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7. 17:27ㆍSports BB/축구라
코로나로 1년 동안 연기되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마침내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약 보름 간의 열전에 돌입합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3위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부터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대한민국 선수단은 줄곧 중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스포츠 전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일본의 상승세가 매우 무섭습니다.
지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일본은 다시 2위 자리에 복귀했고 도쿄올림픽에서는 종합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마치 1988 서울 올림픽 당시의 대한민국 선수단을 보는 느낌입니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체육 정책은 예전처럼 대기업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무언가 정체되는 느낌입니다. 엘리트 체육의 폐단을 막기 위해 체육 육성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면서 그 사이에 일본은 탈 아시아급의 도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아무래도 가장 많이 관심이 가는 종목은 역시나 남자 축구입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5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시안컵에서는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60년이 넘도록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도 아시안게임에서 정말 많은 곡절을 겪었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남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숱한 수난(?)을 겪었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4강 탈락 - 이란에 0-1 패배 (감독: 박종환)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2연속 금메달 획득을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1990년 이태리 월드컵 본선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참패를 당했지만 적어도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마땅한 적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시안게임도 순항을 거듭했지만 이란과의 4강전에서 시종 일관 우위를 보이다가 후반 막판 예상하지 못한 기습에 골을 내주면서 허무하게 탈락했습니다. 이 때부터 지긋지긋한 이란 징크스가 피어오르게 됩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 탈락 - 우즈베키스탄에 0-1 패배 (감독: 아나톨리 비쇼베츠)
소련을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로 이끌었던 비쇼베츠 감독을 영입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8강에서 숙적 일본과 외나무 다리 맞대결을 펼칩니다. 치열한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한 끝에 황선홍(2골), 유상철(1골)의 맹활약에 힘입어 3-2로 격파하고 1년 전 도하에서 당한 패배를 통쾌하게 설욕합니다.
그러나 일본전 승리로 해이해졌는지 당시 처녀 출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좀처럼 골찬스를 살리지 못합니다. 결국 후반에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정말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찬 평범한 중거리 땅볼을 당시 대한민국 골키퍼 차상광이 어이없게 뒤로 흘리면서 대한민국은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합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8강 탈락 - 태국에 1-2 패배 (감독: 허정무)
그야말로 충격적인 대회 중의 하나로 기억됩니다. 최용수, 윤정환이라는 당시 떠오르는 최고의 영건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8강전에서 홈팀 태국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결국 연장전에서 태국에게 프리킥 결승골을 내주고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합니다.
홈에서 태국 축구 대표팀은 브라질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기세를 선보입니다. 대한민국도 결국 태국 홈에서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4강 탈락 - 이란에 승부차기 패배 (감독: 박항서)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기운을 받아 16년 만에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남자 축구 금메달은 예약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4강에서 이란을 맞아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가 결국 승부차기에서 이영표의 그 유명한 '이동국 군대가라' 실축이 나오면서 대한민국은 허무하게 탈락합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4강 탈락 - 이라크에 0-1 패배 (감독: 핌 베어백)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4강의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라크에 0-1로 덜미를 잡히면서 4강에서 탈락했고 3-4위전에서도 또 다시 이란에 덜미를 잡히면서 아시안게임 이란 징크스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 탈락 - UAE에 0-1 패배 (감독: 홍명보)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UAE와 맞붙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연장전 막바지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승부차기에 대비해 골키퍼를 교체했는데, 골키퍼를 교체하자마자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합니다. 나름 승부차기를 미리 대비한 포석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로 돌아오면서 대표팀은 큰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란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3으로 뒤지고 있다가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지긋지긋했던 아시안게임 이란 징크스를 통쾌하게 털어냅니다. 당시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 구자철, 기성용 등 주축 멤버들이 껴안고 감격해하던 모습이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당시의 끈끈함이 토대가 되었는지 몰라도 2년 뒤 홍명보 감독은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합니다.
이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이광종 감독의 짜임새 있는 운영을 바탕으로 안정감 넘치는 조직력을 과시하며 결승에서 북한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고 2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4년 뒤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한민국은 손흥민을 와일드카드로 투입하면서 전의를 다졌는데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뜻하지 않은 일격을 당하면서 궁지에 몰립니다. 그러나 이후 각성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8강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였던 우즈베키스탄과 난타전 끝에 4-3 승리를 거두면서 고비를 넘습니다. 결국 일본과의 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끝에 2-1 승리를 거두고 2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성공합니다.
당시 와일드카드에 발탁되었던 황의조를 두고 많은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황의조는 신들린 활약으로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합니다. 황의조라는 새로운 스트라이커 자원이 발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과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어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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