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야구] 러시아 월드컵 김영권과 오지환

2021. 7. 30. 11:38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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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도쿄올림픽 야구 이스라엘과의 1차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연장 승부치기 접전 끝에 6-5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그 중에서도 오지환(LG트윈스)의 활약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가 없었다면 승리하기 힘들었을 만큼 결정적인 고비에서 오지환은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만점짜리 활약을 펼친다.

 

도쿄올림픽의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한 오지환은 시계를 3년 전으로 되돌리면 이른 바 국민 욕받이라 불리어도 모자랄만큼 야구 팬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발단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면제 혜택과 연결되어 있는 만큼 프로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몸값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이다. 당시 29세이던 오지환은 더 이상 병역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지환으로선 2018 아시안게임이 자신의 병역혜택의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 전까지 오지환의 발탁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결국 그는 대표팀 엔트리에 합류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병역문제는 사소한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상당한 파동을 일으키는 최대 민감 사안이다. 현역 의무 복무라는 특수한 환경은 가장 왕성히 활동할 20대의 시기에 예민하게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현역 입대 대상자 본인 뿐만 아니라 관련된 가족들도 첨예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분야이다. 그러다보니 과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다 병역입대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가수 유승준은 자신의 연예활동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제재를 받게 되었고 가수 싸이는 현역 입대를 두 번이나 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에서도 한 때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던 이회창 후보가 자신의 아들 병역 스캔들로 인해 자신이 쌓아온 대쪽 이미지에 큰 차질을 입기도 했다.

 

오지환이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을 펼쳤더라면 비난을 잠재울 수도 있었는데 하필 현지에서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면서 경기에조차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오지환은 공짜 병역 면제의 수혜자로 낙인이 찍혔고 심지어는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선동열 감독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예상치도 못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만 했다.

 

오지환 병역 혜택 논란으로 인해 KBO리그 전체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난이 쏟아질 정도로 당시 파장은 상당했다. 그러나 숱한 논란 속에서도 오지환의 소속팀 LG트윈스는 팀 전력에서 오지환이 차지하는 가치는 상당하다고 판단했고 FA로 풀린 그를 신속히 붙잡았다. 그의 계약을 두고도 차명석 단장이 직접 오지환은 돈값을 하는 선수라고 두둔할 정도로 오지환은 구단 내에서 인정 받는 선수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의 그림자는 그의 가치와 상관없이 그의 발목을 잡는 올가미가 되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도 논란의 중심이었던 오지환이 발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현재 리그에서 오지환보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없다는 멘트로 논란을 단번에 일축하였다.

 

김경문 감독의 주장은 확실한 근거가 있다. 수비의 가치를 측정하는 WAAwithADJ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에서 오지환은 올 시즌 전반기 기준 1.088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는 0.698을 기록한 같은 팀의 3루수 김민성이다.

 

공격에서도 오지환은 2016시즌 소속팀 내야수로는 1992년 송구홍 이후 처음으로 20홈런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꾸준히 장타를 기록한 그는 프로 13년차인 올 시즌 통산 118홈런을 기록 중이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 트윈스는 역사상 뚜렷한 거포가 없었는데 오지환의 기록은 충분히 인정 받을 가치가 있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 오지환의 가치를 증명한 장면이 없었던 점이 늘 그를 평가절하하는 요인이 되었다. 국제대회나 포스트 시즌에서 임팩트를 전달했다면 그 후광효과는 상당한데 오지환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한 방이 늘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통해 오지환은 자신이 왜 국가대표 유격수인지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오지환을 보면서 3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혼신의 수비와 더불어 독일전에서 결승골까지 넣은 수비수 김영권이 오버랩된다.

 

 

러시아 월드컵 이전까지 김영권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선수였다. 월드컵 최종예선 직후 인터뷰에서 관중의 함성소리로 인해 수비수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다는 인터뷰로 인해 팬들의 비난 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 향하던 비난은 러시아 월드컵 이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월드컵을 앞두고 절치부심하던 그는 죽기살기로 매 경기에 집중했고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대로 그는 까방권(까임방지권)을 당당하게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투수진의 전력이 이전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 투수진의 약점을 공격과 견고한 수비로 더 메워야 한다. 그래서 수비 센터라인 (포수 - 유격수 - 2루수 - 중견수)의 안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지환이 이스라엘전에서 보여준 집중력을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선보인다면 3년 전의 김영권처럼 그는 당당하게 까방권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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