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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아니 희극지왕!
기사입력 2013-04-03 12:32:10
악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드라마의 특징은 뻔한 스토리가 이어지고 악녀의 온갖 만행에 치를 떨지만 마지막 회에서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기대감(?) 속에 좀처럼 드라마를 외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난 1월 부터 방영된 SBS 드라마 '야왕'이 그래왔다. 자신의 출세와 야욕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심지어는 누명까지 뒤집어 써준 남자 주인공 하류(권상우)를 매몰차게 버리고 자신의 미모를 앞세워 순진하기 짝이 없는 부잣집 도련님 백도훈(정윤호)을 단번에 꼬셔 버리면서 신분의 상승을 이루는 악녀 주다해(수애)의 악행은 회를 거듭할수록 마치 전자오락 스테이지를 깨는 것처럼 그 강도를 더해주고 시청자의 분노 게이지를 제곱 함수처럼 증대시켜 주었다.
자신의 신분 상승의 발판이 되어 주었던 백학그룹에서 속된 말로 찍혀 쫓겨나게 된 주다해는 백학 그룹의 온갖 비리와 악행이 담겨진 비밀문서를 재주 좋게 입수하더니 온갖 협박과 회유를 일삼으면서 결국 정치적 야심을 꿈꾸던 석태일을 꼬드겨서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주고 본인은 여성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는 영부인 자리에 오르게 된다.
주다해가 온갖 악행을 일삼는 동안 어벙하게 속절없이 당할 것 같던 하류(권상우)는 회를 거듭할수록 '어리바리' 모드를 차근차근 벗어 던지더니 마침내 웹툰을 통해 거칠 것 없던 주다해의 승승장구에 찬물을 끼얹기 시작한다. 하류는 자신으로 인해 어처구니없이 희생당하게 된 쌍둥이 형 차재홍 변호사로 살면서 결국 영부인 주다해 특검팀에 소속되면서 주다해를 향해 정면으로 복수의 칼을 겨누게 된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한심하다 싶을 정도로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 하류를 보며 어이없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고, 초등학교 모범생처럼 반듯하다 못해 안쓰러워 보였던 백도훈(정윤호)을 볼 때마다 가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한 마디를 던져주고 싶었던 드라마에서 주다해(수애)는 자신의 자식을 버려도 피도 눈물도 없는 파렴치한 악당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결국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 주다해의 악행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함을 더해준 '야왕'의 마지막 회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런 상황과 설정이 종합선물세트 처럼 쏟아져 나온다. 배에 총을 맞은 하류는 어떤 기력으로 청와대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병원을 빠져나갔는지, 그리고 드라마 내내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석태일의 비리를 알고 있던 유일한 증인이 깨어나는 등 예정된 결말을 향해 마치 레고 블럭 같은 조립결말이 반복된다.
그리고 드라마는 느닷없이 주다해를 비춰주는 장면에서 그녀가 그 동안 보여줬던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순정적인 배경음악을 잔뜩 깔아준다. 자신의 운명에 불안함을 느끼는 주다해에게 동정심을 느껴주기라도 바랬던 것일까?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 주다해로 분한 수애가 나오는 여성의류 광고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남편 2명을 파멸로 몰아넣고 심지어는 자신이 낳은 자식마저 버린 '엽기적인 악녀' 주다해에게 무슨 동정심을 느껴야 하는가. 이왕에 주다해를 초특급 슈퍼 울트라 악녀로 만들고 싶었다면 좀 더 강하게 하드코어 악녀 모드와 결말로 진행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회에서 작가는 주다해가 본질은 나쁜 애가 아니니 넓은 아량을 베풀고 지켜봐 달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결말이 확정될 즈음 작위적인 냄새가 폴폴 풍기는 주다해와 하류의 고아원 시절을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준다. 고아원에서부터 하류는 맹목적으로 주다해에게 일편단심 순정남이었음을 숨 가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생각해 보라. 자신의 피붙이를 저버린 악녀에게 무슨 동정심이 느껴지겠는가. 하류는 역시 바보였음이 증명된다. 주다해가 자신의 양오빠에게 생명을 잃기 직전 하류는 몸을 던져 주다해를 구하려 하고 두 사람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뇌에 큰 손상을 입기라도 한 것일까. 주다해는 쓰러져 있는 하류에게 기어가서 갑자기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수애라는 배우의 이미지에 더 이상 악영향을 미치기 싫어서인지 드라마 '야왕'의 마지막 회는 마치 주다해란 사람이 본성은 나쁜 애가 아니니 제발 좋게 봐달라고 읍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권력과 재물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던 석태일과 백학 그룹 회장(이덕화)도 마지막 회에서 느닷없이 '차칸남자'모드로 돌변한다.
권력집단에 대한 현실적이고 가감없는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추적자'가 자꾸 떠올랐던 것은 왜일까. '추적자'를 떠올리다가 '야왕'을 보려고 하니 요즘 경기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프로야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목은 왜 '야왕'으로 지었을까? 마지막 회 보면서 어이없는 실소를 좀처럼 금할 수 없게 해준 걸 생각하면 차라리 제목을 '희극지왕'으로 바꾸심이 더 나을 듯 싶은데, 작가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양형진 스포츠조선닷컴 객원기자, 나루세의 dailyBB (不老句)(http://dailybb.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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