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 '부당거래'에 '영웅본색'을 덧칠하다.
2013. 3. 2. 13:46ㆍ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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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의 작품에서 질펀하고 피비린내 나는 남자들의 혈투를 주로 다룬 각본을 쓰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 박훈정 감독은 데뷔작의 제목은 아예 대놓고 '혈투'로 선보였다. 이처럼 일관성 있게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색깔을 드러내는 작가 출신의 감독은 퓨전 사극을 다루는 김대우 감독과 더불어 박훈정 감독이 유이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겸업 감독들 중에서 말이다.)
박훈정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품 '신세계'도 박훈정 감독만의 색깔이 포스터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다 흥행을 의식하고 작품에 임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등 좀처럼 한 작품에서 보기 힘든 충무로 A급 배우들을 한 영화에 한 포스터에 모아놨기 때문이다.
포스터에서부터 남자들의 질펀하고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다뤄지는 영화임을 인식하게 하는 영화 '신세계'는 첫 장면서부터 '이 영화는 박훈정이 만들었소' 하고 대놓고 드러낸다. 사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잔인한 영화는 경계하는 터라 영화 보는 내내 눈쌀을 찌푸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미간의 근육에 피로감이 몰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의 잔인성은 박훈정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그 악명높은(?) '악마를 보았다'에는 미치지 못함을 미리 밝혀 두는 바이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자신의 색깔을 대놓고 드러내기 보다는 흥행을 의식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액션장면은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굵직한 서사구조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나마 황정민이 연기하는 정청 캐릭터가 영화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질펀한 농담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정청이란 인물 자체가 애초부터 그렇게 희희낙락하고만 지낼 인물은 아니었기에 관객들은 그가 유머를 던져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청의 무자비함을 경계한 듯 차마 대놓고 웃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는 황정민이 연기한 정청이었다. 가벼운듯 보이지만 의리를 중시하고 자신이 믿음을 준 사람은 끝까지 안고 가는 정청의 캐릭터는 1980년대 한국에 홍콩 느와르 영화의 붐을 몰고 오게 한 영화 '영웅본색'에 등장하는 소마(주윤발)를 연상하게 한다.
액션이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정청의 무자비함이 드러나는 창고에서의 장면과 이중구(박성웅) 일당과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등에서 혈투를 벌이는 장면은 금새 오감을 마비시키고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굵직하고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진행이 마치 풍선처럼 팽창하다가 종반부로 진입하는 두 개의 액션장면에서 폭발하게 된다.
조폭들이 쥐락펴락 하는 골드문 그룹의 실질적인 조정권을 얻기 위해 막후에서 일명 '신세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경찰 강과장 역할을 맡은 최민식의 노련한 연기는 마치 경기 흐름을 모두 꿰고 있는 노련한 야구감독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어 뜨리는 강과장 캐릭터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는 듯하다.
8년 동안 골드문 그룹에 잠입하여 정청(황정민)의 두둑한 믿음을 받는 '브라더' 이자성 역을 맡은 이정재는 연기력이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이다. 자신을 8년 동안 믿어주는 깡패들보다 더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는 경찰에게 회한을 드러내는 장면은 극중에서 이자성이 어떤 반전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 암시한다.
골드문 그룹의 터줏대감 2인자였다가, 정청이 들어오면서 한 발 밀려나면서 호시탐탐 정청을 밀어내려 하는 악랄한 조폭 이중구로 등장하는 박성웅도 눈썹을 실룩거리면서 경찰에게도 악랄한 폭언을 서슴치 않는 악역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2007년 '태왕사신기'의 주무치 이후 또 다른 전환점이 될만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들이 질펀하게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유일한 주요 여자 캐릭터로 등장하는 송지효의 존재는 다소 빈약하다. 하지만 그 짧은 장면(총격전을 펼치는 장면)에서 송지효의 모습은 영화 '쌍화점'에서 보여줬던 에로연기 보다 훨씬 섹시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가장 큰 줄기는 극 중 강과장의 대사처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질펀하고 잔혹한 세상에서 서로가 꿈꾸는 '신세계'를 위해 선과 악의 경계마저 허물어 뜨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오로지 선이며 '신세계'임을 강조하는 피비린내 나는 혈투 속에서 결국 더욱 독해지는 자만이 올라설 수 밖에 없는 씁쓸한 모습을 그린다.
박훈정 감독은 자신이 각본을 쓴 '부당거래'에서도 씁쓸한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가감없이 묘사한 바 있다. '신세계'에서도 '부당거래'가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도무지 누가 선이고 악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대신 박훈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부당거래'의 모순을 넘어서기 위해 '영웅본색'의 테마를 차용한 듯 싶다. 바로 '의리'이다.
그 '의리'가 정청(황정민)과 이중구(박성웅)를 태초부터 구분지었으며, 강과장(최민식)과 정청(황정민)과도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한다. 결국 '의리'는 이자성(이정재)의 마지막 선택과 변화의 결정적인 키워드가 된다.
지난 해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영화 '신세계'는 한국형 느와르 영화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만한 영화로 자리매김할 듯 싶다. 이 영화를 배급한 영화사 New는 올해 '7번방의 선물'에 이어 '신세계'로 또 다시 대박을 터뜨릴 기세이다. 관객들의 기호를 정확히 꿰뚫는 영화들을 선보이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New는 기존의 CJ, 쇼박스, 롯데 라는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포지셔닝에 확실히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New의 다음 라인업이 기대되는 바이다.
박훈정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품 '신세계'도 박훈정 감독만의 색깔이 포스터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다 흥행을 의식하고 작품에 임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등 좀처럼 한 작품에서 보기 힘든 충무로 A급 배우들을 한 영화에 한 포스터에 모아놨기 때문이다.
포스터에서부터 남자들의 질펀하고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다뤄지는 영화임을 인식하게 하는 영화 '신세계'는 첫 장면서부터 '이 영화는 박훈정이 만들었소' 하고 대놓고 드러낸다. 사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잔인한 영화는 경계하는 터라 영화 보는 내내 눈쌀을 찌푸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미간의 근육에 피로감이 몰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의 잔인성은 박훈정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그 악명높은(?) '악마를 보았다'에는 미치지 못함을 미리 밝혀 두는 바이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자신의 색깔을 대놓고 드러내기 보다는 흥행을 의식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액션장면은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굵직한 서사구조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나마 황정민이 연기하는 정청 캐릭터가 영화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질펀한 농담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정청이란 인물 자체가 애초부터 그렇게 희희낙락하고만 지낼 인물은 아니었기에 관객들은 그가 유머를 던져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청의 무자비함을 경계한 듯 차마 대놓고 웃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캐릭터는 황정민이 연기한 정청이었다. 가벼운듯 보이지만 의리를 중시하고 자신이 믿음을 준 사람은 끝까지 안고 가는 정청의 캐릭터는 1980년대 한국에 홍콩 느와르 영화의 붐을 몰고 오게 한 영화 '영웅본색'에 등장하는 소마(주윤발)를 연상하게 한다.
액션이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정청의 무자비함이 드러나는 창고에서의 장면과 이중구(박성웅) 일당과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등에서 혈투를 벌이는 장면은 금새 오감을 마비시키고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굵직하고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진행이 마치 풍선처럼 팽창하다가 종반부로 진입하는 두 개의 액션장면에서 폭발하게 된다.
조폭들이 쥐락펴락 하는 골드문 그룹의 실질적인 조정권을 얻기 위해 막후에서 일명 '신세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경찰 강과장 역할을 맡은 최민식의 노련한 연기는 마치 경기 흐름을 모두 꿰고 있는 노련한 야구감독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어 뜨리는 강과장 캐릭터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는 듯하다.
8년 동안 골드문 그룹에 잠입하여 정청(황정민)의 두둑한 믿음을 받는 '브라더' 이자성 역을 맡은 이정재는 연기력이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이다. 자신을 8년 동안 믿어주는 깡패들보다 더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는 경찰에게 회한을 드러내는 장면은 극중에서 이자성이 어떤 반전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 암시한다.
골드문 그룹의 터줏대감 2인자였다가, 정청이 들어오면서 한 발 밀려나면서 호시탐탐 정청을 밀어내려 하는 악랄한 조폭 이중구로 등장하는 박성웅도 눈썹을 실룩거리면서 경찰에게도 악랄한 폭언을 서슴치 않는 악역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2007년 '태왕사신기'의 주무치 이후 또 다른 전환점이 될만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들이 질펀하게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유일한 주요 여자 캐릭터로 등장하는 송지효의 존재는 다소 빈약하다. 하지만 그 짧은 장면(총격전을 펼치는 장면)에서 송지효의 모습은 영화 '쌍화점'에서 보여줬던 에로연기 보다 훨씬 섹시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가장 큰 줄기는 극 중 강과장의 대사처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질펀하고 잔혹한 세상에서 서로가 꿈꾸는 '신세계'를 위해 선과 악의 경계마저 허물어 뜨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오로지 선이며 '신세계'임을 강조하는 피비린내 나는 혈투 속에서 결국 더욱 독해지는 자만이 올라설 수 밖에 없는 씁쓸한 모습을 그린다.
박훈정 감독은 자신이 각본을 쓴 '부당거래'에서도 씁쓸한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가감없이 묘사한 바 있다. '신세계'에서도 '부당거래'가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도무지 누가 선이고 악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대신 박훈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부당거래'의 모순을 넘어서기 위해 '영웅본색'의 테마를 차용한 듯 싶다. 바로 '의리'이다.
그 '의리'가 정청(황정민)과 이중구(박성웅)를 태초부터 구분지었으며, 강과장(최민식)과 정청(황정민)과도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한다. 결국 '의리'는 이자성(이정재)의 마지막 선택과 변화의 결정적인 키워드가 된다.
지난 해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영화 '신세계'는 한국형 느와르 영화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만한 영화로 자리매김할 듯 싶다. 이 영화를 배급한 영화사 New는 올해 '7번방의 선물'에 이어 '신세계'로 또 다시 대박을 터뜨릴 기세이다. 관객들의 기호를 정확히 꿰뚫는 영화들을 선보이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New는 기존의 CJ, 쇼박스, 롯데 라는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포지셔닝에 확실히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New의 다음 라인업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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