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중심에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 있었다.

2013. 3. 3. 20:56Entertainment BB/공연 그리고 TV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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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드라마가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렇게 중독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 덧 주말마다 채널을 고정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주말 중독증의 원인 제공자였다.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은 집안의 어두웠던 과거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 및 가족의 존재를 숨기고 결혼을 선택한 서영이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가족의 해체에서 결합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서영이(이보영)이지만 등장하는 서영이 주변의 가족들의 관계도를 보면 꽤나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아래 등장인물의 관계도는 '내 딸 서영이'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서영이의 남편 강우재(이상윤)의 가족들(강기범, 차지선, 강미경, 강성재, 그리고 윤소미), 강기범(최정우)의 친구인 최민석(홍요섭)의 가족들(김강순, 최경호, 최호정), 그리고 서영이의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와 서영이의 쌍둥이 동생 상우(박해진) 등이 그려내는 모습은 우리 시대의 가족들이 흔히 겪는 갈등과 화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세 가정의 아버지는 각기 다른 모습과 계층을 대변한다. 남부러울 것이 없는 재산을 가지고 있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강기범(최정우)은 늘 가족들과 소통이 단절되어 지내다 보니 좀처럼 가족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한다. 또한 자신의 외도로 여비서 윤소미(조은숙)와의 사이에서 낳게 된 강성재(이정신)와는 피붙이인줄도 모른 채 늘 사사건건 대립하기에 바쁘다. 물질적인 가치에만 우선 순위를 두던 강기범은 부인 차지선(김혜옥)과 잠시나마의 별거 기간을 가지면서 가족의 빈자리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평소에 괄시하던 막내아들 성재를 통해 부인과의 재결합에 성공하면서 비로서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으로 존재감을 되찾는다.

 

주인공 서영이(이보영)의 아버지 이삼재(천호진)는 어릴 적부터 물려받았던 지독한 가난 탓에 자신도 늘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야 했었고, 쌍둥이 서영이와 상우를 얻게 되는 바람에 자신의 꿈(건축가)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쉬움을 늘 마음 한구석에 담아둬야만 했다. 늘 가난의 아쉬움을 떨쳐내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삼재는 무리수를 둬야만 했고, 결국 가난의 빚을 청산하지 못하고 도리어 자신의 가족들에게 떠안겨줘야만 했다. 이삼재의 모습은 IMF 시대를 겪으면서 초라해진 우리 시대의 일반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식들을 위한 소리없는 헌신과 희생은 결국 닫혀있던 서영이의 마음을 열게 하고 잃어버린 가족들을 되찾게 된다.

 

자신의 친구 강기범(최정우)의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다가 자신이 꿈구던 길을 택하는 최민석(홍요섭)의 모습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회사를 벗어나서 홈쇼핑 모델을 거쳐 중년 여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배우의 길을 걷게 되는 최민석의 모습은 우리 시대 중년 가장들이 꿈꾸는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최민석의 성공은 중년 아버지들에게 대리만족을 심어주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꿈꾸는 해피엔딩으로 그려지는 결말은 다소 뻔해보이기도 하지만 상식을 초월하는 막장 내용들이 판을 치는 요즘 드라마의 행태로 볼 때, '내 딸 서영이'의 결말은 모두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 회에서 혼자 산책길을 걸으면서 옛 상념에 젖는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모습을 뒤에서 조용히 쳐다보는 서영이 커플과 상우 커플의 모습은 애잔한 감동을 전달해준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언제 아버지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은 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전해주는 중심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맛깔나게 그려내면서 잠시 놓치고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막장코드 없이도 늘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KBS 주말드라마의 전통을 살려낸 수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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