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3. 00:00ㆍEntertainment BB/추억의 문화여행
달력에서 19~로 시작하는 숫자를 마지막으로 접하게 되는 년도였던 1999년.
대한민국 사회에도 변화의 물결이 불어닥치던 시기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 등의 PC 통신 붐이 불어 닥치면서 이른바 '채팅문화' 라는 새로운 흐름이 탄생했습니다. 그런 '채팅문화'를 소재로 한 영화 '접속' (1997년작, 장윤현 감독, 한석규, 전도연 주연)은 젊은 세대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문자에 의존하던 PC통신은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WWW 웹사이트'로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른바 '인터넷 문화'가 탄생한 것이죠. '인터넷'과 더불어 011 SK텔레콤, 016 한국통신 프리텔, 018 한솔 원샷 등의 핸드폰
서비스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새로운 생활패턴이 탄생하게 됩니다.
1999년의 대중문화 역시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른 변화의 물결 속에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이게 됩니다.
인프라의 확장에 맞춘 대중문화의 새로운 흐름의 물결이 닥친 1999년의 대중문화를 되짚어 봅니다.
<영화>
1999년 1월이 시작되는 첫 날부터 여성 관객들의 눈은 즐거워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꽃미남'으로 인기 절정을 구가하던 (물론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우성과 이정재라는 잘 생기고 몸 잘 빠진 배우들이 투톱으로 주연을 맡고 1997년 '비트'로 스타일 넘치는 영상미를 인정받은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태양은 없다' 가 개봉한 것입니다.
어두운 뒷골목 세계를 비린내 나는 듯한 영상으로 잘 버무린 이 영화에서 비열한 양아치 캐릭터 '홍기'역을 맡은 이정재는
그 해 열린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톱 클래스 배우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이 영화에 삽입된 팝송 'Love Portion No.9' 또한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999년 2월, 국내 최초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 (한석규,최민식,송강호,김윤진 주연)가 개봉합니다. <쉬리>의 열풍은 가히 신드롬에 가까웠습니다. 1998년 새로이 선보인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통해 극장 문화에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이 되었고, 새로운 인프라에 걸맞은 '아주 품질 좋은 콘텐츠'가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몰려들게 합니다.
<쉬리>의 성공요인은 당시 김대중 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개념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남북대결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배달의 기수>식의 편가르기 대결이 아닌 위장전입을 위해 얼굴을 고친 북한 스파이와 남한 정보요원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고, 헐리웃 배우 게리 올드만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영화 전편에 걸쳐 선보인 최민식의 소름 돋는 캐릭터는 주연 배우 한석규와 팽팽한 긴장구도를 형성합니다.
공을 들여 촬영한 액션씬 또한 당시의 헐리우드 영화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 것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흐르는 Carrol kidd의 <When I dream>은 이 영화의 여운을 더욱 진하게 살려줍니다. <쉬리>의 흥행열풍은 당분간은 쉽게 깨어지지 않을 것 같이 보이던 <타이타닉>의 서울 관객 기록(197만명)을 가뿐히 넘어서서 서울에서만 무려 233만명을 동원합니다. 지금보다 상영관 수가 훨씬 적었던 당시의 상황을 지금에 견주어보면 서울에서만 500만 가량의 관객을 동원한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에서 연타석 홈런을 쳐낸 한석규의 출연작품의 특징은 감독이 전부 데뷔작이었다는 것입니다.
<쉬리>는 한석규의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강제규 감독의 첫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에서도 한석규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쉬리>의 대박 흥행을 통해 한석규는 그의 연기자 인생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공동주연을 맡은 최민식 또한 97년 <넘버3>, 98년 <조용한 가족>에 이어 <쉬리>의 연타석 흥행을 통해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또 다른 주연인 송강호는 <쉬리>에서는 다소 개성이 뚜렷하지 못한 캐릭터로 등장하여 크게 빛을 보지 못하지만 훗날 대표급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을 잡습니다.
<쉬리>가 낳은 가장 큰 스타는 다름아닌 주연 여배우 김윤진이었습니다. 1996년 데뷔 당시 해외파 연예인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그 외에는 별다른 히트작을 내지 못한 채 그저 그런(?) 배우에 머물렀던 그녀는 <쉬리>에서 성형수술을 통해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 남파 공작원으로 등장. 남측의 정보원 류중원(한석규)과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이명현 역할을 통해 일약 신데렐라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강인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이명현의 캐릭터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남북 대립을 소재로 한 첩보 미니시리즈 <아이리스>가 시청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구성이나 스케일 면에서 <쉬리>는 지금의 <아이리스>와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과 완성도를 선보였습니다. 대한민국 영화사에 일대 전환점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으로 인정받아 마땅한 영화입니다.
1999년 2월에는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돌풍이 몰아쳤다면, 5월에는 헐리우드발 메가톤급 영상혁명이 불어 닥칩니다. 1996년 매니아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웰메이드 스릴러 <바운드>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앤디 워쇼스키와 래리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남매로 바뀌었습니다만..)가 디지털 복제 세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매트릭스> 입니다. 199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혁명 등의 요소를 적절히 반영한 소재와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런 골치 아픈 요소를 깨끗이 씻어내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현란한 시각효과 입니다.
특히 오프닝 씬에서 여 주인공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가 공중에서 떠오른 모습을 스톱모션 카메라로 360도 촬영한 부분은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이후 많은 영화 및CF에서 패러디로 차용됩니다.
<취권>을 연출한 원화평이 직접 무술지도를 맡은 덕분에 이 영화에서 시종 일관 등장하는 쿵푸 액션신은 상당히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출되며 시각효과의 힘을 빌어 새로운 액션예술의 경지를 일구어 냅니다. 주연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는 94년 <스피드> 이후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다가 <매트릭스>를 통해 다시 한 번 블록버스터 배우로 거듭나게 됩니다. <스피드>에 출연할 때보다 훨씬 핼쑥해진 모습에 쿵푸를 하는 모습이 그의 동양적인 외모와 맞물려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실제와 가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 지금도 매니아 층의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 설정 및 스토리 라인 등은 <매트릭스>가 더욱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입니다.
미국에서는 3월 31일에 개봉, 첫 주 주말 흥행수익 $27,788,331을 거두는데 이는 당시 3월에 개봉했던 영화들 중 역대 최고 개봉 흥행 수익이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최종 흥행 수익은 $171,479,930이며, 전 세계적으로 3억불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거두는 대박을 터뜨립니다. 국내에서는 워낙 <쉬리>의 흥행 돌풍이 거셌던 탓에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첫 주간인 5월 중순에서야 개봉하게 됩니다.
<매트릭스> 개봉 이후 국내에서도 수많은 '매트릭스' 매니아가 탄생합니다. 관객의 시선을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하는 현란한 액션신은 철학적이고 심오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액션 장르에 더욱 열광하는 국내 팬들의 시선에 경쾌한 쾌감을 전달하면서 서울에서만 89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합니다.
99년 5월 <매트릭스>의 흥행 광풍에 맞서 선을 보인 한국영화로는 재치 넘치는 장진 감독의 신작 <간첩 리철진> (유오성, 박진희 주연)이 있었습니다. 다소 어벙한 캐릭터의 남파 간첩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도 서슬 퍼런 검열이 판을 치던 시기에는 개봉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만큼 당시의 변화된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17만을 동원하며 나름대로 선전합니다. 6월에는 일본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한 <링> (신은경, 정진영 주연)이 개봉합니다. 공포영화의 성수기에 개봉한 점과 원작의 높은 지명도 등이 어우러지면서 서울에서 33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을 거둡니다.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시즌이 5월로 앞당겨진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매트릭스>로 깔끔한 첫 스타트를 끊은 99년 여름 박스오피스는 헐리웃 대작들 뿐만이 아니라 한국 영화도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대작들이 연달아 선을 보이게 됩니다.
99년 5월 19일 전 세계 영화팬들은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설레이게 됩니다. 개봉 당일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앞에 텐트를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바로 16년 만에 제작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이 드디어 선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과거 3부작 시리즈의 이전 에피소드를 다루는 독특한 설정으로 3부작을 준비한 조지 루카스가 16년만에 선을 보이게 된 <스타워즈>에서 과연 어떤 영상을 연출한 것인지 전 세계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마침내 뚜껑을 연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은 미국 개봉 당일 $28,542,349 을 벌어들이는데 당시 개봉일 최다 흥행 수익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의 눈길을 끄는 시각효과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16년만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스타워즈 고정팬들의 발길을 계속 극장으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훗날 다스베이더로 변하게 되는 아나킨 스카이 워커 역으로 출연한 아역배우가 너무나도 선해 보여서 과연 훗날 악인으로 변할 여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잠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기존의 출연 배우들인 리암니슨, 이완 맥그리거, 나탈리 포트만, 사뮤엘 잭슨 등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기대만큼의 돋보이는 영상효과가 없었지만 미국인들의 <스타워즈>에 대한 사랑은 정말 유별날 정도입니다. 가히 '품절영화' 신드롬을 일으키며 미국에서만 <타이타닉> 다음으로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인 $431,088,301을 기록합니다. (2008년 '다크 나이트'가 전미 흥행 5억불을 돌파하며 2위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그러나 흥행의 가장 큰 요인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스타워즈>시리즈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올드팬들의 향수와 어릴 적부터 <스타워즈>를 마치 그리스 신화처럼 여겨온 젊은 세대의 호기심이 어우러진 것입니다. 이후 개봉한 에피소드2 (2002년)와 에피소드3 (2005년) 모두 흥행 4억불 돌파에 실패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일종의 '신비주의 마케팅'이 가장 큰 효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스타워즈>가 유독 맥을 못 추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개봉한 덕분(?)에 서울관객 74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스타워즈> 시리즈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합니다. 하지만 이후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흥행성적에 견주어 볼 때 결코 성공한 흥행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기록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 개봉한 5월 19일을 전후로 하여 이른바 '틈새시장'을 노린 영화 들이 짭짤한 흥행수익을 기록합니다. <스타워즈> 개봉하기 2주 전에 먼저 선을 보인 오랜만에 보는 <인디아나 존스>류의 어드벤처 무비 <미이라> (원제: Mummy)가 모처럼 선보인 시대활극 장르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합니다. 다양한 특수효과와 2시간 내내 정신 없이 등장하는 액션 등은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감독 (스티븐 소머즈)과 주연 배우 (브랜드 프레이저, 레이첼 와이즈) 등이 모두 지명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을 통해 스타급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미이라>라는 제목으로 개봉하는데 <스타워즈> 류의 SF 장르보다는 <인디아나 존스>류의 모험 시대극을 유달리 선호하는 국내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서울에서만 111만명의 관객을 동원합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 개봉한 지 1주일 후 액션영화들이 주로 판을 치는 여름 극장가에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틈새 시장을 확실히 공략합니다. 로맨틱 영화 전문 영화사 워킹 타이틀이 제작을 맡고 당대 최고의 로맨틱 남녀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를 앞세운 영화 <노팅힐>이 여름 극장가에서 연인 관객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게 됩니다. 이 영화의 주제곡 알버트 코스텔로의 <She>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벨소리나 컬러링으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노팅힐>에 이어 1개월 뒤 개봉한 <런어웨이 브라이드>에서는 리처드 기어와 <프리티 우먼> 이후 무려
9년만에 호흡을 맞추며 다시 한 번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룹니다. 미국에서만 1억 5천만불이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면서
<노팅힐>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최고의 헐리웃 여배우로 상한가를 칩니다.
99년 여름 박스오피스 개봉 영화 중 최고의(?) '루저'는 단연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입니다. 2년 전 <맨인블랙>으로 전 세계 영화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며 재간동이로 인정 받은 배리 소넨필드 감독이 다시 한 번 흥행 보증수표 윌 스미스와 함께 손을 잡고 야심차게 (?) 선보인 서부극이었습니다. 이미 TV 시리즈로 많은 미국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였던 만큼 과연 배리 소넨필드가 이번엔 어떤 기지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다 오히려 안하느니 못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서부극에 어울리지 않는 각종 엉뚱한 장비와 심지어는 로봇이 등장하는 해괴망측한 설정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 뜨립니다. 장르와 시대 설정이 불분명해지면서 영화는 갈팡질팡 합니다. 이 영화에 악역으로 등장한 케네스 브레너는 전혀 악역같지 않은 연기로 일관하고 주연 여배우 셀마 헤이엑은 형편없는 영화의 구성에 함께 묻혀 버립니다. 윌 스미스 필모그래피 사상 가히 최악이라 할 만한 영화입니다. 주제곡 <Wild Wild West>만 귓가에 선한 영화입니다.
이
이미 비디오 매니아들을 양산한 바 있는 <오스틴 파워>의 속편 <오스틴 파워 : 나를 유혹한 스파이> (원제 : Austin Powers – The Spy Who shagged me)는 미국 박스오피스의 깜짝 승자입니다. 재간둥이 마이크 마이어스(국내 팬들에겐 <슈렉>의 목소리 주인공으로 지명도가 높아졌습니다.)가 감독,각본,주연에 2개의 조연을 더 맡으면서 합계 1인 5역의 '원맨쇼'를 펼친 이 영화는 극 전반에 걸쳐 농도 짙은 성적 농담과 기상 천외한 설정과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오버 액션 그리고 향수를 일으키게 하는 다양한 복고적인 장치들이 어우러져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킵니다. 미국에서만 $206,040,086을 벌어 들이는 데 전 세계 흥행수익의 2배가 되는 수치입니다. 국내에서는 1편보다 먼저 선을 보이지만 반응은 뜨뜻 미지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7월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흥행성적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는 13만명(서울관객 기준)의 관객을 동원합니다.
하지만 99년 여름 박스오피스의 센세이션은 단연 이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95년작 <유주얼 서스펙트>이후 느껴보는 소름 돋는 최고의 반전이 워낙에 비중이 큰 탓에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그 영화 <식스센스>였습니다. 인도 출신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데뷔작이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의 중심은 늘 귀신을 눈에 달고 살며 언제나 "I see dead people."을 입에 달고 사는 소년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에 있었습니다. 항상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과 창백한 얼굴의 오스먼트의 연기는 주연 배우 브루스 윌리스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1시간 47분의 러닝타임을 쏜살같이 흘러가게 합니다.
8월 6일 미국에서 개봉한 <식스 센스>는 개봉 첫 주 $26,681,262 의 준수한 흥행으로 출발하였으나,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제작비 4천만불에 불과했던 이 영화는 (그나마도 브루스 윌리스의 출연료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최종 흥행 성적 $293,506,292의 초대박 흥행을 기록하며 99년 미국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합니다. 국내에서도 추석 특선으로 개봉하여 서울에서만 7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을 거둡니다.
여름에 선보인 국내 영화들도 98년 <여고괴담>, <퇴마록> 에 이어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들이 선을 보입니다.
특히 9시 뉴스에도 소개될 정도로 영화 외적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개그맨 출신의 심형래가 메가폰을 잡고 칸 영화제에 출품하여 이미 수출 계약이 되었다고 보도되어 다시 한 번 화제거리를 만든 영화 <용가리>였습니다.
줄기차게 공룡 영화에 주력한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가 과연 헐리웃 영화 <쥬라기 공원>, <고질라>에 견줄만한 특수효과를 구현해 냈을지 가장 큰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전작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특수효과는 실망을 안기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열악한 스토리 라인입니다. 영화가 일으킨 화제성으로 인해 서울에서 50만명을 동원하지만 <용가리>의 돌풍은 '용두사미' 격이었습니다.
8년 후 심형래 감독은 다시 한 번 괴수영화 <디 워>를 선보이고 마침내 헐리웃 영화 못지 않은 특수효과를 연출하는데 성공 하고 흥행에서도 전국 관객 800만명을 넘기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그러나 여전히 조악한 스토리 라인은 고질병처럼 남아 있습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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