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1. 00:56ㆍSports BB/야구라
올 시즌을 앞두고 그 동안 팀 전체를 짓누르던 가을야구에 대한 강박증에서 모처럼 벗어난 LG 트윈스가 보다 안정된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신인 임지섭의 호투를 통해 새로운 얼굴 발굴이라는 소득도 얻게 되면서 올 시즌에 대한 전망이 더욱 밝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와이번스와의 홈구장 개막 3연전에서 트윈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멸하는 암흑기 시대의 단골메뉴를 또 다시 선보이며 실망스런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와이번스와의 3연전 이후 트윈스는 팀을 재정비해서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거듭되는 연장승부와 접전을 반복하면서 선수단에는 휴식이 무색할 정도로 피로감이 엄습했다. 자이언츠와의 사직 원정 1승 1무 1패 이후 트윈스는 악몽같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 3연전에서 최소 1경기는 건질 수 있었지만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시리즈 스윕을 당했고, 곧바로 만난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는 여전히 고질적인 '히어로즈 공포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불편한 사실만 입증하였다. 악몽에 악몽을 거듭한 트윈스는 최하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화 이글스와의 주말 원정 3연전 첫 경기를 따내면서 반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4월 19일 토요일 경기에서는 7-2로 뒤지고 있는 경기를 극적으로 7-7 동점으로 따라 붙었고, 연장전에 접어들자 지난 해에 이어 또 다시 포수 문선재 카드를 꺼내들어 지난 시즌과 같은 기적의 반전을 기대하였다. 하지만 이글스는 새로 수혈한 이용규가 출루하여 포수 문선재를 집요하게 괴롭혔고, 결국 고동진의 끝내기 적시타로 트윈스에게 희망고문만 안겨주었다.
그리고 4월 20일 경기에서는 선발 우규민이 경기 초반 점수를 벌어준 타선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무너지면서 조기 강판하더니 구원 투수들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계속 실점을 허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하였다. 그래도 타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글스 마운드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경기는 결국 또 다시 패배로 마감되었다. 용병 타자 조쉬 벨은 9회 2아웃 상황에서 추격의 발판을 놓는 대형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리그 홈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정의윤, 정성훈도 홈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상대 마운드를 괴롭혔다. 하지만 결정적인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현재 트윈스의 모습은 거포 페타지니를 앞세워 상대를 물고 늘어졌지만 결국 막판 뒷심 부족으로 팬들에게 희망고문만 안겨 주었던 2009시즌의 '추적자' 모드를 연상하게 한다. 타선이 터져주면 마운드가 받쳐주지 못하고 모처럼 마운드가 안정되면 타선이 병살타로 맥을 끊거나 어이없는 수비로 자멸하는 안좋은 모습이 너무 자주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구원투수 가용 타이밍도 지난 해에 비해 상당히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다. 필승조로 기대를 모은 유원상과 정현욱은 2군에 내려가 있으며 실질적인 필승조는 이동현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그리고 올 시즌 군 제대 후 새로 팀에 가세한 정찬헌은 군입대전 무분별한 투입이 반복되던 노예모드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2위라는 좋은 성과를 거둔 트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1군 타격코치를 맡던 김무관 코치가 2군 감독으로 보직이 이동되었으며, 팀 투수진 살림살이를 도맡던 차명석 코치는 사표를 내고 현재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이전에 보여줬던 입담을 과시 중이다.
팀 내 투, 타의 핵심요직이 순식간에 물갈이 되면서 트윈스는 투,타 전체에서 좀처럼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 대비한 동계훈련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그간 2년 동안 진행하던 체력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컨디션 관리를 일임하였다. 지나친 자율이 오히려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해이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걱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도 트윈스는 5월 중순까지 하위권에서 허덕이다가 류제국이 팀에 가세한 이후 '진격의 LG'모드로 돌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올 시즌에도 충분히 반전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어수선해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닥에 쳐져 있는 상황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펼칠 필요가 있다. 다음 주 트윈스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3연전, 그리고 주말에는 KIA 타이거즈와 홈 3연전을 치르게 된다. 전통적인 라이벌 팀들과의 6연전에서 터닝 포인트를 일구어낼 필요가 있다.
선발진은 우규민을 제외하곤 리오단, 류제국, 티포드 등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오리무중인 5선발 자리는 신인 임지섭을 과감히 중용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올 시즌은 LG 트윈스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90년대처럼 지속가능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성과와 경기 내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얼마든지 반등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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