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감독의 숨겨진 욕망이 드러난 영화 '타짜 - 신의 손'

2014. 11. 28. 23:54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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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과속 스캔들', 두 번째 작품 '써니'를 통해 가족간의 정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을 유머와 잔잔한 감동으로 담아내며 고속 흥행질주를 거듭한 강형철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은 기존 연출작들과는 대비되는 성격의 영화 '타짜 - 신의 손'이었다.

 

2006년 추석 극장가를 강타하며, 65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타짜'이후 8년 만에 선을 보인 후속편에서 전편의 주연배우 라인업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유해진) 중 김윤석과 유해진을 제외하고 보다 젊은 새로운 얼굴들 (최승현, 신세경)로 채워졌다. 김윤석과 유해진도 극의 스토리 중심보다는 전편의 연속성에 대한 상징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할에 더 치중하고 있다.

 

고니(조승우)의 조카 함대길(최승현)의 성장기가 이 영화의 중심축인데, 전편보다 오히려 더 암울하고 잔혹한 묘사가 추가되어 있다는 점이 강형철 감독이 연출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오프닝은 이전 작품에 비해 한결 스피디하고 소프트하지만 주인공 함대길이 겪는 성장통은 장기도 빼앗기고 재산도 전부 몰수당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 미나(신세경)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손에 칼을 꽂는 등 꽤나 아프게 전달된다.

 

2006년 '타짜'에선 아귀(김윤석)의 존재가 시종일관 긴장감을 넘어 공포감까지 안겨준다. 그런데 2014년 '타짜'에선 아귀 못지 않게 비열하고 집요한 절대 악당 장동식(곽도원)의 존재감이 시종일관 심장을 쪼여들게 만든다. 그리고 장동식과 연관된 새끼 악당이자 아귀의 조카인 유령(김준호)의 존재도 주인공들의 앞길을 사사건건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고 긴장을 안겨준다.

 

주인공 함대길 못지 않게 여주인공 미나(신세경)의 삶도 우울함과 굴곡으로 점철되어 있다. 2014년 '타짜'에선 도박판 보다 도박판 뒷편에서 벌어지는 추악함이 더욱 실감나게 묘사된다. 악당 캐릭터들이 더욱 세밀하게 묘사되고 대비되다 보니 그에 따른 카타르시스도 나름 짜릿하다. 자신을 길러준 꼬장(이경영 - 그러고보니 요즘 잘나가는 한국영화들에서 이경영은 개근상에 가까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을 배신한 이들을 차례대로 찾아가 복수하는 대길 일행의 행각은 속도감있게 묘사되고 짜릿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길과 미나가 복수해야 할 대상 곽동식과 우사장(이하늬)과의 한판승부를 위해 아귀(김윤석)의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최후의 한판승부를 펼치는 장면은 전편 못지 않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결국 미나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오빠 허광철(김인권)의 살신성인을 통해 대길과 미나는 비로소 자신들이 꿈꾸던 행복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찾아온 행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아귀의 수제자로 여진구가 깜짝 카메오 출연을 하는데 그의 존재감이 짧은 시간에 강렬하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영화 '화이'에서 이미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여진구가 마치 '화이'의 상황 설정을 연상하게 하는데 강형철 감독은 차량 추격씬에서 자신의 전작 '써니'에서 분위기 돋구는데 사용된 노래 나미의 '빙글빙글'을 삽이하여 전작에 대한 오마주와 동시에 차량 추격씬의 긴박감에 유머라는 코드를 삽입한다. 그러나 차량 추격씬 마지막은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관객들을 놀래키게 만든다.

 

전편에 비해 여 주인공들의 농후한 매력이 다소 줄었지만 (물론 신세경과 이하늬 나름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김혜수의 카리스마에는 2% 부족하다.) 잔혹함과 처절한 도박장의 뒷모습이 더욱 실감나게 그려진 점이 전작과의 차별화 포인트이다. 주연을 맡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최승현(TOP)은 그의 출연작들 중 가장 연기자답게 느껴지는 연기를 마음껏 발산한다. 고니보다 풋풋하지만 고니 못지않게 승부욕과 우직함을 보유한 함대길의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낸다.

 

무엇보다도 강형철 감독의 영화치곤 생각보다 더 잔인한 묘사가 많다는 점도 의외이다. 어찌 보면 영화 '타짜 - 신의 손'은 강형철 감독이 그 동안 숨겨왔던 내면의 욕망을 마음껏 발산한 무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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