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 작품 완성도 뿐만 아니라 개봉시기도 중요함을 일깨워준 영화 '해적'

2014. 9. 29. 05:52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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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본지 거의 두 달이 다되간다. 뒤늦게 올리는 후기인데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궈줄 기대작으로 한국영화 Big4가 거론되었는데, '군도', '명량', '해적', '해무' 등의 4편이었다. 공교롭게도 4편의 영화 모두 제목이 두 글자이다. '군도'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은 전부 바다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여름이라는 시즌의 특성에 더할나위 없이 걸맞는 소재이자 배경이다.

 

개봉 전만 하더라도 가장 지명도가 떨어졌던 작품은 '해적'이었다. 여전히 인상깊은 작품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롯데가 배급했다는 점 (개인적으로는 2010년 개봉한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롯데가 배급한 작품 중 최고로 꼽는다.). 주연배우들 (김남길, 손예진)이 과연 코믹과 액션을 버무린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지에 대한 의문. 어설프게 웃기려다 이도 저도 아닌 무개성의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주연 배우들의 무게감이 떨어진 점이 가장 큰 걱정 요인이었다. ('군도'에는 요즘 대세인 하정우와 군대에서 제대한 강동원 쌍두마차가 있고, '명량'에는 최민식과 류승룡이라는 무게감 높은 배우들이, 그리고 '해무'에는 요즘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흥행 보증수표인 김윤석과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잠재력을 선보이는 박유천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 기대요인이었다.)

 

영화는 '명량'이 극장가에서 각종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을 당시 개봉하였다. 당연히 흥행 1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야금야금 2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더니 어느 새 500만을 넘어 흥행을 질주하고, 심지어는 '명량'을 제치고 마침내 평일 흥행성적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대체 이 영화가 어떤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를 굳이 찾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이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좋았다. (좋았다기보다는 생각보다 웃기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떠올랐던 영화는 2012년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500만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한 퓨전 코믹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얼음을 소재로 재미있게 버무러진 구성과 차태현, 오지호, 신정근, 성동일 등 출연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코믹 연기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영화 '해적'을 보고 난 후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를 듣다가 이 영화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당초 한국판 '캐러비안의 해적'을 표방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가까운 성격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조선 건국 당시 명나라가 하사한 국새를 운반하던 도중 고래가 국새를 삼키게 되고 이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주요 내용인 '해적'은 산적과 해적의 대립, 그리고 조선 건국 당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원한을 품게 된 두 명의 장수간의 대립 (김남길 - 김태우), 해적 집단에서 갈등이 빚어지면서 원한을 품게 된 이들간의 대립 (손예진-이경영) 등 다양한 인물들이 펼치는 대결구도가 영화 속에서 쉴새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유머코드이다. 극중에서 산적, 해적을 왔다갔다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는 철봉역을 맡은 유해진은 모처럼 자신의 장기인 유머를 시종일관 늘어 놓으며 관객들에게 포복절도의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속에서 유해진 때문에 쉴새없이 웃어대기는 아마도 2002년 '공공의 적'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 (당시에는 '산수'역을 맡은 이문식의 역할이 훨씬 압도적이었지만 유해진도 만만치 않은 웃음을 선사하였다.)

 

유해진 못지 않게 기대했던 배우는 해적단이 부두목 용갑역을 맡은 신정근이었다. 이 배우도 유머코드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웃음을 선사하는데 유해진이 워낙에 유머로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정작 신정근이 유머코드를 선보일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전설 속에 나올 법듯한 거대한 고래를 연출한 CG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영화 흐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과장스러울 정도로 우스꽝스럽게 연출된 이성계의 캐릭터도 큰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다. 이 영화가 애초에 기대한 것은 웃음이었고, 그 웃음코드를 마치 시트콤 보여주듯이 매 장면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낸 것이 큰 성공요인이었다.

 

주연을 맡은 김남길과 손예진도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흐름에 자신들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접목시킨다. 바다를 소재로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한 시원한 액션과 코믹함을 적절히 접목시킨 영화 '해적'은 올 여름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 유일하게 가족들이 편하게 지켜볼 수 있는 영화였다. '군도'는 온 가족이 보기보다는 주로 연인단위의 30대 초반 관객에게 적절한 영화였고, '명량'은 온 가족이 볼 수 있었지만 결코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가장 마지막에 개봉한 '해무'는 유일한 성인등급 영화로서 시종 일관 무거움이 영화를 지배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놓고 보면 과연 이 영화가 기억에 남을 정도의 아우라를 남겼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부담없이 마음 놓고 웃고 즐길 수 있던 유일한 영화였다는 점이 관객에게 제대로 어필한 듯 싶다. 영화 흥행은 비단 작품 완성도 뿐만 아니라 개봉시기도 중요함을 일깨워 준 영화 '해적'이었다.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2014)

The Pirates 
7.9
감독
이석훈
출연
김남길, 손예진, 유해진, 김원해, 박철민
정보
어드벤처 | 한국 | 129 분 |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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