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페이소스를 찐하게 맛볼 수 있는 영화 '반칙왕'

2014. 11. 28. 23:12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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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영화 '조용한 가족'을 통해 충무로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지운 감독이 2000년 프로 레슬링을 소재로 한 영화 '반칙왕'을 들고 나왔다. 각박한 회사생활과 상사의 갈굼 그리고 헤드락 고문에 시달리는 평범한 은행원 임대호(송강호)가 어느 날 우연히 접하게 된 레슬링 도장에서 어릴 적 자신의 내면에 간직했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인생 처음으로 영화 속에서 주연을 맡은 송강호의 주가는 상한가를 향해 치솟는 시기였고,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 역시 충무로에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감독으로 각광받던 중이었다. '조용한 가족'에 이어 또 다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의 궁합은 절묘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14년 전 송강호의 모습은 이 영화를 위해 직접 레슬링을 혹독하게 연습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날렵함이 느껴질 정도로 날씬해 보인다. 영화 속에서 프로 레슬링의 다양한 기술들을 거의 직접 구현하는데 영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냈을지 자연스레 짐작이 되었다. 나약하기 그지 없던 주인공이 어릴 적 자신이 동경하던 프로 레슬링을 익혀가면서 외적으로 내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흥미있게 전개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유머이다. 특히나 어설프게 프로레슬링 무대에 데뷔한 임대호(송강호)가 짜고 친 각본보다 더 혹독하게 상대방을 꺾고 비틀고 심지어는 사전에 준비한 가짜 포크 대신 진짜 포크로 찌르는 바람에 순식간에 링을 피로 낭장하게 만드는 장면은 배꼽을 쥐어짜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김지운 식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박상면, 이원종 등 송강호와 함께 레슬링 파트너로 등장하는 조연배우들의 감칠맛 연기도 일품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故장진영의 풋풋한 매력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은 단연 주연배우 송강호이다. 월급쟁이의 서글프고 초라한 단면과 링 위에서는 반칙왕으로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동시에 드러내는데 영화 속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만든다.

 

충무로 입봉 초창기의 송강호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반칙왕'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프로 레슬링의 강자 유비호(김수로)와 처절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둥대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아 서글픔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영화 포스터 카피문구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시끄러운 세상, 반칙으로 산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반칙없이 살아가기란 점점 어려워지는듯 하다. 법대로 살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회사에서 정치를 못하면 순식간에 낙오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 사회는 점점 세련되게 반칙을 잘하는 존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부터 마음 속에 갈망하던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제대로 반칙 부리고 살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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