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31. 12:19ㆍSports BB/야구라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이름을 보면 스타디움, 필드, 파크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 아니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공설운동장, 시민운동장, 종합야구장 등 딱딱한 느낌을 물씬 풍겨주는 명칭들이 야구장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올해 새로 개장한 광주의 챔피언스필드가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야구장에 '필드'라는 명칭을 붙인 사례입니다.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명칭이 왜 그리 제각각인지를 뉴욕에 위치한 시티 필드와 양키 스타디움, 그리고 워싱턴에 위치한 내셔널스 파크 등을 다니면서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명칭에 부합하게 야구장은 설계되어 있고, 명칭에 걸맞은 서비스와 환경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 올릴 메이저리그 구장 탐방기의 주인공은 2009년부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소속한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 필드입니다. 1964년부터 2008년까지 셰야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다가 2009년부터 최신 시설의 시티필드로 홈구장을 옮긴 뉴욕 메츠. 2000년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후 2006년 시즌 잠시 반짝한 것을 제외하곤 좀처럼 포스트시즌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8 시즌 이후 (89승 73패), 시티 필드로 넘어온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5할 승률을 넘어서지 못하는 바람에 좋은 시설의 구장을 보유하고도 관중 동원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8월 30일 기준, 1,756,253명, 내셔널리그 전체 15개 팀 중 13위)
그러나 구장 시설만큼은 향후 새롭게 신축되거나 업그레이드 되어야 할 국내 프로야구 야구장에 모범이 될 만한 가이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티필드 탐방기를 시작해봅니다.
일일 주차권은 22불이며, 메츠 구단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넓고 정돈이 잘 된 주차장에서 바라본 시티필드의 전경입니다.
경기장 입구 주변에 전시된 '빅애플' 조형물입니다.
입구에서 표를 확인하고 들어가면 마치 쇼핑몰처럼 조성된 입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경기장 통로로 진입하게 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때마침 티셔츠 경품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티셔츠를 받자마자 위에 걸치고 있는 어느 야구팬의 모습이 보입니다.
참 부지런하죠? 오늘 선발 출장할 선수들의 사진과 이름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서면 바로 보일 수 있게 전시해 놓았습니다. 국내 야구장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서 낯익은 차 한대가 전시되어 있네요. 시티필드의 스폰서 업체 중의 하나인 현대자동차가 입구에 제네시스를 전시하고 홍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네시스가 전략 차종 중의 한 대이지만 시티필드를 방문하는 주요 고객층의 소득수준이 중산층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소나타를 전시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물론 현대차에서도 알아서 다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겠지만요.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서면 보이는 메인 입구의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기념품 스토어에는 역시나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들이 팬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눈여겨 본 상품은 역시나 버블헤드 인형. 메츠의 간판타자 데이빗 라이트의 버블헤드 인형을 질렀습니다!
메이저리그 카드도 나름 중독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번 구입하기 시작하면 수집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사진만 담고 왔습니다.
홈런이 터지면 구장 한 가운데서 솟아 오르는 빅애플 조형물. 너무 무거워서 구입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방문하게 되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려는 부분이 다름 아닌 콘코스였습니다. 국내 구장에는 최근에 개장한 챔피언스 필드를 제외하면 콘코스에 대한 개념조차 성립이 되어 있지 않은데요. 메이저리그 구장의 가장 큰 두드러진 특징은 정문 게이트에서 표를 끊고 통과하고 나면 그 안의 공간은 (야구장 좌석을 제외하고) 야구장의 표를 구입한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개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좌석의 퀄리티는 금액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야구장 필드를 어느 각도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개방형으로 구현해 놓은 메이저리그 야구장은 그야말로 하나의 공원이자 테마파크 입니다.
다양한 음식들을 선택할 수 있고 가는 곳마다 먹거리를 구입하려는 야구팬들로 인산인해입니다.
이전 홈구장인 셰아 스타디움의 유물도 시티 필드 안에 꾸며 놓았습니다.
뉴욕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중의 하나인 셱쉑 버거 (Shake Shack)가 시티필드 안에 입점해 있습니다. 저도 30분 넘게 기다려서 구입해서 먹었는데 너무 기대했던 탓인지 맛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뉴욕메츠의 로고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가장 큰 특징은 나이 드신 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발코니 형태로 진입하기 쉬운 통로에 좌석을 마련한 점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길다보니 나이 많은 관객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아마 국내 프로야구도 10년에서 20년이 지나면 메이저리그 구장들처럼 나이많은 야구팬들을 쉽게 발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날 스타워즈 관련 이벤트도 펼쳐졌는데요. 스타워즈에 등장한 캐릭터 복장을 한 인원들이 야구장 곳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콘코스에서 바라본 그라운드 풍경입니다. 쾌적한 천연잔디가 청량감을 안겨줍니다.
가족, 친구, 연인 단위의 관중들이 여유롭게 좋은 시설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야구를 즐기는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야구장 위에서 바라본 콘코스 입니다.
메이저리그 구장에 부러우면 질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인프라는 다름아닌 전광판입니다. 너무나도 선명한 총천연색 화질의 전광판이 보는 눈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전광판 주변에는 다양한 스폰서 업체의 광고판들이 전광판을 수놓고 있습니다. 상업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특징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메이저리그 구장의 전광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 홈구장인 셰아 스타디움을 소개하는 문구와 조형물입니다. 오랜 역사를 보유한 야구장이 한 개인의 미적 욕심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흔적의 체취조차 느낄 수 없는 국내의 현실과는 너무도 대조됩니다.
금요일이지만 관중석 상단은 빈자리가 확연히 보입니다. 부진한 홈팀의 성적과 맞물려 원정팀이 그다지 인기가 높지 못한 마이애미 말린스라는 점도 텅빈 관중석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아름다운 야구장의 모습을 담느라 정작 경기에는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초반부터 홈팀 메츠가 일방적으로 앞서나가는 바람에 경기 자체도 그다지 긴장감을 선사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발코니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관중석입니다. 참 편안할 것 같습니다.
넓은 규모의 초대형 주차장. 주차하는데 별다른 걱정이 들지 않더군요.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이기에 가능한 인프라일지도 모릅니다.
밤에 은은한 조명이 수놓아진 시티필드의 아름다운 외관입니다.
때마침 보름달이 떠서 함께 담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사소한 휴지통 조차도 야구단과 야구장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노력을 보이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정성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자인은 거창한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인입니다. 제가 왜 이런 멘트를 남기냐면은 야구팬들과 야구인들의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진 동대문구장에 대한 진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그 곳에 돔구장이 아니더라도 시티필드 수준의 쾌적한 야구장과 주변을 녹지공간으로 꾸몄다면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야구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계절과 시기에 따라서 인도어 스포츠 이벤트, 콘서트 등도 언제든지 개최될 수 있습니다. 동대문에 새롭게 지어진 디자인파크의 활용도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기 위해 거창한 건축물을 짓는 것이 디자인이라 여기는 리더쉽은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남깁니다. 메이저리그 구장 곳곳을 돌아보다 보면 팬들을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배려한 흔적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새롭게 지어질 국내 야구장도 반드시 고객 마인드의 관점으로 모든 행정과 건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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