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1. 00:28ㆍSports BB/야구라
프로 원년부터 롯데 자이언츠는 투자와 인색한 구단의 이미지가 더욱 짙게 풍겨졌다. 프로야구 초창기 당시 80년대 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최동원을 상대로 매년 치졸함에 가까운 연봉 협상 행태를 보인 것도 오랜 기간 짠돌이 구단의 이미지를 풍기게 만들었고, 2000년대 초반 암흑기 당시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다 팔고, 매년 꼴찌에 시달리면서도 별다른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점도 원인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2004년 정수근, 이상목 영입 이후 자이언츠는 서서히 돈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2012시즌을 앞두고선 팀의 간판타자 이대호를 일본으로 보내야 했지만 대신 SK 와이번스 불펜의 핵심전력인 정대현과 이승호를 나란히 영입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던 기민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앞두고 팀 내 간판 타자인 홍성흔과 김주찬을 붙잡는데 실패하면서 거센 비난의 소용돌이에 시달려야 했고, 사직구장은 2008시즌부터 지속되던 100만 관중 동원 행진도 마감할 정도로 썰렁함을 면하지 못하였다.
관중 동원 문제도 심각했지만 자이언츠 타선은 눈에 띄게 허약해졌다. 리그 최고의 원투쓰리 펀치 (유먼,옥스프링,송승준)을 보유하고도 자이언츠는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빈약한 공격력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는 다시 지갑을 열어서 팀 내 간판포수 강민호를 75억원에 붙잡았고, 포스트시즌에서 신들린 화력을 선보인 최준석을 35억원을 투자하여 다시 친정으로 복귀시켰다. 그리고 최준석 못지 않은 거구의 용병 히메네스를 영입하여 지난 시즌 화력에 맺힌 한을 풀기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자이언츠가 그 동안 지갑을 풀고 영입한 선수들 중에 제 몫을 했던 선수는 2009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홍성흔 밖에 없었다. 정수근, 이상목, 정대현, 이승호 등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들은 좀처럼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모처럼 지갑을 푼 자이언츠의 짠돌이 행보에 명분만 강화시켜 주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의 지갑을 열게 한 강민호와 최준석의 활약이 과연 어느 정도 펼쳐질지도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일단 성공작이라 평가할 만하다.
지난 시즌 이름값에 전혀 걸맞지 않은 극도의 부진한 성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강민호는 시즌 초반이지만 이전의 화력을 선보이면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4월 20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상대 선발투수 유희관에게 끌려다니던 자이언츠는 7회초 강민호의 솔로홈런을 통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강민호는 벌써 5개의 홈런을 쳐내면서 시즌 20홈런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고 9회초 공격 무사 1,2루 상황에서 좀처럼 번트를 대지 않는 강민호는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고, 타구는 병살타성 타구가 예상될만큼 야수 정면으로 향했으나 성급히 수비하던 베어스 1루수 칸투의 악송구로 행운의 역전점수까지 뽑게 된다. 강민호는 하마터면 역적이 될 뻔 했으나 이전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서 상대 수비에게 위압감을 심어준 덕에 번트타구가 오히려 상대의 에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극적으로 역전을 이룬 자이언츠는 9회말 마운드에 마무리로 김성배가 아닌 정대현을 올렸다. 전날 경기에서 김성배가 끝내기 적시타를 허용하는 등 최근 등판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상황이라 김시진 감독은 정대현의 노련미에 게임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정대현은 선두타자를 출루 시켰지만 연이은 홍성흔, 오재일과의 승부에서 특유의 노련한 피칭으로 삼진을 연거푸 잡아낸다. 정대현 특유의 코너워크 그리고 솟아오르는 싱커가 모처럼 전성기 때의 모습 못지 않게 위력을 발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김재환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정대현은 무려 243일만에 세이브를 거둔다.
정대현이 세이브를 거둔 적이 그토록 오래 전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대현은 그 동안 자이언츠에서 이전의 여왕벌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만큼은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는 투구를 펼쳤다. 만약 정대현이 부활한다면 자이언츠의 뒷문은 훨씬 견고해질 것이다. 탄탄한 선발진(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장원준, 김사율)에 비해 불펜의 허약함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던 자이언츠로서는 정대현의 부활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극적으로 승리를 거머쥔 것도 반가웠지만 공,수의 핵심전력인 강민호와 정대현의 손끝에서 승리를 일궈낸 것이 자이언츠로서는 올 시즌 행보에 더욱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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