물을 알릴 수 있는 인프라(공공도서관)의 부족은 디드로의 성과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중대한 장애물이 된 것이었다.

 

반면에 2001년 지미 도널 웨일스는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자유로운 형식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에 옮기는데 그렇게 탄생한 사전이 바로 그 유명한 '위키피디아'이다. 누구나 웹 페이지에 참여하여 내용을 쉽게 수정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도록 개발된 방식의 웹 백과사전은 260개의 언어와 1,200만건에 육박하는 자료들이 집대성된 거대한 정보의 바다로 탄생하였다.

 

디드로와 웨일스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많은데도 결과물은 그 반대가 되었다. 바로 협력과 결과물의 차이이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차이에서 도래한다.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네트워크의 형성을 유도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허브들이 생겨나게 되고 새로운 관계와 결과물이 형성되는 것이다.

 

허브는 흔히 인식하는 기업이나 학교, 또는 연구집단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취미와 기호에 의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형성될 수 있다고 저자는 제시한다. 또한 직장을 옮기지 못해 망설이는 이들에게 과연 적정한 근무기간은 어느 정도이고 언제 이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해진 현대 사회에서 폐쇄적인 성향의 집단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구성된 집단에 속해 있어야 개인의 더 큰 발전이 가능하고, 약한 연결 관계 속에서 우리들은 뜻하지 않은 성공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제시된 사례들은 전부 외국의 사례라서 국내 독자들에게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본다면 지난 해 전 세계에 K-POP 돌풍을 몰고온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 수 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투브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키게 되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강남스타일'을 원곡 그대로 따라 부르면서 열광하게 되었다. 싸이는 급기야 미국 공중파 방송, CNN 등에 출연하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독특한 점은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발표할 당시 세계적인 유명 음반 프로듀서와 작업한 것도 아님에 불구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그의 지명도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게 된 점이다.

 

지난 시즌 성탄 전야에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솔로대첩'도 한 학생이 자신의 SNS에 아이디어를 올린 것이 발단이 되어 급기야는 상업적인 이벤트로 발전하게 되었다. 지금도 온라인 상에서는 취업, 유학, 취미, 교제 등의 다양한 목표 하에 같은 목표를 지닌 사람들이 별다른 인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인연을 쌓아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필자가 그 동안 살아온 과정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그다지 깊지 않던 인연으로 맺어져 있던 사람에 의해 생긴 적도 몇 차례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다. 세상은 점점 개방적인 소통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불통'이란 단어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도 들리는 일이 적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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