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양상문 신임감독, 기본부터 추스리는 것이 필요할 때

2014. 5. 11. 19:42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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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프로야구 무대에서 최고의 돌풍과 화두를 몰고 왔던 LG 트윈스는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 가장 어수선하고 혹독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팀을 이끌던 김기태 감독이 돌연 자진 사퇴하면서 팀의 어수선함은 절정에 다다르게 되었다. 4월 23일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트윈스는 감독대행조차 선임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을 치러야 했다. 김기태 감독 대신 팀을 맡게 된 조계현 수석코치가 한사코 감독대행 직함을 다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조계현 수석코치 하에서 트윈스는 여전히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고, 올 시즌 34경기를 치르는 동안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연승을 거두지 못했고 가장 늦게 10승 고지에 올라서는 험난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었다. 어린이날 시리즈가 포함된 9연전의 대장정을 마친 5월 11일. LG 트윈스는 마침내 어수선한 행보에 마침표를 찍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4월 23일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던 LG 트윈스 감독 자리에 현재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인 양상문 해설위원을 신임감독으로 임명하였다.

 

 

 

 

양상문 신임감독의 계약조건은 2017시즌까지 계약금 + 연봉 총액 13억 5천만원이다. 1961년생인 양상문 신임감독은 부산고 시절 '좌완 최동원'으로 불리울만큼 전국무대에서 명성을 떨쳤던 에이스였다. 고려대에 진학해서도 마운드를 홀로 떠맡다시피 했던 양상문은 결국 혹사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프로에 입단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야 했다. 하지만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한 기교파 피칭으로도 양상문은 1985년부터 1993년까지 9시즌 동안 63승을 거두었다. 만약 그의 어깨가 싱싱한 상태에서 프로에 입단했다면 양상문은 현역시절 충분히 100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던 '에이스 오브 에이스'급 투수였다.

 

1993년 현역 은퇴 이후 1994년부터 롯데 자이언츠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양상문 감독은 올해까지 현역에서만 지도자로서 15년의 경험을 쌓았다. 나머지 5년의 기간은 인스트럭터(1998년)와 해설위원(2006년, 2011년~현재) 활동을 통해 꾸준히 현장감각을 다지고 있었다. 15년의 지도자 생활 중 양상문 감독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역임하면서 2000년대 그 악명 높던 암흑기에서 방황하고 있던 팀의 부활을 다져놓는 기틀을 쌓아올린 업적을 인정 받았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감독 재임기간 동안 이대호, 강민호, 장원준 등에게 꾸준히 출전기회를 부여하면서 팀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선수시절에는 LG 트윈스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양상문 감독은 2002년~2003년, 2007년~2008년 투수코치로 활동하면서 선수 및 구단과 인연을 쌓아왔다. 현재 팀의 중심 투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현, 우규민 등은 모두 양상문 감독의 투수코치 시절 함께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이다.

 

양상문 감독은 2009 WBC, 2013 WBC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하는 등 야구계에서 폭넓은 인맥을 보유함과 동시에 실력을 인정받은 지도자 군에 속해 있다.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가장 수렁에 빠져 있는 LG 트윈스의 재건이라는 중책과 동시에 가장 감독하기 힘든 LG 트윈스의 감독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유니콘스 감독을 역임하면서 팀을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려놓으면서 명장의 반열에 오른 김재박 감독도 2007시즌 고향팀 LG 트윈스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금의환향 했지만 2009년까지 세 시즌 동안 팀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지 못하고, 오히려 2008 시즌에는 최하위의 수모를 겪는 등, 그 동안 쌓아 놓은 커리어에 큰 흠집만 남긴 채 현장을 떠나야만 했고, 좀처럼 복귀를 못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를 구축하는 명성을 통해 LG 트윈스 재건의 임무를 안고 지휘봉을 잡았던 박종훈 감독도 자신의 커리어에 내상만 입은 채 팀을 떠나게 되었고, 현재는 두산 베어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고 NC 다이노스에서 화수분 야구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2000년대 들어 LG 트윈스 감독 자리는 이른바 수난사로 점철되어 있다. 양상문 감독은 어찌보면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지금의 LG 트윈스보다 더 안좋은 조건에 있던 2003 시즌 직후의 롯데 자이언츠 감독직을 맡아 리빌딩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올 시즌 LG 트윈스의 전력은 당초 전문가들로부터 무난한 4강 후보로까지 평가받던 전력이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노장 선수들에게 편중되어 있는 공격력의 무게중심을 서서히 차세대 유망선수들에게로 옮겨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또한 지난 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마운드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명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추스릴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 보듯이 상황에 맞춘 생각하는 야구가 좀처럼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5월 9일 금요일 경기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상대 포수가 야수가 주 포지션인 서동욱이 맡고 있고, 벤치에서 대주자로 발이 빠른 김용의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석에 들어선 정의윤은 상대를 뒤흔들어볼 겨를도 없이 초구에 방망이를 들이밀어 병살타로 연결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였다.

 

5월 11일 경기에서도 뒤늦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7회초 2사 1,2루 타석에 박용택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더블스틸을 시도하다가 허무하게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결국 그 장면에서 트윈스는 더 이상 반격할 힘조차 소진하고 말았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팀을 맡았지만 아직 LG 트윈스는 올 시즌 94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94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LG 트윈스에게 기분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해결하려 들기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본부터 추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일주일마다 승패마진 1개씩을 줄인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 구단에서는 신임감독이 들어왔으니 이제부터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스탠스로 선수단을 자극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3년 6개월을 맡긴 이상 양상문 감독에게 최대한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양상문 감독이 해설위원을 맡는 동안 밖에서 냉정하게 본 시선을 경기에 최대한 주입시킨다면 트윈스에게도 충분히 터닝 포인트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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