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국익, 과연 무엇이 우선인가. 영화 '제보자'

2014. 11. 28. 23:32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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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드롬으로 일컬어졌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의 실체가 낱낱이 언론에 의해 파헤쳐지면서 국민들의 기대와 성원은 순식간에 분노와 탄식으로 돌변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10년이 다되가는줄도 몰랐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결론은 어떻게 내려졌는지도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건의 장본인이었던 황우석 박사는 지금 중국에서 투자를 받고 줄기세포를 다시 연구중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진실은 무엇인가. 혹시라도 석연치 않은 의혹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 우리의 국익을 더 키울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냐고? 올해 가을에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제보자'가 다름 아닌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파동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어난 사건의 결론을 이미 관객들은 뻔히 알고 있지만 영화는 진실과 국익 사이에서 결국 진실을 파헤치기를 선택한 이들이 진실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우직하게 보여준다. 그 우직한 연출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를 놓을 수 없다. 주연을 맡은 박해일은 PD라는 직업이 더 잘 어울릴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좌충우돌 PD 역할을 깔끔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거대한 장벽처럼 가려진 진실을 앞장서서 제보하는 전직 줄기세포 연구원 심민호 역을 맡은 유연석도 가족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가장의 갈등을 잘 표현한다.

 

 

 

 

하지만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살려준 주역은 다름 아닌 이장환 박사 역을 맡은 이경영이다. 요즘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모두 접수하고 다니는 이경영은 90년대 초,중반 전성기의 감을 완전히 되찾은 듯 진실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묘하게 감추려는 이장환 박사의 음흉함을 완벽하게 드러낸다. 이장환 박사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영화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허물어졌을 것이다. 자신의 암흑기를 극복하고 충무로에서 '씬 스틸러'로 제2의 삶을 시작한 이경영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 같아 보인다.

 

이장환 박사를 지지하는 이들의 촛불시위, 조작된 여론, 그리고 권력의 견제 등 숱한 난관을 뚫고 마침내 진실을 알리는데 성공하는 과정이 담백하고 흥미롭게 다뤄지는 영화 '제보자'는 이미 실화라는 소재를 매력있게 스크린에 옮긴 영화 '우생순'을 통해 자신의 솜씨를 과시한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도 성공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진실과 국익,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실제로 내게 그런 순간이 온다면 꽤나 고심하게 될 것 같다. 물론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실을 택하겠지만 막상 자신의 이익과 연관되어 있다면 사람은 쉽사리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장면 없이도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통해 긴장감을 쥐어 짜내는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 '제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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