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9. 16:16ㆍEntertainment BB/movie talk
한국형 좀비물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킹덤 시리즈는 시즌 2 마지막 장면에 전지현이란 배우가 단 몇 초 등장하는 것만으로 폭발적인 기대감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는데요.
전지현 배우가 연기한 아신의 과거를 다루고 나아가 킹덤 시리즈의 핵심 소재인 생사초의 기원을 다루는 번외물인 '킹덤 아신전'이 92분짜리 영화로 공개되었습니다.
시즌 2 막판에 아신 캐릭터가 보여준 느낌은 사연이 있지만 내공과 유쾌함을 두루 갖춘 유형, 달리 말하면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잭 스패로우 선장 같은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킹덤 아신전>은 생각보다 분위기가 무겁게 흘러갑니다.
아신이라는 캐릭터도 유쾌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 유쾌할 수 없습니다. 킹덤 3의 배경은 왜란 이후의 북방 지역입니다. 그런데 여진족이 파저위를 중심으로 강성해질 움직임을 보이고 여진족의 세력이 커지면 걷잡을 수 없이 강담하기 어려움을 알고 있는 조선은 번호부락을 형성해 지내고 있는 여진족 이주민들을 이용해 파저위를 견제합니다.
아신(아역 김시아, 성인 전지현)의 아버지 타합(김뢰하)은 조선을 위해 온갖 물품을 다 바치고 조선 사람들한테는 천민이라고 철저히 무시를 당하고 살지만 언젠가는 관직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조선과 여진 사이에서 밀정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조선은 번호부락에 관직을 내 줄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폐사군 내에서 여진족 15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사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조씨 일가의 망나니 아들 조범일(정석원)과 그의 친위세력들이 있었지만 여진족 파저위들의 전투력을 감당하기 어렵단 판단한 북방 지역 통제사 민치록(박병은)은 호랑이의 소행으로 위장하려고 밀정 타합(김뢰하)을 파저위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보내 호랑이의 소행이라고 소문을 내게끔 하고 일부러 호랑이 몰이에 나서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생사초에 오염된 호랑이가 실제로 나타나서 아수라장이 되고 어렵게 호랑이를 제압합니다. 그러나 파저위들은 여전히 조선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웁니다. 이에 민치록은 번호부락의 소행이라는 거짓 정보를 파저위들에게 흘립니다.
아이다칸(구교환)이 이끄는 파저위 부대는 순식간에 번호부락을 초토화 시킵니다. 아신은 병으로 위중한 어머니를 위해 생사초를 구하러 폐사군으로 떠난 바람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아신은 민치록에게 가서 반드시 복수를 해달라 부탁하고 본인은 조선군 진영에서 온갖 궃은 일을 하면서 심지어는 일부 군졸들의 유희 대상으로 지내게 됩니다.
아신은 틈틈이 활궁 실력을 익히면서 명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사냥을 나온 어릴 적 아신이 성인으로 전환하는 씬은 편집의 묘미가 돋보입니다. 그런데 성인 아신(전지현)이 등장하기까지 런닝 타임의 절반 이상이 소요됩니다. 극 전개가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습니다.
실질적인 극 전개는 당연히 성인 아신이 등장하면서 시작되고 <아신전>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45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신에게는 극강의 활궁 실력과 생사초에 대한 지식이 주무기였고, 본인이 파저위 부락을 염탐하러 갔다가 거기서 사지가 다 잘린 채 목숨만 연명하고 지내는 아버지 타합(김뢰하)과 비극적인 재회를 합니다.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아신은 결국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숨을 끊은 다음 파저위의 군영 부락을 불태웁니다.
북방 지역 사신단으로 출정가는 조범일 일당의 화살을 보고 어릴 적 폐사군에서 본 여진족의 시체에 꽂힌 화살과 동일한 것을 떠올린 아신은 몰래 관가 서고에 들어가서 조정에 올라간 보고문을 읽다가 자신의 가족, 이웃들이 살던 번호부락 몰살의 진짜 원인을 알게 됩니다.
복수심과 원한이 절정에 달하게 된 아신은 생사초를 이용하여 조선군 진영을 좀비들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킹덤 시리즈의 핵심 컨셉인 좀비 액션이 극 후반부에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는데 사실 이 영화의 주요 액션은 이 장면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시즌 3를 위한 밑밥을 잔뜩 던져놓고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심지어 생사초의 모든 비밀을 기록한 이승희 의원에게 생사초를 알려준 이도 아신이었습니다. <킹덤 아신전>은 달리 보면 '생사초 비긴즈'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인공 아신의 출연분량도 아쉬웠지만 파저위 장수 아이다칸으로 등장하는 '요즘 대세배우' 구교환의 출연 분량도 너무 적었습니다. 시즌 3가 빨리 나와야 할 것 같다는 리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킹덤 아신전>이 번외 에피소드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구성이나 내용 전개 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입니다.
<킹덤 시즌 2> 말미에 등장했던 전지현의 임팩트와 기대감을 수용하기에 <킹덤 아신전>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92분의 런닝타임이 오히려 길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부디 시즌3는 아신전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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