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란 이런 것. 영화 '맨 오브 스틸'

2013. 6. 15. 11:51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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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어린 아이들은 뽀로로, 타요 등과 같은 국산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 열광하고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필자의 유년시절에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등과 같은 미국산 슈퍼 히어로물과 마징가 Z, 건담, 고질라, 그랜다이저, 은하철도 999 등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 나오는 캐릭터와 스토리 등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었다.

 

유년 시절 가장 먼저 접했던 슈퍼 히어로는 다름아닌 '슈퍼맨'이었다. 1981년 부모님, 동생과 함께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70mm 대형 스크린을 통해 빨간 망토를 두른 슈퍼 히어로에 2시간 내내 넋을 잃고 흠뻑 빠져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집에 비디오를 처음 들여 놓았던 1986년, 그 해 봄에 KBS 1TV 명화극장(일요일 밤 10시에 늘 해외 영화를 방영해주던 프로그램)에서는 1981년 대한극장에서 보았던 '슈퍼맨2'를 방영해 주었고, 그 영화를 녹화한 다음 비디오 테이프가 닳도록 '슈퍼맨2'를 보곤 하였다. 당시 슈퍼맨 목소리 연기는 성우 유강진 씨가 맡았는데 어리버리한 클라크 켄트와 믿음직한 슈퍼맨 목소리의 1인 2역 목소리를 맛깔나게 소화해주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가장 슈퍼맨답게 들려온다.

 

유년 시절의 강렬한 기억 덕분일까. '슈퍼맨'은 이후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 무수히 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필자의 마음 한 구석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최고의 슈퍼 히어로로 자리하고 있다.

 

1987년 슈퍼맨 시리즈 사상 최악의 졸작인 '슈퍼맨4' 이후 자취를 감췄던 슈퍼맨 시리즈는 2006년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의해 '슈퍼맨 리턴즈'라는 영화로 재탄생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X맨' 시리즈 등을 통해 범상치 않은 내공을 과시했고, 싱어 감독 본인이 워낙 슈퍼맨 매니아였던 터라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적장 뚜껑을 열어보니 이전에 보았던 슈퍼맨 시리즈와 별 다른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 일종의 헌사영화 같은 성격이 더 짙어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기억에 남은 것은 오랫만에 접할 수 있었던 존 윌리엄스 작곡의 슈퍼맨 메인 테마곡 뿐이었다.

 

슈퍼맨 시리즈는 그 동안 많은 루머가 난무하였다. 팀 버튼이 제작을 맡는다느니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으로 낙점이 되었다는 등 각종 '설'들이 난무했지만 1980년대 시리즈 이후 2006년 '슈퍼맨 리턴즈'만이 선을 보였고, 슈퍼맨은 돌아왔지만 기존의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오히려 역부족이 아닌가 하는 체념만 돌아오게 하였다.

 

제작사인 워너 브러더스는 '슈퍼맨' 시리즈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한다.'배트맨' 시리즈를 새롭게 부활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제작을 맡기고 영화 '300'을 통해 비주얼 분야에 일가견을 보인 잭 스나이더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절치부심 끝에 선을 보인 슈퍼맨 시리즈는 아예 제목에 슈퍼맨을 빼고 '맨 오브 스틸'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선보였다. 또한 존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OST를 과감히(?) 배제하고, 한스 짐머의 음악으로 새롭게 포장하였다.

 

기존 슈퍼맨 시리즈와 차별화된 부분을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1. 원작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 액션 시퀀스

 

역대 시리즈 사상 하늘을 비행하는 슈퍼맨의 속도감과 시각적 쾌감을 가장 극대화시킨 액션 시퀀스가 돋보인다. 이전의 슈퍼맨들이 비행하는 장면은 유람선이 지나가는 것과 같았다면 이번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마하 속도로 질주하는 쾌속 비행기를 연상시킨다.

 

방대한 물량이 투입되었음을 단숨에 느끼게 하는 액션 장면들은 원작 코믹스에서 봐온 장면들에 충실함과 동시에 그 상상력을 뛰어넘는 시각적 효과를 보여준다. 특히 조드장군 일당들과 슈퍼맨의 한 판 대결은 지구인들과 차별화된 클립톤 행성의 종족들간의 대결임을 인식시켜주는 차별화 효과를 보여준다.

 

2. 등장인물에 대한 존재감과 개연성 부여

 

이전의 시리즈들은 철저하게 슈퍼맨에 중점을 두었고 나머지 주변인물 들의 역할은 사실상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1978년 '슈퍼맨' 시리즈에서 조엘로 등장했던 말론 브란도도 사실상 얼굴마담의 역할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모든 등장인물 들에게 최대한 존재감과 개연성을 불어 넣어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슈퍼맨의 아버지 조엘은 사후에도 성장한 칼엘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조드 장군의 야욕을 막을 방법을 제시하면서 극 전개에 키 포인트 역할을 담당한다. 지구로 보내진 칼엘을 키워준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와 마샤 켄트(다이안 레인)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던 클라크 켄트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함으로써 클라크 켄트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슈퍼맨의 연인으로 등장하게 되는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도 기존 시리즈에서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지만 슈퍼맨의 조력자이자 정신적인 지원군 역할을 하게 된다.

 

클립톤 행성의 전투관이자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악당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도 기존 시리즈에서는 단순한 탐욕의 화신으로 그려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가 왜 슈퍼맨을 공격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심어주면서 단순한 악당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이전 '다크 나이트' 삼부작을 통해 원작에 가장 충실하고 동시에 원작을 뛰어넘는 스토리텔링을 창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스타일이 슈퍼맨 시리즈에도 이식된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스토리의 깊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등에 비하면 아쉬운 구석이 많다.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을 잭 스나이더의 화려하고 파워풀한 영상미로 대체한 느낌인데 종합적으로 볼 때 슈퍼맨 시리즈 리부트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열어놓은 것에 대해 의미를 둘만하다.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 '맨 오브 스틸'은 새로운 슈퍼맨의 탄생을 확실하게 알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족을 달자면 슈퍼맨으로 등장한 헨리 카빌의 몸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이전 작품 '300'의 스파르타 전사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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