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의 통 큰 선택에 통 크게 보답한 임지섭

2014. 3. 30. 21:03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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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로야구 개막 2연전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감독은 LG 트윈스의 김기태 감독이었다.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지난 시즌까지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베테랑 우완투수 김선우를 예고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과연 베테랑 김선우가 친정팀 강타선을 상대로 어떤 투구 내용을 보여줄지가 관심사였는데, 김선우는 양의지, 칸투 등에게 홈런 2방을 내주는 등 결국 친정팀의 화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아쉬운 패배를 받아 들여야만 했다.

 

잠실 라이벌과의 개막 2연전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에 따라 정규시즌 초반 판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김기태 감독은 3월 30일 2차전 선발투수로 올 시즌 고졸 좌완 투수인 임지섭을 기용하는 또 다른 파격 승부수를 띄웠다. 프로 데뷔 첫 무대를 치러야 하는 신인에게 중압감이 높은 개막 2연전 중의 한 경기를 맡긴 것은 베테랑 김선우를 기용한 것보다 더 큰 승부수라 할 수 있었다.

 

 

 

 

제주고를 졸업하고 LG 트윈스에 입단 당시 좌완 파이어볼러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데뷔 첫 해부터 과연 프로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였던 신인 임지섭은 지난 주 일요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4.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는 호투를 선보이며 어느 정도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당시 시범경기도 내야석을 가득 메운 2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운집했고, 그 상황에서도 임지섭은 전혀 주눅들지 않는 피칭을 선보여 류현진, 김광현 이후 오랫만에 통 큰 신인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26,000명이 만원관중이 들어찬 정규시즌 경기의 중압감은 시범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였다.

 

임지섭은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1회초 투구에서 까다로운 오재원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삼진을 잡아냈고, 리그 최고의 정교한 배팅을 자랑하는 김현수를 상대로 파울플라이, 전날 개막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드린 칸투를 좌익수 플라이로 막아내면서 고비를 넘기는데 성공하였다.

 

팀의 막내의 어깨에 얹어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팀 타선도 1회부터 폭발하며 지원사격하였다. 특히 개막전에서 침묵을 기록했던 외국인 타자 조시 벨은 2-1로 박빙의 리드를 달리던 3회초 국내 무대 첫 투런홈런을 작렬하며 벤치의 사기를 북돋워 주었다. 전날 결승 역전홈런을 터뜨린 칸투에 비해 잠잠하던 벨은 마침내 잠실구장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벨소리를 울려 주었다.

 

당초 공략이 어려울거라 예상되었던 베어스 선발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트윈스 타선은 상하위 가릴 것 없이 골고루 폭발하면서 결국 노경은을 조기 강판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베어스는 올 시즌 계투진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좌완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정대현은 좀처럼 제구력 영점조절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승부의 추를 기울게 만들었다. 7-1에서 이진영의 올 시즌 첫 그랜드슬램은 승부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는 한방이었다.

 

임지섭은 화끈한 타격지원을 등에 업고 신인답지 않은 배짱 넘치는 피칭으로 75개의 투구수, 5이닝 1실점, 탈삼진 2개의 효과적인 피칭으로 김기태 감독의 통 큰 결정에 통 크게 보답하였다. 임지섭은 2006년 류현진 이후 8년 만에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고졸 신인투수가 되었다. 2006년 류현진, 2007년 김광현 등 거물 신인 투수의 등장은 리그에 활기를 불어 넣어줌과 동시에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의 기반이 되었으며, 프로야구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민스포츠로 확고한 기반을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류현진, 김광현 이후 리그에 좀처럼 활기를 불어 넣어줄 만한 새 얼굴의 부재현상은 심화되었다. 결국 리그 전체의 경기력 저하라는 비판도 대두되면서 지난 시즌 프로야구는 2012시즌 700만 관중 시대의 정점을 찍은 이후 7년 만에 관중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 2연전부터 임지섭이라는 새로운 신인 투수의 등장은 소속팀 LG 트윈스 뿐만 아니라 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스토리 텔링 소재로 거듭날 수 있는 기대감을 안겨 주었다.

 

임지섭의 통 큰 행보가 과연 올 시즌 내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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