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 인간의 이기심과 사악함의 한계는 어디일까

2021. 9. 23. 10:08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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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 1은 총 9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정주행을 하루에 다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다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9개 에피소드를 쉬지 않고 결국 정주행하고 말았다.

재미로 따지면 D.P. 만큼의 압도적인 재미는 주지 못한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계속 볼 수 있는 흥미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오징어게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들에 의해 초대받은 456명의 게임 참가자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놓고 게임을 펼치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이다.

그런데 456명의 게임 참가자들은 각자의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사채 빚에 시달리다가 신체포기각서까지 쓰고 벼랑끝에 내몰린 사람, 고객의 예탁금을 빼돌려서 주식 선물투자를 했다가 거액을 날려버린 사람, 두목의 자금을 횡령한 후 도박자금에 쓰다가 돈을 탕진해서 쫓기게 된 조폭, 화려한 사기 전과범, 탈북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의료사고로 졸지에 부와 명예를 잃게 된 의사 등 돈으로 인해 삶의 바닥까지 내몰린 이들이 게임에 초대받았다.

게임은 총 6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게임에서 탈락하게 되면 더 이상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탈락은 단순한 탈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해야 하는 그야말로 원초적인 전투에 내몰린 것이다.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했는데 탈락한 이들은 가차없이 일꾼들의 총질에 의해 저격 당하고 순식간에 게임 운동장은 피바다가 되면서 참가자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결국 참가자들은 게임 참가 조항 제3조 참가자 과반이 동의 시에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내세워 투표를 제안한다.

그 순간 공개되지 않았던 상금액수가 밝혀지면서 (참가자 1인당 1억씩 총 456억원의 상금 - 오로지 1등만이 차지할 수 있음. 게임 중단 시 탈락자들만 보상금이 가족에게 지급됨) 참가자들은 죽음의 공포보다 오히려 상금에 대한 유혹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투표는 참가자 번호의 역순대로 진행되고 마지막 1표에 의해 게임 중단 여부가 결정되는 순간 1번 참가자 일남(오영수)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게임은 중단되고 참가자들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간 일상은 게임에서 접했던 아수라장보다 더 지옥같은 현실이었다.

사채업자들의 채무협박에 신체 포기각서까지 써야 했던 성기훈(이정재)은 자신의 어머니(김영옥)가 당뇨 합병 증세로 인해 당장 수술을 해야 함에도 수술비가 없어서 자신의 전처한테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미는 상황에 몰렸고, 기훈과 어릴적부터 한 동네(쌍문동)에서 살면서 소꿉친구처럼 지내온 기훈의 후배 조상우(박해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수석입학한 수재이지만 증권회사에서 고객의 돈을 빼돌려 선물투자에 잘못 개입했다가 자신의 어머니 집까지 모두 저당 잡히는 신세가 된다.

자유의 희망을 품고 목숨을 걸고 탈북했지만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강새벽(정호연), 보스의 돈을 빼돌려 필리핀에서 도박에 올인했다가 돈을 모조리 날린 채 쫓기는 몸이 된 조폭 장덕수(허성태) 등 게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옥보다 더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 초대장을 받고 다시 게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게임 참가자들 외에 초대받지 않는 이도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게임 유니폼이 아닌 가면을 쓴 일꾼의 유니폼을 입고 말이다. 실종된 자신의 형 인호의 행적을 찾던 중 우연히 인호의 방에서 발견된 게임 초대장 명함과 기훈이 경찰서에 신고하기 위해 남긴 명함이 일치한 것을 알게된 형사 황준호(위하준)은 게임에 다시 참가하는 기훈의 뒤를 밟아 일꾼으로 위장하여 게임이 펼쳐지는 장소에 잠입하게 된다.

본격적인 게임이 펼쳐지는 순간부터 돈에 눈이 먼 인간의 본능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서로를 죽여야만 돈을 딸 확률이 높아진 것을 알게 된 참가자들은 서로를 살육하는 처참한 만행도 불사하게 된다.

하지만 기훈(이정재)은 사람에 대한 연민과 보호를 우선시하며 참가자들 중 가장 노약자인 일남을 끝까지 챙기고 보호한다.

그러나 일남과 짝을 지어 어쩔 수 없이 둘 중 한명을 떨어뜨려야 하는 공기놀이 게임에서 기훈도 살아남으려는 본능에 의해 일남을 속이게 된다. 상우도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던 알리를 속이고 살아남고 부부끼리도 결국은 남편이 홀로 살아남는다.

2인 1조 공기놀이에서 결국은 그 누구도 생존 앞에서는 수단 방법 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오징어게임'은 어릴적 즐겨하던 놀이들을 기본 장치삼아 공포와 일확천금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보여준다. 경마장의 말처럼 경주에 내몰린 인간들의 모습은 현실속에서 매일 생존을 위해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학벌과 지금 위치에 상관없이 탐욕과 공포 앞에서는 누구나 다 똑같을 수 밖에 없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폭력수위가 꽤 높지만 스토리 전개의 몰입도가 뛰어나다. 그리고 프런트맨과 일남의 반전,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게임 운영조직의 실체 등. 시즌 2를 위한 밑밥이 곳곳에 깔려있다.

당연히 웹툰 원작일줄 알았는데 황동혁 감독이 오랜 기간에 걸쳐 기획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했던 시도라 여겨진다.

다음 시즌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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